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 있는 나눔
춘추전국시대 제(齊) 나라의 동해 바닷가 마을에 서오(徐吾)라는 여성이 살았다. 가난한 그 마을의 아낙들은 생계를 위해 밤에도 베를 짰는데,
공동의 작업장을 밝힐 초를 돌아가며 대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가장 가난한 서오는 작업장의 초를 자주 댈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아낙들은 초를 대지 못한 서오에게 작업에서 빠질 것을 통보했다.
이에 서오는 말한다.
방 안에 한 사람이 더 있다고 해서 촛불이 더 어두워지는 것도 아니며,
한 사람이 없다고 해서 촛불이 더 밝아지는 것은 아니지 않소.
어째서 별에서 나옴직한 희미한 불빛마저 아끼려 하오?
이 가난한 아낙에게 애정어린 은혜를 계속 베풀어 주시지요.
빛을 나눠쓰자고 요청하는 서오의 태도는 자못 당당하다.
이어서 그녀는 자신을 설명하는데,
초를 대지 못하는 대신에 가장 먼저 일을 시작하고,
쉴 때도 늘 나중에 일손을 놓았다.
작업장에 먼저 나와 쓸고 닦고 깨끗이 치운 뒤에 자리를 펴놓고 동료들을 기다렸다. 그리고 해어진 자리를 골라서 항상 낮은 자리에 앉았던 것이다.
서오의 '권리 선언'이 있고 난 후론 아무도 초에 대한 불평을 하지 않았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밤 작업을 이어갔다.
-유향 『열녀전』
생존의 욕구는 소유에 우선한다.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치즈와 소시지를 훔친 사람에게 이탈리아 대법원이 무죄를 선언했다.
배가 고파 훔친 것이라면 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6개월 징역과 벌금을 선고받은 이전 판결을 뒤집은 것인데,
잡힌 순간에 훔친 물건을 들고 가게 안에 있었다는 것이 무죄 판결의 이유였다. 대법원은 ‘피고가 가게에서 상품을 점유한 상황과 조건을 볼 때 영양상의 긴급한 사태에 해당한다’ 라고 해석했다.
이 역사적인 판결에 대해 세계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다.
구약성서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보인다. 즉 밭에서 곡식을 거둘 때에 한 묶음을 두고 왔거든 다시 가지러 가지 말라,
고아와 과부가 가지도록 하라는 것이다(신명기 24:19).
또 배가 고파 남의 포도밭에 들어갔다면 그 자리에서 따먹는 것은 괜찮지만 따서 들고나와서는 안 되고,
남의 곡식밭에 들어갔다면 곡식을 손으로 잘라 먹되 낫을 대서는 안 된다고 한다(신명기 23:24-25).
포도밭과 곡식밭 주인의 입장에서 그 소유물을 지켜주는 법과는 달리
성서는 약자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둔 것이다.
나눔은 말 그대로 ‘주고받음’이지 주는 자와 받는 자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주고받음의 주체와 대상 그리고 그 내용은 무한정으로 열려있다.
마주 오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을 때 엷은 미소를 보내는 것도 나눔이다. 『채근담』에는 좁은 길에서 한걸음 물러서 기다려주는 것도 나눔이라고 하였다.
-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숙인 글 간추림
첫댓글 감사히 읽고갑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