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facebook.com/share/1JYAMLww33/
남아공전 패배에 충격을 받으신 모든 분들에게 적잖이 위안이 될만한 얘기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제가 공부하는 분야에서 무척 중요한 나라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차별금지법제를 가지고 있는 나라거든요. (물론 법이 그렇다는거고 현실은 별개 문제) 남아공 헌법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모범적인 내용을 가진 현대 헌법(1996년)이며, 헌법상 평등권 조항도 충실하고, 훌륭한 차별금지법도 가지고 있습니다. 헌법상 평등권 조항은 빈약하고(제헌헌법 때 내용이 아직도 거의 그대로), 차별금지법 하나 제정하지 못한 한국과 대조적이죠. 이 부분에서의 차이는 100:0 정도 됩니다. 축구 1:0은 정말이지 아무 것도 아닙니다. 위안이 좀 되시죠? ^^;;
남아공 헌법 제9조 평등
①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며, 법의 평등한 보호와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
② 평등은 모든 권리와 자유를 온전하고 동등하게 누리는 것을 포함한다. 평등의 달성을 촉진하기 위하여, 부당한 차별로 인해 불이익을 받은 사람이나 집단, 또는 그 범주의 사람들을 보호하거나 발전시키기 위해 고안된 입법적 및 기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③ 국가는 인종, 젠더, 성별, 임신, 혼인 여부, 민족적·사회적 출신, 피부색, 성적 지향, 연령, 장애, 종교, 양심, 신념, 문화, 언어 및 출생을 포함한 하나 이상의 사유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누군가를 부당하게 차별해서는 안 된다.
④ 어떠한 개인도 제3항의 규정에 따른 하나 이상의 사유로 타인을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부당하게 차별해서는 안 된다. 국가 입법은 부당한 차별을 방지하거나 금지하기 위해 제정되어야 한다.
⑤ 제3항에 나열된 사유 중 하나 이상에 기반한 차별은, 그 차별이 정당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 한 부당한 것으로 추정한다.
평등권, 차별금지원칙, 입법적 조치 의무, 상세한 차별금지사유, 차별의 부당성 추정 등 헌법 수준에서 들어갈 내용은 다 들어가 있고, 차별에 관한 입법(사실상 차별금지법을 의미합니다)이 헌법에 규정되어 있어, 이러한 헌법적 근거에 따라 실제로 차별금지법도 제정했습니다.
차별금지사유는 무려 16개나 규정하고 있는데, '성적 지향'과 '젠더'를 넣은 세계 최초의 헌법이기도 합니다. 남아공 헌법을 탄생시킨 인종차별철폐의 이념이, 인종 이외의 다른 사유로 인한 차별도 금지한다는 의지로 확대된 것입니다.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면, 성적 지향이 다르다는 이유로도 당연히 차별하면 안된다! 남아공은 아프리카에서 최초로 동성혼을 도입한 나라기도 합니다.
참고로, 차별금지사유를 자세히 규정하는 것은 남아공 헌법 제정 당시에는 파격적이었으나, 오늘날에는 헌법에 차별금지사유를 자세히 규정하는 것이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닙니다. 한국은 지금도 단 세 개(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만 규정되어 있고, 문재인 정부 헌법개정안에도 여기에 네 개(장애, 연령, 인종, 지역)를 추가했을 뿐입니다.
헌법 제1조도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한국 헌법처럼 민주공화국을 천명하는 것도 (특히 한국의 현대사를 생각하면 이것도 당연히 큰 의미가 있습니다) 좋지만, 국가가 지향하는 핵심 ’가치‘와 ‘이념’을 이렇게 1조에 이렇게 간명하게 규정하는 것도 매우 좋다고 봅니다.
제1조 (남아프리카공화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하나의 주권을 가진 민주 국가이며, 다음의 가치들을 기초로 삼는다.
(a) 인간의 존엄성, 평등의 달성, 인권과 자유의 증진.
(b) 비인종주의(Non-racialism)와 비성차별주의(Non-sexism).
(c) 헌법의 최고성(Supremacy)과 법치주의.
(d) 모든 성인에게 선거권이 주어지는 보통선거제, 정기적인 선거, 그리고 책임성, 대응성, 개방성을 보장하기 위한 다당제 민주 정치 체제.
위안이 좀 되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