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25일(월), 맑음, 구름 많음, 마석 모란공원
오래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마석모란공원에 갔다.
아내와 결혼기념일 41주년 기념이다.
민족민주열사 묘역을 둘러보았다.
대부분 알고 있는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무덤 사이를 지나며 그들의 묘비명을 읽어보았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한 평생을 치열하게 살다간 사람들이다.
그리운 사람들이다.
(꽃사진은 민주열사 묘역-주로 붓꽃-과 귀여리 물안개공원에서 찍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E9F2365ECFB59919)
모란공원은 1966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사설공원묘지로 조성되었다. 현재는 부지 100여만
평에 민족민주열사를 포함한 13,000기의 묘소가 안치되어 있다.
민족민주열사묘역으로는 1969년 권재혁 선생을 시작으로 1970년에는 전태일 열사가, 1971
년에는 김진수 열사가, 1973년에는 최종길 열사가 모셔진 이후로 지금까지 민주화와 민중해
방을 향한 삶을 살다 돌아가신 150여분의 열사들이 모여 계시다.(묘역 앞 안내문에서)
만인을 위한 꿈을 하늘 아닌 땅에서 이루고자 한 청춘들 누웠나니
스스로 몸을 바쳐 더욱 푸르고 이슬처럼 살리라던 맹세는 더욱 가슴 저미누나.
의로운 것이야말로 진실임을, 싸우는 것이야말로 양심임을 이 비 앞에 서면 새삼 알리라.
어두운 세상 밝히고자 제 자신 바쳐 해방의 등불 되었으니 꽃 넋들은 늘 산자의 빛이요 볕뉘
라 지나는 이 있어 스스로 빛을 발한 이 불멸의 영혼들에게서 삼가 불씨를 구할 지어니.
1997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 글 서해성, 글씨 박용길, 신영복, 설계 및 조각 홍성담
![](https://t1.daumcdn.net/cfile/cafe/9931CD365ECFB59A12)
우동민 열사(1968.10.24.~2011.1.2.)
앞만 보지 말고
옆도 보고
뒤도 보고
그렇게 함께 갑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4B5E365ECFB59A1C)
진실한 당원 참노동자 박영재
동지들에게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함께 가자!”
행복했습니다.
동지들과 함께 투쟁하고 학습하고 실천했던 나날들이 말입니다.
(……)
![](https://t1.daumcdn.net/cfile/cafe/997B42365ECFB59A10)
촛불전사 류한림(1966.3.1.~2012.3.23.)
자신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촛불,
꺼지지 않은 영혼 여기 잠들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3416365ECFB59B12)
노동열사 배재형(1971.11.26.~2015.5.11.)
千思不如一行
![](https://t1.daumcdn.net/cfile/cafe/99BA74365ECFB59C15)
노회찬(1956~2018)
죽음도 슬픔도 아무것도 어쩌지 못하리니
보라 이루었노라
그 늠름하게 아름다운 세상
굳세고 미덥고 다정했던 그대 약속
꺼지지 않는 젊은 별빛으로 보시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0C6D365ECFB59C13)
박영진
전태일 선배가 못다 이룬 것을
내가 하려고 했는데,
미안하다, 먼저 가서
끝까지 투쟁하라!
박창호
자식의 죽음으로
노동자의 평등세상을 깨우치고
한평생 그 길을
주저 없이 걸어갔던
노동자의 아버지여!
양순녀
그 숭고한 뜻을
“노조는 나의 인생이오, 희망이다”라는
노동해방의 꽃을
심으려고 했던
그대여!
김천석
또 그대는 눈부신 그 꽃을
기억의 필름에 담아
인간의 심장, 희망의 씨앗을
날렸으니!
![](https://t1.daumcdn.net/cfile/cafe/995B29485ECFB59D19)
노동자 장진수(1959.10.17.~2007.12.4.)
더디가더라도 무엇이 옳고 그른가
깨치며 살자
![](https://t1.daumcdn.net/cfile/cafe/99DEB5485ECFB59E16)
조영래
조영래 변호사의 묘비명은 간단하다.
다만 ‘趙英來之墓’, 그 뿐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204D485ECFB59E1B)
한경석(1962~2002)
탄압, 변절, 욕심, 회색의
어지러운 물살이 제아무리 다그쳐도
오로지 앞만 보고 가고
벼랑 끝에 내몰려도 추락을 거부하며
역사의 등성이를 마치 디딤돌처럼
노동해방 딱 그 하나만 들쳐메고
어느만치 가고 있는가 동지여
별빛은 저리 들판에 떨어지는데
오늘도 원한의 눈빛 하늘에 쏘아대는
아, 영원한 앞장 우리들의 벗이여
백기완
![](https://t1.daumcdn.net/cfile/cafe/998B00485ECFB59E1F)
이주한(李柱漢)
이 나라 황토언덕, 이 나라의 맑은 냇물
보리, 베, 좁쌀, 또 고추밭 같이
평범하고 맵고, 끝없이 성실한 사람
여기 하늘의 해와 달과 수없는 별 아래
무한한 자손과 앞 겨레의 번영만을 빌어
영원히 자면서 또 깨어 지켜보고 있나니
서기 1971년 서정주 지음
![](https://t1.daumcdn.net/cfile/cafe/990E77485ECFB59F22)
이승원(1963~2017)
노동자의 피땀을
번혁의 역사로 엮어온 너
이기찬 승원아
간밤에도 달빛에 젖었느냐
물소리 천지를 울리는구나
백기완
![](https://t1.daumcdn.net/cfile/cafe/990F67485ECFB59F22)
박래전(1963.4.17.~1988.6.6.)
겨울꽃이 되어버린 지금
피기도 전에 시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진정한 향기를 위해
내 이름은 冬花라 합니다
세찬 눈보라만이 몰아치는
당신들의 나라에서
그래도 봄을 비틀며 피어나는 꽃입니다
自作詩 (冬花)에서
![](https://t1.daumcdn.net/cfile/cafe/99A9EB485ECFB59F1E)
전태일(1948.8.26.~ 1970.11.13.)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죽음이 있어 여기 한 덩이 돌을 일으켜 세우나니
아아 전태일. 우리 민중의 고난의 운명 속에 피로 아로새겨진 불멸의 이름이여 (……)
![](https://t1.daumcdn.net/cfile/cafe/99A332455ECFB73019)
노동운동가 박동진 열사
동진아 어제도 흐르는 지하수 소리 들었지
그게 바로 노동자들의 피눈물이다
누어서도 똑바로 눈을 떠 사기꾼들의 장막 찢을 때까지
앞만 보고 가거라
마침내 해방의 바다에서 우리 다시 만날지니
동진아 한이 맺힌 동진아
백기완
![](https://t1.daumcdn.net/cfile/cafe/99BF1E455ECFB73118)
홍성엽(1953~2005)
그 엄혹하던 시기에도 늘 얼굴에 선한 미소를 띠던 사람
생전 늙지 않고 영원히 청년으로 살아갈 것 같은 사람
![](https://t1.daumcdn.net/cfile/cafe/998410455ECFB7311A)
김진균(1937~2004)
행동하는 지성의 표본, 진보적 학술운동과 민주적 교수운동의 대부, 민중운동의 한복판에 선 민중의 벗
![](https://t1.daumcdn.net/cfile/cafe/99EAAC455ECFB73217)
신명나게 살아라 문동환(1921.5.5.~2019.3.9.)
북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났다. 한국신학대학에서 기독교교육을 가르쳤고 수도교회에서 목회
했다. 박정희 정권에 의해 대학에서 쫓겨난 뒤 1976년 3.1 민주구국선언문사건, 1979년 YH
사건으로 투옥되었다. (……)
![](https://t1.daumcdn.net/cfile/cafe/991B0D455ECFB7321D)
김병곤(1953~1990), 박문숙(1955~2014)
골짜기가 깊으면 산도 높은 법이니
이 기나긴 겨울이 춥고 혹독할수록
우리들의 봄은 더욱 찬란하리라.
옥중 편지글 중에서
![](https://t1.daumcdn.net/cfile/cafe/990805455ECFB73210)
권중희(1936~2007)
“역사의 심판에는 시효가 없다”
한길 선생은 민족이 의분을 안고 김구 선생을 암살한 안두희를 추적하여 끝끝내 처단하였으
며 친미보수세력의 악랄한 위협공갈과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민족정기구현회 회장, 백범 김
구 선생 시해진상규명위원회 조사위원장,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고문, 주한미군철수운동본
부 고문으로 헌신하면서 정의의 필봉을 들고 <역사에 심판에는 시효가 없다>를 비롯한 수
많을 글들을 발표하는 등 민족자주와 통일애국사업에 모든 것을 다 바쳤다. (……)
![](https://t1.daumcdn.net/cfile/cafe/9989AF455ECFB73320)
최진욱(1971.10.26.~2000.8.26.)
너만
먼저 감은 줄 알았더니
저만치 앞서 가는 젊음아
오늘도 새벽이슬
이렇게 방울방울 맺힌 건
간밤의 너의 피눈물이었구나
그렇다 우리 다시 만나자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
그 한을 온몸으로 빚고 있는
아 영원히 앞서가는 사랑아
백기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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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시인 조영관(曺永官)
그래서 길을 떠난다
낯선 곳 서걱거리는 갈대바람 속에는
새로운 노래가 살리라
슬프지만은 않은 과거는
사랑은 그렇고 혁명의 물속에
깊이
깊이 잠겨두었다가
그래서 다시 세상 속으로
길을 떠난다 길을
「세상 속으로 가다」 중에서
![](https://t1.daumcdn.net/cfile/cafe/99191F445ECFB7340D)
민주주의자 김근태
나는 정직과 진실이 이르는 길을 국민과 함께 가고 싶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E475445ECFB7340E)
통일의 선구자 겨레의 벗 늦봄 문익환(1918~1994), 박용길(1919~2011)
여기분단과독재의시대에맞선한밤중의햇불로타올라그이름늦봄문익환목사님이시여오로지당
신은조국과겨레가하나됨을위하여온몸의세월을다바쳤으니당신의이름은어느덧겨레의가슴이
되어이윽고먼동트는아침으로열리고있거니어찌날으는새인들당신께서누워계신이곳을그저지
나치리오어찌내달리는짐승들이이곳을나몰라라하리오돌이켜보건데당신은그누구보다청정한
신앙의목사이면서결코목사만으로멈추지않고그누구보다저녁노을의붉은빛눈부신시인이었으
시되시인만으로끝내지않았으며당신은그누구보다앞장선모순의싸움으로하여금이윽고민족통
일의선구자였나니거기뒤에처지는동지와형제자매를일으켜함께어깨동무를마다하지않았으니
그어드메에내가있고남이있었으랴한번뜻을세우면그토록겸허한아름다움조차무릅쓰고떨쳐일
어나우리모두더불어나아가자고이끌었던그엄청난열정으로조국삼천리방방곡곡과온세계에널
린동포들마음가득히부여안은산인양높은의로움이었고바다인양끝간데모를사랑이었으니마침
내늦봄문익환이라는이름이면세상의잠을깨울새벽이었고하루의수고를다한들녁의축복이아닐
수없었으니당신이야말로당신을박해한자까지도한핏줄로여겨받아들임으로당신에게는언제나
하나가곧일체요그일체가당신하나아니고무엇이리오여기잠들어계시건만당신의이름은조국과
칠천만겨레의역사가이어지는만년토록나날이새로운이름으로떨쳐일어나새로운이세상을위한
수호의화신일진저아아겨레의임문익환님이시여
고은 글, 박용길 씀
![](https://t1.daumcdn.net/cfile/cafe/99E6F3445ECFB7350E)
민주열사 박종철
우리는 결코 너를 빼앗길 수 없다.
오늘 우리는 뜨거운 눈물을 삼키며
솟아오르는 분노의 주먹을 쥔다
차가운 날
한 뼘의 무덤조차 없이
언강 눈바람 속으로 날려진
너의 죽음을 마주하고
죽지 않고 살아남아 우리 곁을 맴돌
빼앗긴 형제의 넋을 앞에 하고
우리는 입술을 깨문다.
(……)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일동 글
신영복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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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범(1968~1998)
삼가 동지의 영전에 바칩니다
진달래
겨울을 뚫고 왔다
우리는 봄의 전위
봄샘 추위에 얼어 떨어져도
봄날 철쭉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 외로운 겨울 산천에
봄날 내주고 시들기 위해 왔다.
나 온몸으로 겨울 표적되어
오직 쓰러지기 위해 붉게 왔다
내 등 뒤에 꽃피어 오는
너를 위하여
기묘년 봄날에 박노해
![](https://t1.daumcdn.net/cfile/cafe/992B74445ECFB73502)
민족해방과 자주평화통일에 몸 바친 혁명가 김병권 열사, 아내 박윤수 여사
“내일은 며늘아기가 손주 놈 데리고 면회 온다고 했다며
푸른 옷도 깨끗하게 빨아 입으시고
거칠거칠한 수염도 단정하게 다듬으시고
구매시간 기다려 과자도 서너 봉지 사서 감방 아랫목에 묻어두고
손주 볼 생각에 잠 못 이루시는 선생님, 김병권 선생님”
김남주의 시 ‘김병권 선생님’에서
![](https://t1.daumcdn.net/cfile/cafe/99EA3D445ECFB85F0F)
성산 장기려(聖山 張起呂)
![](https://t1.daumcdn.net/cfile/cafe/9956B3445ECFB7360C)
※ 성산 장기려 박사의 묘는 민족민주열사 묘역에 따로 떨어진 곳에 있었으나, 그분의 생전의
행적을 그 분의 전기를 읽고 익히 아는 터라 찾아가서 참배하였다.
* 묘비는 고린도 전서 십삼 장을 선생께서 1975년 입춘일에 써두신 친필을 새긴 것이다.
첫댓글 모란공원묘원에 많은 분이 모셔져 있는것 조차 몰랐으니 부끄럽네여~ 하얀 마가렛 군락지가 눈에 띕니다...
멋지십니다.
결혼기념일에 모란공원내 민족 민주열사 묘역에 가실 생각을 한분이 몇분이나 될까요?
살아 있는자, 의식 있는자가 이제는 고개들어 외칠때입니다.
훌륭한 발걸음 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더디가더라도 무엇이 옳고 그른가
깨치며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