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네바다주의 정치인 출신 남성이 임기 중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쓴 기자를 흉기로 살해한 1급 살인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 받아 종신형을 언도 받았다.
로버트 텔레스(47)는 라스베이거스 리뷰저널의 기자 제프 저먼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2022년부터 수감 중이었다. 재판 도중 검찰은 저먼의 손톱에서 나온 DNA 증거가 무죄라고 강변하는 텔레스에 속한다고 배심원단에게 제시했다.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이틀의 숙의를 거쳐 28일(현지시간) 유죄 평결을 내렸다고 영국 BBC가 다음날 전했다. 배심원들은 별도의 심리를 통해 텔레스에게 종신형을 선고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의견 일치를 봤다.
2018년 클라크 카운티의 퍼블릭 어드미니스트레이터로 선출됐던 텔레스는 이날 법정에서 재판장이 배심원단 평결을 주문하는 순간 멍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유죄 평결이 낭독되는 순간에는 고개를 떨궜다. 2번 배심원은 재판부를 향해 "배심원들은 살인이 의지에 충만해 의도적으로 치밀하게 준비됐다는 만장일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텔레스는 이날 별도의 심리에서 종신형을 언도받았다. 그는 20년을 수감된 뒤에 가석방 신청 자격을 얻는다.
이번 재판은 2주에 걸쳐 진행됐으며 7명의 여성과 5명의 남성으로 이뤄진 배심원단이 지난 26일부터 시작해 대략 12시간에 걸쳐 숙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형사들과 포렌식 전문가들, 이 전직 정치인을 아는 이들, 텔레스 본인 등 수십 명이 증언대에 섰다. 텔레스는 본인이 짜맞추기에 당했다고 강변했다.
그는 재판 일주일째 시점에 "이번 일은 일종의 악몽이었다”면서 "난 무고하다고 명확하게 말하고 싶다. 난 저먼 씨를 죽이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2022년 9월 당시 69세의 저먼은 자택 밖에서 목과 상반신에 일곱 차례나 흉기에 찔린 채로 발견됐다.
검찰은 선출직 관리로서 자신의 행동들에 대해 썼던 저먼 기자의 기사가 노골적이란 이유로 텔레스가 그를 살해한 것이라고 봤다. 기사 중에는 텔레스가 직원 중 한 명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라스베이거스 사무실에서 적대적인 행위를 여러 차례 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민주당 당원인 텔레스는 선거를 앞두고 저먼의 기사가 라스베이거스 리뷰저널에 실리는 바람에 2022년 프라이머리 선거에서 낙선해 연임에 실패했다.
경찰이 회수해 배심원단에게 보여준 폐쇄회로 동영상을 보면 저먼을 공격한 괴한은 커다란 밀짚모자를 쓰고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당국은 나중에 텔레스 자택에서 같은 품목들이 잘려나간 것들을 찾아냈다.
검찰은 또 텔레스가 동영상에 나타난다며 저먼의 집 밖 수풀에 몸을 숨기고 있었으며 그 뒤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텔레스의 변호인들은 오염된 증거를 그의 집에 몰래 심어둬 의뢰인을 옭아매려 했다고 반박했다. 그들은 또 저먼의 기사가 "살해 동기"가 될 수 있겠느냐는 점을 쟁점으로 삼았다.
그러나 검찰은 DNA 증거를 공유함은 물론, 시간표와 텔레스의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이 저먼의 집 근처 도로를 지나갔다는 증거를 들이댔다. 운전자의 인상착의는 폐쇄회로 동영상에 나온 사람이 입었던 것과 똑같았다.
클라크 카운티 지구 검찰총장 스티브 울프슨은 법정 밖에서 취재진을 만나 배심원단의 평결을 자축했다. 베테랑 기자인 저먼은 40년 동안 라스베이거스 시의 문제점과 부패를 고발해 왔다. 사망할 당시에도 그는 텔레스에 대한 기사를 한 건 이상 게재하고 있었다. 라스베이거스 리뷰저널의 글렌 쿡 편집장은 성명을 내 "배심원들이 정의의 수단을 배달했다"고 반기며 “제프는 커다란 자부심을 안겨준 종류의 일을 하다 살해됐다. 그의 리포팅은 나쁜 행동을 한 선출직 공직자를 쫓아내 유권자들로 하여금 다른 누군가를 그 일에 선택하게 북돋았다"고 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