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선의 시 명상] 매달리기 (이병일)
당신의 그림자는 무엇인가요?
나에게 매달린 그림자는 무엇일까 / 셔터스톡
우리는 죽을 때 까지 매달리기를 해야 한다
그림자는 종일 내 몸에서 매달리기 중이지만
나는 힘들어하지 않는다 그림자가 되고 싶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새는 깃털 하나로 흔들리는 중력에 매달리고
물고기는 거꾸로 돋은 비늘로 강바닥에 매달린다
무언가에 매달려야 살아가는 것도 있고
무언가를 매달고 살아야 하는 것도 있다
이 시를 읽고 있으면 철봉에 거꾸로 매달리던 기억이 납니다. 해질녘이면 그림자가 길게 꼬리를 이었지요. 우리가 자신의 그림자를 볼 기회가 얼마나 많을까요.
어린 시절이거나 어른인 지금이거나 우리는 좀처럼 그림자를 보지 않습니다. 나무 그림자, 건물 그림자는 곧잘 눈에 담으면서도 나 자신의 그림자는 뒤돌아보지 않지요.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야 보이는 그림자. 저녁무렵엔 나보다 훨씬 길고 옆으로 뻗어나가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주었지요.
우리가 생각하는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아니 일부러 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엄연히 내게 있는 것입니다. 내 몸과 빛이 있어야 생기는 이 그림자는 빛이 없다면 생기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음지라고도 말해지지요.
그렇기에 수많은 이들이 그림자를 제재로 한 동화를 쓰고 시를 쓰고 급기야 융은 이 그림자를 우리 자신의 내부에 숨은 존재로 보았습니다. 심리학에서도 거론할만큼 큰 의미를 갖고 있다는 거지요.
우리는 죽을 때까지 그림자를 매달고 삽니다. 그렇게 한데 있으므로 그림자가 우리에게 매달리는 것인지, 우리가 그림자에 매달리는 것인지는 잘 모를 일입니다.
그러므로 물고기가 거꾸로 돋은 비늘로 강바닥에 매달린다는 것은 강바닥이 곧 하늘일 수도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우리가 어떻게 마음 먹느냐,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주체가 달라지고 그림자가 달라진다는 의미일테지요.
물고기건 새건 매달리게 만드는 것은 극히 작고 소소해 깃털 하나, 비늘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거꾸로 돋은 비늘은 역린입니다. 전체 무게에 비겨 역린은 극히 사소합니다. 그러나 그 역린이 그 사람의 인생 전부를 뒤엎기도 하지요.
당신에게 거꾸로 돋은 비늘은 무엇인지요. 깃털 하나는 무엇인지요.
글 | 이강선 교수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