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정 스님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인간이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그가 하는 행위에 의해
인간이 될 수 있고, 혹은 비인간으로 타락할 수도 있다.
오로지 인간다운 행위에 의해서
거듭거듭 인간으로 형성되어간다.
그러면 인간다운 행위란 무엇일까?
우선 나누어 가질 수 있어야 한다.
타인과 함께 나누어 가져야 ‘이웃’이 될 수 있고,
인간적인 관계가 이루어진다.
사람은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다.
관계를 통해서 비로소 사람이 될 수 있다.
우리들의 삶이 곧 관계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관계에 의해 존재하고
우리들의 관계는 인간을 심화시킨다.
흔히 베푼다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그것은 잘못된 말인 것 같다.
원천적으로 자기 것이란
있을 수 없으므로 나누어 가지는 것이다.
이 우주의 선물을, 우리에게 잠시 맡겨진
그 선물을 함께 나누어 가지는 것이지,
결코 베푸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 세상에 나올 때 누가 가지고 나온 사람 있던가?
또한, 살 만큼 살다가 인연이 다해 이 세상을 하직할 때,
자기 것이라고 해서
무엇하나 가지고 가는 사람을 보았는가?
물질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자만
나누어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난한 사람도 얼마든지 나눌 수 있다.
나누어 가지는 것이 어찌 물건만이겠는가.
부드러운 말 한마디, 따뜻한 눈길,
함께 걱정하고 기뻐하는 것도 나누어 가짐이다.
그러니 많이 차지하고 있다고 해서 부자가 아니라
많이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부자다.
출처: 산방한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