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을 주세요.
"이따위로 할꺼야?"
"당신은 내말도 잘 안들어주면서 무슨 할말이 있다고 그래요?"
싸움, 그래 부부싸움이 일어나고 있었다.
아주 캄캄한, 동이 터오려면 아직 시간이 남은 새벽 3시.
불도 켜지 않은채 캄캄한 방안에서 문을 닫는 것도 아닌
밤늦게까지 티비를 보던 탓에 소파에서 잠이든 딸이 들으란 식으로
큰소리로 그들은 그렇게 싸우고 있었다.
"시윤아!"
"…"
"여보세요? 안시윤?"
밝게 웃으며 이야기 나누는 학생들이 가득한 학교교실.
턱을 괴고 앉은 시윤을 그녀의 친구 빈아가 몇번이고 부르지만
어떻게 된일인지 시윤은 고개 한번 돌리는 시늉도 하지않고 있었다.
"너 오늘 왜그래? 아침에만 해도 그렇고… 무슨 일 있어?"
"별일아냐."
"뭐가 별일이 아냐? 이상해… 너 이런적 한번도 없었거든?"
"별일 아니라니까 왜 자꾸 그래? 별일아냐! 아니라고!"
"아, 깜짝이야! 왜 화를 내고 그래? 걱정되서 그런건데!!"
"미안… 오늘 내기분이 좀 아니다. 갈게."
"안시윤!"
평소같았음 입을 한번도 가만히 두지않으며 떠들 시윤이였지만,
캄캄한 밤의 하교길때까지, 시윤은 자칫 헤퍼보일수 있도록 잘짓던 미소조차도
단 한번도 짓지 않고 있었다.
빈아가 이상하게 여기고 물어도 돌아오는건 단답 아니면 짜증.
시윤은 그렇게 웃음을 잃어가고 있었다.
"원래 12시 전에 꼭 들어오던 앤데, 여태까지 연락도 없어요."
"우리 시윤이를 누가 납치한건 아닌지… 제발 우리 시윤이 좀 찾아주십쇼."
며칠이 지난 어느주말 결국, 시윤이는 이틀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초조한 시윤의 부모는 담임선생님에게도 연락을 하고 경찰서로 향해
불안한 마음으로 시윤이의 실종신고를 했다.
학교에선 시윤이의 담임선생님은 평소 시윤이와 친했던 아이들을 불러모아
시윤이의 실종소식을 알리고, 시윤이에게 연락온 것은 없는지 물어보고 있었다.
"납치같은건 아닐거니까, 걱정말라고 하세요."
그 말을 꺼낸건, 다름아닌 시윤과 가장친한 유빈아.
선생님의 말을 한참이고 듣고 있다, 그녀가 내린 결정이었다.
납치는 아닐거라는… 의미모를 말.
"유빈아. 너 지금 무슨소리 하는거야?"
"말씀드린대로예요. 납치같은거… 아닐거예요."
"빈아야, 지금 상황을 믿고 싶지 않은가본데. 평소 착실하던…"
"선생님이 뭘 아세요?"
"뭐?"
"선생님이나 시윤이 부모님이나 시윤이에 대해 아는게 뭐가 있으세요?"
초점없는 눈으로 멍한 시선을 두고 있던 빈아가
한층 짜증섞인 목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시선을 담임선생님에게 두었다.
선생님의 당황한 표정과 함께, 빈아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아무말 없이 입을 다물고 멍하게 있던 다른 친구들도 일어섰다.
"우리는 알아요. 시윤이에 대해, 적어도 당신들보다는 훨씬 많이."
"너희들! 휴우- 그래그래. 선생님이야 잘 아는게 없지. 그러니까 너희한테…"
"시윤이 찾지 말라고 하세요."
"뭐?"
"안시윤은 우리가 알아요. 지금 무슨일이 있어서 잠시 사라진걸거예요."
"시윤이 원래 잘 웃는데, 요근래에 안 웃었어요."
"시윤이 말 많은데, 요근래에 말 안시키면 한마디도 안했어요."
"시윤이 짜증 잘 안내는데, 요근래에 계속 짜증만 냈어요."
"…"
"이제 아시겠어요? 납치 아니예요. 시윤이가 원해서 사라진거예요."
울음끼 섞인 목소리와 함께 그녀들이 사라지고,
벙찐 담임선생님과 함께, 그녀들이 사라진 교무실은 적막만이 흘렀다.
담임선생님뿐 아닌 다른 선생님들 역시 그녀들의 말을 듣고
알수없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침투해 온 탓이였을 것이다.
과연 학생들도 모르면서… 교육의 자격이 있을까, 라는.
교무실을 빠져나온 그녀들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빈아만은 고인 눈물을 신경질적으로 닦아내고,
아직 남은 수업시간을 뒤로 한채 가방을 들고 학교를 빠져나왔다.
"안시윤 나쁜년… 나한테만이라도 제발 말좀 하지."
빈아는 돌아다니며 시윤을 찾지 않았다.
그저 시윤과 함께 자주 왔던 시내거리 한켠에 쪼그리고 앉아있을 뿐이었다.
한참을, 다리가 저리다 못해 무감각해질 때까지…
"바보."
그때였다. 누군가가 바보라는 알수없는 말로 빈아의 시선을 끌었다.
"선생님…"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 남자목소리였던 탓에 시윤이는 아닐것이라는 생각으로
아무 생각없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는데, 그곳에는 자신의 국어선생님이 서있었다.
담임선생님도 아닌, 국어선생 단현수.
"거기서 그러고 한참을 있었던거야? 그러니까 걷지도 못하지."
"내려주세요. 이제 괜찮아요."
"시윤이, 어디 있는지 알아."
"네? 정말이예요? 어디요? 어디에 있는데요?"
"니가 그랬잖아. 찾지 말라고…"
"그…그건."
현수는 빈아를 내려놓고 마주보고 서서 한참을 말없이 있었다.
빈아도 시윤을 찾지말라고 했던 자신이 시윤을 찾고 있다는 생각에
힘이 빠져오는건지, 고개를 숙이고 멍하게 서있었다.
"며칠동안 아무것도 안먹었는지 쓰러져있는걸, 선생님 형이 발견했어."
한참의 침묵 끝에 현수가 꺼낸 시윤의 이야기.
자신의 형이 발견해 병원으로 데려갔고,
집에 휴대폰을 두고 나온건지 소지하고 있지 않은 시윤 탓에
시윤이 깨기를 기다려 집의 연락처를 물었지만 시윤은 좀처럼 말하지 않아
현수의 형이 신고를 하려고 했는데, 시윤이 눈물을 흘리며 막았다는 것.
"형이 난감했던지, 나한테 연락을 해왔어. 시윤이를 만났어."
"만났어요? 어떻대요? 절대로, 안 돌아갈거래요?"
"빈아야, 그런거 묻지 않았어. 아무것도 묻지 않았어."
"왜요? 선생님들은… 시윤이가 들어가길 바라잖아요?"
"들어간다고 일이 해결될까?"
선생님들의 믿지못할 마음들을 잘아는 빈아가 시윤이를 만났음에도
돌아가란 말도, 그어떤 말도 묻지 않았다는 현수의 말에
고개를 떨구며 현수를 향해 비꼬는 말로 물었다.
그 말에, 현수는 아주 의외의 답을 내놓았지만…
빈아가 떨구었던 시선을 현수의 시선과 마주하자 현수가 씨익 웃었다.
"묻지 말자. 그냥 관심을 기울이자. 그렇게 생각했어."
"…"
"내가 그랬거든. 내가 학생때, 가출한 날 발견한 선생님이 그랬거든.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는 나에게 관심만을 주셨거든."
"그럼, 시윤이는요?"
"선생님 여자친구 집에 있어."
"잘… 지내죠?"
"여자친구 말이, 아마 곧 들어갈거래."
"진짜요? 왜요? 어떻게 알아요?"
"글쎄- 누구 말이 시윤이가 말도 많고 웃음도 많다더라고."
빈아와 친구들이 했던 말을 기억해둔건지, 현수가 웃으며 말을 꺼내고
그제서야 빈아의 입가에 웃음이 맴돌았다.
그리고, 한참을 돌아갈것 같지 않던 빈아의 발걸음이 아주 가볍게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10년후-
"어? 윤환이, 안경이 바꼈네? 가연이- 머리 잘랐구나."
한학교의 여선생님이 교탁앞에 서서 아이들을 쭉 둘러보고 말한다.
입에 걸린 환한 미소, 따뜻한 시선.
아이들은 여선생을 향해 믿음의 시선을 보낸다.
보통의 선생의 앞에선 찾을 수 없는 아이들의 밝은 미소.
"민아, 왜이렇게 울상이야? 무슨일 있어?"
"강우! 강현이 잘 나아서 퇴원했다며? 잘됐다-"
알수없지만, 그녀의 앞에선 아이들은 해맑은 미소를 짓곤 한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아주 편하고 다정한 선생님이다.
"선생님, 어제 남자친구랑 다퉜는데요…"
"선생님, 요즘 너무 힘들어요. 엄마랑도 트러블이 심하고…"
"선생님!"
"선생님!"
그녀를 찾는 사람들은 많다.
어떻게 된건지, 특히 아이들은 그녀에게 어떤 말이든 털어놓는다.
그러면 그녀는 아이들의 말을 들어준다.
물론 그녀는 어떠한 똑부러지는 해결책도 내놓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이들은 그녀를 찾는다.
잘은 모르지만,
아마 그이유는… 그녀의 따뜻한 관심때문이 아닐까?
# 번외가 아닌 새로운 소재로 찾아뵙습니다.
번외를 들고 나타나려고 했는데-
머리가 나빠서 실망스러운 글밖에 나오질 않더군요.
결국 머리속을 스쳐가는 소재를 잡아 글을 썼습니다.
하하. 작가에게도 관심이 필요하지요?
우리 작은 것에도 관심을 가지는 자세를 가집시다^^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첫댓글 우와..감동적이에요 ..ㅋㅋㅋㅋ 잘읽고가여 ㅎㅎ
★ 어머 감동적인가요? 꺄 감사합니다- 헤헤. 조금이나마 우리같은 학생들의 마음을 대변할순 없을까 하는 마음으로 썼답니다. 하핫; 감사합니다♡
완전 감동....
★ 완전감동이라니 그런 감사한말씀을 꺄- 정말정말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감동이라... 글쎄요 -ㅁ-;;
★ 사실 카밀을따라 님을보고 제가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감동이 없다는거면 작가로써 부족한거겠죠. 그런 뜻이시라면 정정하고 앞으로 더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머어머어머어머어머어머, 시윤이의 성격이 저랑많-이 아주많이 비슷하네요 허허허헛. 요즘세상그렇죠.. 우리에겐 관심이필요해요 어허허허헛!!!!!!!!!!!!!!!!!!!!!!
★ 어머어머어머어머어머어머, 그런 좋은 성격을 가지고 계시다니- 말이 너무 많아도 안좋지만 말이많으며즐겁게해준다면 정말 좋겠죠- 헤헤. 잘웃는건 정말 좋은거랍니다!! 그렇죠 요즘세상이.. 관심이 필요해요!!!!!!!! 푸히히히.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 정말 부러운 학교죠 ㅠㅠㅠㅠㅠㅠㅠ 저희학교에 저런선생님 한분만 계신다면 정말 학교가기 편하고 행복할텐데- 현실은 저흴 도와주지않죠... 아흑. 감사합니다♡
와웅, 색다른데요,완전 감동, !
★ 아웅 색다른가요? 푸히- 이런 내용을 써보고 싶었답니다 헤헤. 완전감동이라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ㅠㅠ!! 감사합니다♡
언니 우리 말 놓기로 했잖아?ㅋㅋ 아아.. 난 정말 관심이 필요해..ㅜㅜ 화내고 혼내는 선생님이 아닌 따뜻한 선생님이 필요해..ㅜㅜ 음음.. 언니 이번 소설은 완전 감동!! 러브모드가 아니라서 처음엔 살짝 당황했는데 역시 언니 좀 짱인듯? ㅋㅋ 잘 읽고 가♡
★ 웅코에코에- 그렇지!! 학생들한테정말관심이필요해 흑. 무작정 화내고 혼내기보다는 화도 내고 혼도 내지만 따뜻한 말도 할줄아는 그런선생님이 필요하다그.. 와 이번소설이 감동이야? 엄허엄허 헤헤 러브모드 소설보다 이런류의 소설이 땡기더군 므흣. 어머 내가 쫌 짱이라니 꺄- 고마어 코에양! 다음에봐♡
완전짱짱!!진짜루저런선생님들만있었음좋겠어요ㅠㅠ
★ 그쵸그쵸? 진짜 저런선생님만 있으면 완전행복할텐데말이죠 ㅠㅠ 빌어봐야죠 흑. 감사합니다♡
아아...저런 선생님이 많이 있었으면 하네요...
★ 저런선생님들이 많이 있으면 학교가기가 왜 싫겠어요 흑. 정말 안타까운현실.. 감사합니다♡
인간적인 선생님을 꿈꾸는 저에게는 상당히 이상적인 선생님이네요.후후.부러워라.
★ 정말 이상적인 선생님이죠- 부디다음세대의 선생님들은 저랬으면 좋겠는데- 헤헤 감사합니다♡
난 담임쌤이 무서운 학주쌤인데 ㅜㅜ 저학교로 전학가고 싶어요 ㅋㅋ
★ 으 무서운 학주쌤.. 정말 싫죠 ㅠㅠ 저희학교 학주는 맨날욕먹어서 아마오래살것같은 그지같은 학주.. 저도 저학교가 있다면 전학을..흑.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