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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소득세 포괄주의” 국회 토론회가 있었다. 소득세 포괄주의는 내 오래된 꿈이다. 현재 우리나라 세법은 열거주의다. 즉, 세법에 열거된 소득에만 세금이 부과되고 법에 열거되지 않은 소득에는 세금이 없다.
길을 가다 천만원을 주웠다. 세금이 부과될까? 부과된다. 소득세법에 “유실물 습득 소득”이 열거되었기 때문이다(기타소득). BTS 땀방울이 든 병을 천만원에 팔았다. 세금이 부과될까? 안 된다. 우리나라 세법에 “연예인 굿즈 매각소득”이 열거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즉, 세법에 열거된 소득에만 세금이 부과되니 경제적 실질 소득과 법적 세금이 다른 것이 우리나라 소득세법이다. 그래서 열거되지 않은 소득에도 포괄주의적으로 과세를 해야 한다는 것이 오늘 ‘소득세 포괄주의’ 토론회의 취지다.
이건 이론적으론 거의 반론의 여지가 없다. 열거주의보다 포괄주의가 우월한 건 논리적으론 명확하다. 그럼 왜 우리나라는 아직도 열거된 소득에만 과세를 할까? 이는 과세기술적 한계 때문이다. 특히, 조세법률주의라는 제약하에서 과세를 하려다 보니 그렇다.
나는 근대국가의 시작을 죄형법정주의와 조세법률주의 정립이라고 본다. 권력자의 권력은 국민을 처벌하고 세금을 징수할 때 나온다. 국민의 대표가 정한 법률로만 처벌을 하고, 세금을 걷는 것은 근대국가의 숭고한 이상이다.
그래서 아무리 나쁜 넘이라 해도 형법에 처벌 근거가 명확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안타깝지만 근대국가의 이상이 그렇다. 마찬가지로 세법에 징수 근거가 명확하지 않는 소득은 징수할 수 없다. 조세법률주의는 죄형법정주의보다 더욱 엄격하다. 과세당국의 일체의 유추해석조차 대법원에서 날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유추해석조차 없이 문건대로만 세금을 걷다보니 아주 구체적으로 소득 유형을 정하고 각 유형에 따른 소득금액을 객관적으로 계산하는 수식을 법에 담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열거주의가 되었다.
그러나 모든 경제행위를 모두 열거할 수는 없다. 새로운 소득 유형이 나올때마다 수십개 법조문이 복잡하게 늘어난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유형별 포괄주의’다. 현재 우리나라 소득세법은 이자배당소득, 근로소득, 사업소득 등은 유형별 포괄주의다. 수험서에는, 그리고 오늘 토론한 문성훈 교수님은 이자배당소득만 유형별 포괄주의라고 주장하셨지만, 어제 발제한 Stanislaus Kim 김현동 교수님과 나는 근로소득도 유형별 포괄주의로 해석한다.
예를 들어 근로를 제공하고 받은 돈은 형식과 명칭과 상관 없이 무조건 근로소득으로 보고 과세한다. 오히려 열거된건 비과세 항목이다. 열거된 비과세 항목을 빼곤 나머지는 포괄적으로 과세된다.(근로소득이라는 유형 내에서의 포괄주의)
예를 들어 내가 근로를 제공했는데 회사가 나에게 최저임금만 주고 주거, 의류, 식사, 각종 여행, 취미, 연금까지 넉넉히 제공하면 어쩔까? 그럼 나는 억대 연봉자 이상의 삶의 질을 누리지만 최저임금에 따른 소득세만 낼까? 물론 아니다. 회사가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각종 복지 혜택도 근로소득으로 간주하고 소득세를 낸다. 소득세법에 열거된 비과세항목(월 20만원 이하 식사, 20만원 이내 보육수당 등)을 제외하고는 복지 혜택에도 근로소득세를 내는 것이 원칙이다.
세법을 모르시는 분이 회사가 제공하는 복지 혜택에도 세금을 부과한단 말인가? 반문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모든 회사가 급여를 주기 보다는 복지 혜택만 늘리게 된다. 이렇게 급여를 돈으로 주면 모두가 편한데 세법 때문에 돈대신 각종 복지 혜택을 제공하면 비효율이 발생한다. 조세를 공부한 사람이 제일 싫어하는 말은 ‘초과부담’이다. 초과부담은 조세 때문에 생긴 사회적 부담, 비효율을 의미한다.
어제 토론회의 핵심 단어는 “공정과세” 였다. 열거된 곳에만 과세하면 공정성이 훼손된다는 논리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내가 어제 강조한 것은 “공정과세” 보다 “효율과세”다
열거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열거되지 않는 조세회피를 위한 초과부담이다. 사이다에만 세금을 부하고 콜라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으면 사이다를 먹고 싶어하는 사람이 괜히 콜라를 먹는다. 사이다를 먹어야 행복해지는 사람이 괜히 콜라를 먹으면 거기서 비효율(초과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 포괄주의 과세가 필요한 이유로 공정성 보다 조세 중립성에 따른 효율성을 위해서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과세제도의 공정성이 훼손될 때 분노를 느끼시는 분은 좀 진보적인 분. 과세제도로 시장의 효율성이 무너질 때 분노를 느끼는 사람은 보수적인 사람이다. 나는 공정성이라는 말보다 효율성이란 말을 10배(어쩌면 100배) 이상 많이 하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꽤 보수적인 편에 속한다. 그런의미에서 내가 좋아하는 많은 진보적인 선생님들은 나를 자주 혼낸다. 예를 들어 김유찬, 정 승일, 정세은 샘 등등… 듣다보면 인정할 수밖에 없어서 나에게 소중한 분이다. 근데 가끔 보수적인 분들이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를 욕한다. 이럴 땐 난 억울하고 답답할 때가 많다. 내가 주장하는 조세중립성은 보수의 가치다.
블랙 라이브즈 매터는 진보의 가치지만 올 라이브즈 매터는 보수의 언어다. 마찬가지로 부자에, 불로소득에 세금을 더 걷자고 말하면 진보적 가치지만 모든 소득에 세금을, 조세중립성을 외치면 보수의 가치다.
그래서 보수의 가치인 조세중립성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일은 경제적 실질 소득과 과세소득을 일치시키는 거다. 경제적 소득과 법적 세금이 달라지면 조세중립성이 깨지고 조세중립성이 깨지면 조세제도로 인해 경제적 효율성이 무너진다(초과부담이 발생한다.)
이게 어제 토론회에서 내가 한 말의 의미다. 그런데 경제적 실질과 과세소득을 일치시키는데 몇가지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 경제적 실질측면에서의 소득은 실현소득과 미실현소득을 구별하지 않는다. 실현과 미실현은 의외로 경제적 실질이 아니라 회계적 사건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내가 하이닉스 주식을 천만원어치 보유만 하고 있다가 매각 즉시 1초안에 다시 하이닉스 주식을 그대로 같은 가격에 산다. 경제적 실질은 변화하지 않았지만 회계적 사건은 발생했다. 즉, 미실현 이득이 실현이득으로 바뀌게 된다. 그래서 이론적으로는 미실현 이득도 경제적 실질 이득이어서 과세를 해야 할까?
이론적으로는 그럴수 있을지 몰라도 현실 세계에서는 사실상 어렵다. 어제 내가 한 말 워딩을 그대로 옮겨보자.
“실현되지 않은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 맞느냐? 경제적인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하는 것은 맞죠. 다만, 유동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리고 정치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저를 비롯해서 여기에 계신분들이 실현되지 않은 소득에 대해서 과세를 하자고 주장하시는 분은 아무도 없고 이것이 이론적으로는 과세를 해야 하지만 여러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과세 이연을 한다던가 나중에 실현시점에서 잘 과세를 할수 있는 방법을 도모해보자라는 논의를 하고 있는 거죠”
한 줄로 요약하면 미실현 소득 과세는 “이론적으로는 맞으나 현실 적용은 어려우니 나중에 실현 시점에서 잘 과세를 하자”가 내가 한 말이다.
어제 토론회는 미실현 소득에 과세하자는 토론회가 아니라 열거소득 과세를 포괄주의과세로 전환하자는 토론회니 내가 토론회에서 발언한 말 그대로 ”저를 비롯해서 여기에 계신분들이 실현되지 않은 소득에 대해서 과세를 하자고 주장하시는 분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연합뉴스 제목을 보자 “주식, 부동산 미실현 이익도 소득… 포괄적 과세해야”
아니, 토론회에서 정확한 워딩으로 "미실현 소득 과세를 주장하시는 분은 아무도 없고 나중에 실현시점에서 잘 과세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도모해보자"고 했는데?
이게 우리나라 언론의 수준이다. 연합은 힘이 쎄다. 연합이 이렇게 제목 장사를 하니 다른 언론은(물론 토론회 참석조차 하지 않는) 우라까이하기 바쁘다. 그대로 연합을 복붙해서 난리가 났나보다. 20~30개 언론이 "미실현 과세 추진" 뭐 이렇게 나왔다고 한다. 급기아는 우리 연구소에 욕설이 담긴 항의 전화까지 와서 이상민 나와라를 시전…ㅋㅋ
그중 가장 웃긴 제목은 "민주당 및 범야권 미실현이득 과세 추진"?? 아니 국회토론회 모르나? 국회토론회는 당연히 의원이 하는 토론회가 아니라 전문가들이 자기 생각을 발제하고 이를 국회는 듣는 역할을 하는 행사다.
전문가들은 백가쟁명식 다양한 의견을 내놓아야 한다. 국회의원 말엔 재갈을 물릴 필요가 있지만 권력이 없는 전문가 입에 재갈을 물려서는 안된다.
이중 실제 정책으로 만드는 것은 현실 정당의 역할이다. 나는 국회 토론회를 참 많이 참석한다. 거의 일주일에 한 번 이상갈 때가 많다. 그때 내가 한 말이 모두 정책으로 이어졌으면 내 말의 힘은 대통령보다 더 쎄... 읍읍 ㅋ
첫댓글 언롡개혁은 언제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