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오래된 제자아이들이 만년필을 선물했습니다.
아마 녀석들 생각엔 단아하게 다갈색 상위에 앉아 원고지에 글을 쓰고 있
는 내 이미지를 그렸나봐요. 그 고운 아이들이 수줍게 선물을 내밀며 "
꼭 풀러보세요.. 선생님께 정말 필요한 거예요.. " 하더라구요.
케이스는 내가 좋아하는 청록색과 더 진한 녹색이 마블링 무늬더군요.
손에 딱 안기는 것이 손안이 꽉 ~~ 차면서 뿌듯했어요.
집에 와서.. 열심히 종이에 글자를 써봤습니다.
.. 제제바보.. 뭉치 돼지.. 덩이..심통.. 수니 어리버리...
사각..사각.. 그 느낌.. 까스레 하다가도.. 미끌어질듯 부드러운 그 느
낌.. 글자가 종이 위에 떠오르는 그 느낌은 모니터에 글자가 써지는 것이
랑 사뭇 다르더군요. 어린 시절 잃어버렸던 마법의 주문을 다시 찾은 느
낌이였어요
잉크도 사오고 신이 났었지요. 그러다 문득.. 이제 사람들이 더 이상 다
갈색 책상에 단아하게 앉아 글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니.. 최소한 내가 말이예요..
글을 쓸때 내 상태... 거의 폐인 상태지요.
편한 옷을 입고.. 가끔 책이 쫘르륵 쌓인 책상 한켠 컴퓨터 모니터를 째
려보면서.. 자판을 두드리지요. 가끔 자판위에 손을 정지하기도 하지만
그런 순간은 별로 없습니다. 뚜루룩..뚜루룩.. 자판에서 나는 소리가 모
니터에선 글자로 바뀝니다. 컴터 의자에 앉아.. 가끔 책상다리를 하기도
하고.. 그렇게 폐인 상태로 글을 쓰는걸 우리 꼬마들은 모르나봅니다. 공
연히 웃음이 나옵니다.
고등학교때 스카이 블루빛 잉크로 글 쓰기를 좋아했습니다. 이것 저것..
되지도 않는 시들을 꼭 스카이 블루 잉크로 썼었지요.
좋아하는 벗들에게 스카이 블루 잉크로 긴 편지를 썼습니다.
이제 나도 글쓸때 폐인 상태를 벗어나서.. 고운빛 잉크로 내 좋아하는 벗
들에게 편지라도 써야겠다 싶었습니다.
좋아하는 벗들에게 편지를 써야지 생각하다.. 문득.. 마음이 통째로 비
는 것 같았습니다.
아하..이런..
이젠 더 이상.. 편지를 쓰지 않습니다. 아무도 주소를 알려주지 않고..
또 편지 받기를 원하지도 않습니다. 한번 읽고 휙 지울 수 있는 이메일
함이 지워도..지워도...매일 가득가득 찰 뿐입니다.
우리가 잃어가는 것이 무척 많구나 싶은 날입니다.
또박 또박 사그락 거리는 만년필로 좋아하는 벗들에게 편지쓰는 것도 잃
어가고.. 편지 받는 설레임도 잃어가고.. 편지 부치는 즐거움도 잃어갑니
다.
며칠전 좋아하는 젊은 후배가 보낼 수 있는 편지를 보내고 싶다고 주소
를 알려달라 이메일을 보냈더군요.. 아하.. 그도 어쩜 내가 느끼는 것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싶었습니다.
목동님 별명은 뭔지여 이상하게 선생님 이름은 다 잊었지만 별명만큼은 생생하니 참...그리고 난 연필로 노트에 글을 씁니다 필통이란걸 아직 버리지 못하는 구석기 사람이지요.. 어릴적에 일기장 생각나나여?맨윗줄에 시계가 그려진...지금 제일 갖고싶은 공책이 그 누런 일기장입니다
미셸님..윤주님.. 그런건가요? 나이를 먹어가는건가요? 그렇게 지난 것들이 곱게 마음속에서 느껴지니 나이 먹는다는거 아름다운 일 같아요... 하얀나비님.. 저 별명 너무 많아요. 그래도 아이들은 이름을 모두 기억하던걸요. 언제 만나면.. 누런 일기장 선물해드릴께요~~~ 참!! 연필도요..
첫댓글 저도 옛 것을 그리워합니다.그런게 나일 먹었다는 징조라던데...
편지....는, 그리움이고 설레임이고,기쁨이였는데.... 아~ 전설같은 이야기로 사라지는가...어릴때는 국군아저씨들께 위문 편지를 쓰며 글쓰는 재미를 알았는데... 그리운 시절은 어디에... 지나간 옛 시절을 느끼게 했군요 캄사!!!
목동님 별명은 뭔지여 이상하게 선생님 이름은 다 잊었지만 별명만큼은 생생하니 참...그리고 난 연필로 노트에 글을 씁니다 필통이란걸 아직 버리지 못하는 구석기 사람이지요.. 어릴적에 일기장 생각나나여?맨윗줄에 시계가 그려진...지금 제일 갖고싶은 공책이 그 누런 일기장입니다
미셸님..윤주님.. 그런건가요? 나이를 먹어가는건가요? 그렇게 지난 것들이 곱게 마음속에서 느껴지니 나이 먹는다는거 아름다운 일 같아요... 하얀나비님.. 저 별명 너무 많아요. 그래도 아이들은 이름을 모두 기억하던걸요. 언제 만나면.. 누런 일기장 선물해드릴께요~~~ 참!! 연필도요..
에고고 고마워서 어쩌나 아직도 그 누런 일기장을 파는감여 연필은 됐고만요 죽을대까지 쓸 정도로 있는걸여 언제 만날 날이 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