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전학생 김고은입니다. "
선생님이 자리에 앉으라는 곳에 앉았다.
오랜만에 학교를 다니는 것이라서 매우 떨렸지만,
그래도 티를 내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교과서를 정리해서 서랍에 넣었다.
옆에 앉은 아이는 담배냄새를 풍기고 있었는데,
졸린지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잠만자고 있었다.
1교시가 끝나갈 쯤에 잠에서 깼는지, 나를 쳐다보더니 말을 건다.
교복은 줄인 것 같기도 하고, 약간 까무잡잡하고 꽤나 잘생긴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난다.
" 너 누구냐? "
" 응? "
" 너 누구냐고 "
" 나? 나, 오늘 전학온 앤데.. "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그냥 엎퍼져 자는 녀석,
이름표도 못봤다. 정말 어디서 본 아이 같은데‥
" 서지한 "
" 응? "
" 서지한이야. 내이름 "
내 마음을 읽은 것 처럼 자신의 이름을 얘기하는 녀석, 아니 서지한.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꼭 처음이 아닌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은 들지만‥
" 이쁘게 생겼다. "
" 응? "
" 너. 이쁘게 생겼다고 곱게 생겼어. "
" 아‥ 고마워 "
" 너 보니까, 설렌다. "
" .. "
" 마음이, 또 설렌다. 앞으로도 설렐 것 같다. "
" .. "
이럴 때는 어떤 말을 해야하는 것인지 생각을 못해봤다.
당황스럽지도 갑작스럽지도 않은데
그냥 정말로 고맙다. 그런말을 해준다는 것이.
" 그러니까, 나 조금만 덜 설레게‥ 내 옆에 계속 있어줄래? "
슬퍼보였다. 그 말투가. 있어달라는 말이 너무나도 슬퍼서일까?
다음교시, 그 다음교시에도 애들이 다 가고 난 뒤에도 난 그녀석 곁에 있었다.
그녀석도 나도 그냥 계속 책상에 앉아있었다.
" ‥지한아, 집에 안가? "
용기 있게 꺼낸 말이 겨우 집에 가자는 말이었지만,
지한이는 그 말을 듣고서 일어났기에 정말 좋았다.
나도 집에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한이와 나는 집에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석은 내 손을 꼭 잡고 있었고, 나는 나쁘지 않았기에 그냥 냅뒀다.
사실은 내가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 너희집 다왔다. "
" 어? 우리집이야? "
" 응 "
" 아, 고마워 정말로‥ "
집에 들어가려고 몸을 비튼 순간, 지한이가
나를 뒤에서 끌어 안았다.
" 왜 울어‥ "
" …보고싶을꺼야, "
" ‥우리 오늘 처음봤고, 앞으로도 계속 볼텐데 왜그래? "
" 그냥 ‥ "
지한이가 나를 자신의 앞으로 돌리더니
머리카락을 쓸어서 넘겨준다. 그리고 키스해주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지나간 일이라서 그런지
당연한 듯 했다.
" 잠깐만, 아주 잠깐만 나랑 어디좀 같이 가자 "
지한이가 나를 데려온 곳은 한강이었다.
아니, 한강에 모여있는 우리 학교 아이들에게 데려왔다는 말이 더 맞는 말일 것이다.
" 내 마누라다. 인사해라. "
" 미친-, 니가 마누라는 무슨 마누라냐 유치하게, "
" 그래! 이 서저질! 꺼져라! 우리의 파티를 방해하지 말아라! "
" 안녕? "
지한이에게 애들이 뭐라고 하는 틈을 타서 한 여자아이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 사이에 조금 친해져서 많은 얘기들을 들었다. 거의 지한이에 대한 얘기었지만,
" 고은아 "
" 응? "
" 사랑해 "
" 응? "
" 여자대 여자로서, 넌 정말 고와 "
" 아,하하하 고마워 "
" 벌써 5시다. 그만 헤어져야 겠다. "
" 응 "
여자아이 경은이도 또 다른 애들도 나를 집에 데려다 주었다.
그 아이들은 해맑게 손을 흔들어 주었고,
나도 손을 흔들며 집으로 들어갔다.
지한이의 포옹의 따뜻함과 함께.
집에 들어가서는 아무방이나 들어가서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그냥 잠들어버렸다.
아주 편안하게‥ 꼭, 마치 중대한 과제를 끝낸 것 처럼‥,
그리고, 나는 다시 깨어날 수 없었다.
깨어나지 않았다.
[ 번외]
" 고마워‥ "
" 아닙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
" 친구들도 고마워, 우리 고은이를 위해서 그런 쇼‥ 해준거, 선생님도 감사해요. "
"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고은이 마지막 길 이렇게 쉽게 보내준 거..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
" 치매‥ 그런게 이렇게 무서울 줄은 몰랐어요. 그래도 고은이, 편안하게 간 것 같아 좋네요 "
지한이와 그의 친구들은 한강에서 검은 정장을 입고서 정숙하게 서 있었다.
" 고은이도, 알았나봐 "
" 뭘? "
" 우리 고등학교때가 제일 행복했었다는거‥ 그래서 고등학교 때 기억가지고 간 거겠지. "
" 혹시, 우리가 이 쇼. 조금만,.. 늦게 했음. 그 때 갔을까? "
" 서지한. 그렇게 생각하지마, 고은이도 안바래, "
" 난 눈치챘을 줄 알았어, 20분 수업하고 2분뒤에 종치고‥ 학생도 너희밖에 없는데‥ 선생님도 한명만 계속 들어오는데 …
점심도 안먹었는데, 학교 끝나고 김고은이 집도 안 알려줬는데 내가 데려다 주고, 깜짝 고백하고 키스도 했는데‥
누구나 의심할 짓 다 했는데 우리 바보같은 김고은 남편이 쇼한 것도 모르고 그냥 다 속아주고… "
" 그래도 멋있었다. "
석양이 한강을 물들이고 아이들은 슬픔에 젖어 있었다.
이제 막 30살이 되어가는 애들한테 고등학생이 잠시만 되어달라는 말은
고은이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한 것이었지, 고은이에게 행복을 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고은이가 행복했다면. 기억이 없어도. 마지막 기억에는 함께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 고은이에게 고맙다.
" 사랑해 김고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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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니까 이렇게 끝내버렸네요
너무 오랜만에 썼나봐아아아아
감이안오네 ; 그래도 읽어주신 님들에게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혹시라도 이해하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서 말해드립니다.
치매에 걸린 아내를 위해 17살때 처음 만났던 것을
재현 해 주는 남편과 아내의 변함없는 사랑이라고나 할까요?
물론 남편도 아내가 죽지 않았다면 계속해서 다시 재현을 해줬겠지만,
그거 다쓰면 장편이니까염!
아무튼 댓글달아주시면 감사할께요!
댓글에 목말라있는가봥, 요즘 단편을 많이 써서 장편에도 도전할려구요!
그럼 감사합니다. 대박터지세요!
첫댓글 이야감동적이네여..!
우왕우왕 감사해염!
삭제된 댓글 입니다.
진짜염? 히히 감사해요!
은근한반전!!!멋있어요!!
우왕~ 반전을 노린거예염 ! 알아주셔서 감사해염!
친구들과 남주가 넘멋잇네요.......음 슬퍼요ㅜㅜ저 스토리로장편에 도전해보신다면 정말좋은소설이될꺼같아요 ㅋㅋ작가님두 대박터지세요!ㅎ
난강님도 대박터지세요! ㅎㅎ 좋은 말씀 감사해요!
갑자기 이야기가 뚝!! 끊긴 느낌.. ㅡㅡ;; 그래도 너무나 감동적이네요 ㅠㅠ 잘 읽었고 건필하세요 ^^ 다음 글 기다릴께요 ^0^
네네! 꼭 건필하도록 할께요! 잃었던 감을 다시 찾아야죠! ㅎㅎ
마저장편으로나왔음더재밌었을듯!!ㅎㅎ잘봤어여~~~~~
ㅎㅎ장편도 곧 쓸려구요! 감사합니다!
뭔가 끌려서 끝까지 봤는데... 마지막 조금 슬프구.. 재밌게 봤어요 ㅋ
우와! 끌렸다니~ 정말 좋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와우 진짜 소름이 쫙 돋앗어요 치매라니 ㄷㄷ듀ㅠㅠㅠ.................. 재밋더용 ㅋㅋ
정말이요~ 저는 그런 것을 느끼길 바랬는데! 정말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으의ㅜㅡ 저두 치매라서 깜짝 ! 재밌게잘봣어요 '-'
히히 잘보셨다니 감사하네요!
아악! 완전한 반전이었어요 !!! 상황이 너무 빠르게 전개된것 같지만 .. 그래도 재미있게 잀었습니다 !!
네ㅎㅎ 저도 그게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예요 열심히 연습해서 다음에는 더 좋은 소설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동잇게 잘 읽었어요~장편으로 나온다면 꼭 읽을게요 ㅋ
ㅎㅎ 감사합니다! 장편도 연습해서 쓰도록 할께요!
감동적이였어요~! 멋있네요 남자주인공과 친구들이 ㅋㅋㅋㅋㅋㅋㅋ
감동적이였다니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짧았지만뭐랄까 정말 감동감동 정말 장편!!꼭 나왓으면좋겟어영 ㅠㅠ 근데고은이안죽는걸로 ㅎㅎ
ㅎㅎ장편나오도록 노력해볼께요!ㅎㅎ 감동받았다니 좋네요!
읽으면서 뭔가 엄청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읽고보니 감동이네요 ㅜㅜ 치매라니 참....
감동받으셧다니! 정말 저한테는 님 댓글이 감동적인데요~?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