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그믐의 풍속(風俗)>
섣달그믐은 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말한다. 섣달그믐을 앞두고 유래되는 섣달 그믐의 풍속을 소개하면,
묵은세배[舊歲拜], 수세(守歲), 만두차례 (饅頭茶禮), 나례(儺禮), 약(藥) 태우기, 연말(年末) 대청소(大淸掃), 학질(瘧疾) 예방과 같은 풍속이 전하지며, 또한 내의원 (內醫院)에서는 벽온단(辟瘟丹)을 진상(進上)하기도 했다.
섣달그믐은 ‘묵은 설’이라고 하여 저녁 식사 를 마친 후 일가(一家) 어른들께 세배(歲拜)를 드리는데 이를 묵은세배라 한다. 지역에 따라서는 저녁 식사 전에 하기도 하는데 이날 만두(饅頭)를 먹어야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고 하여 저녁에 만둣국을 올려 차례(茶禮)를 지내며, 이를 만두차례 (饅頭茶禮), 만두차사(饅頭茶祀), 국제사 라고 한다.
한 해 동안 잘 보살펴주신 조상(祖上)님께 감사(感謝)드리는 의식(儀式)으로 해질 무렵에 만둣국, 동치미, 삼실과(三實果- 대추,밤,감), 포(脯) 같은 음식을 차려서 조상께 올린다.
일부 지역의 가정(家庭)에서는 만두(饅頭) 하나 속에 엄지손톱만한 작은 만두를 여러 개 집어넣어 복만두(福饅頭, 보만두라고도 함)를 만든다. 차례가 끝난 후 저녁을 먹기 위해 다시 만둣국을 끓일 때 복만두를 넣는 데 이것이 들어간 그릇을 받는 사람이 신년 (新年)의 복(福)을 가져간다고 점친다.
소를 키우는 집에서는 만두를 소에게 먼저 먹이고 식구들이 먹는다고 한다.
섣달 그믐날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지나가는 한 해를 지킨다는 뜻으로 밤을 새우는 풍습 을'수세(守歲)'라고 한다. 수세는 '장등(長燈)', '해지킴', '밤새우기'라고도 부르는데 홍석모(洪錫謨)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인가(人家)에서는 다락, 마루, 방, 부엌에 모두 등잔(燈盞)을 켜놓는다. 흰 사기접시 하나에다 실을 여러 겹 꼬아 심지 를 만들고 기름을 부어 외양간, 변소까지 환하게 켜놓으니 마치 대낮 같다.
그리고 밤새도록 자지 않는데 이것을 수세 (守歲)라 한다. 이는 곧 경신(庚申)을 지키 던 유속(遺俗)이다.」라고 하였다.
남녀노소(男女老少) 할 것 없이 새벽에 닭이 울 때까지 잠을 자지 않는데 그 유래 (由來)는 섣달 중 경신일(庚申日)에는 자지 않고 밤을 지켜야 복을 얻는다는 경신수세 (庚申守歲)의 도교(道敎) 풍속(風俗)에서 유래되었다. 경신수세의 풍습(風習)은 중국 한 (漢)나라 때도 있었으며,우리나라에서는 고려(高麗) 원종(元宗) 6년(1265)에 태자 (太子)가 경신수세를 했고, 연산군(燕山君) 도 승정원(承政院)에 명하여 성대하게 경신 수세를 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경신일(庚申日)에 밤을 새워 지키는 것은 동지(冬至)가 지나 경신(庚申)이 되는 날에 하는데 섣달 경신일이 진정한 경신수세 (庚申守歲) 또는 수야(守夜)라고 한다. 이풍습 의 유래는 사람의 몸에는 세 마리의 시(尸) 가 있어 삼시(三尸)라고 하며,이것이 그 사람의 잘잘못을 기록해 두었다가 연말 경신 일에 하늘로 올라가 옥황상제(玉皇上帝) 에게 고(告)한다고 한다.
그러면 그 사람은 병에 걸려 죽게 되므로 경신일에 밤을 새워 삼시(三尸)가 몸에서 빠져나가 하늘로 올라 가 고하지 못하게 방해한다고 한다.
동지 이후의 경신일은 6년에 한 번 드는데 경신 수세(庚申守歲)를 7번 하면 삼시신 (三尸神)이 아주 없어진다고 믿었다.
그러므로 42년 동안 경신수야(庚申守夜 )하면 불로 장수(不老長壽)할 수 있다고 하는데 도교 (道敎)의 삼시설(三尸說)이 불교(佛敎)로 흡수되어 일부 사찰(寺刹)에서 행해지고 있다.
민간(民間)에 전하기로는 이날 잠을 자면 영원히 자는 것과 같은 죽음을 뜻하기 때문 에 밤을 샌다고 하며, 새롭게 시작하는 날과 그 전 해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깨어 있어야 한다.
이날 잠을 자면 계속 연결하여 새날을 맞이 할 수 없다는 관념에서 수세(守歲)의 풍속 이 지속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집안 곳곳에 밤새 불을 켜두면 광명 (光明) 이 비쳐서 복이 들어오고, 잡귀(雜鬼)를 쫓는다고 믿는다.
일부 지역에서는 불 하나 씩을 식구불로 정해 점을 치는데 새해에 고생할 사람의 불은 가물거리고, 운이 좋을 사람의 불은 빛이 좋다고 한다.
또 개를 키우는 집에서는 이날 불을 밝혀 두면 새해 에 개가 잘 큰다고 한다.
12월조에 세모(歲暮)의 농촌(農村) 풍경 (風景)이 그려져 있는데 「앞뒷집 타병성(打餠聲)은 예도 나고 제도 나네, 새 등잔 (燈 盞 ) 새발심지 장등(長燈)하여 새울 적에 윗방 봉당(封堂) 부엌까지 곳곳이 명랑 (明朗)하다.
초롱불 오락가락 묵은세배(歲拜) 하난 고나.」라고 하여 떡을 만들고, 곳곳에 장등 불을 켜놓고 초롱불을 들고 묵은세배를 하러 다니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김매순(金邁淳)의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는 어린아이들이 곤하여 졸면 야단을 치면서 「오늘 저녁에 자면 눈썹이 희게 센다」라고 말하며 잠을 못 자게 했다.
지금도 어린이들이 잠을 자면 밀가루를 몰래 눈썹에 칠하고 밤새 나이를 먹어 눈썹 이 세었다고 놀리고, 잠을 자면 굼벵이가 된다고 놀린다.
일부 지역에서는 ‘불총’이라 고 하여 타버린 재를 자는 사람의 팔다리에 놓고 다시 불을 붙여 뜨겁게 하여 잠을 못 자게 하기도 한다.
수세(守歲) 풍속(風俗)은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설계하면서 송구영신(送舊迎新) 하는 풍속인데 이날 밤에는 밤을 새우기 위해 윷놀이나 화투를 치면서 놀며, 주부 (主婦)들은 세찬(歲饌) 준비로 바쁜 가운데 감주나 과줄, 호박엿 따위를 내놓는다.
유만공의 [세시풍요(歲時風謠)]에는 이날 「달걀 같은 만두(饅頭)며 꽃 같은 적(炙)을 해놓고 찬품(饌品)을 많이 대접하니 특별한 정(情)이라고 하였다.」라고 한 것처럼 매년 세모(歲暮) 때는 다양한 찬거리나 음식을 주고받는데 이를 세찬(歲饌,추석 땐 한가위 찬)이라 하였다.
세찬 속에는 속칭 총명지(聰明紙)라고 하여 특산품(特産品)의 물목(物目)을 적은 편지(便紙)를 함께 넣었으며, 궁중에서는 70세 이상 관원(官員)에게 쌀과 어류를 나누어 주었다.
조선시대(朝鮮時代)에는 섣달그믐에 재앙 (災殃)을 쫓기 위한 연종제(年終祭)로 나례 의식(儺禮儀式)을 펼쳤는데 민간에서 는 대나무를 태워 요란한 소리를 내는 폭죽 (爆竹)이나 대총, 지포(紙砲)인 딱총을놓기 도 하고, 궁중에서도 연종포(年終砲)를 터 뜨렸다. 이렇게 하면 집안에 숨어 있던 잡귀 (雜鬼)들이 놀라서 도망가고 무사태평 (無事泰平)하다는 것이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궁중 풍속 으로 제석(除夕)전날부터 연종포(年終砲) 라 하여 대포(大砲)와 불화살인 화전(火箭) 을 쏘고, 징과 북을 울렸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청단(靑壇)이라는 나례의식 (儺禮儀式)이다.
이것은 마치 둥근 기둥 안에 기름 심지를 해박은 것과 같이 하여 그것을 켜놓고 밤을 새워 징과 북을 치고 나발을 불면서 나희(儺戱)를 행하는 것이며 , 함경도와 평안도 에서도 빙등(氷燈)을설치 하고 나례를 행했다고 한다.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 의하면 섣달 그믐날 내의원(內醫院)에서 벽온단(辟瘟丹)이라는 향을 만드는데 이것은 염병 (染病-장티푸스)을 물리치는 데 유용하다 하여 임금 은 설날 아침에 그 향 한 심지를 피운다고 한다
乙巳年 過歲 잘 하시고 福을 많이 짓고 또 많은 福을 받으시길 소망합니다.
(옮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