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그 파란만장한 사랑과 이혼의 역사.
최근 '잉꼬부부' 로 유명했던 박철-옥소리 부부가 파경을 맞은데 이어 이영하-선우은숙 부부까지 26여년 만에 이혼을 결정하면서 사회 전반적인 '이혼 충격' 을 불러 일으켰다.
"연예인 팔자는 무당 팔자"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파란만장한 연예인들의 결혼과 이혼. 한국 대중문화 100년 史를 수놓은 '이혼의 역사' 를 한번 되짚어 보자.
한국 최초의 여성 소프라노 '윤심덕' 의 사랑과 죽음은 그야말로 한국 대중사에 길이길이 남을 명장면(?) 이다. <사의 찬미> 라는 노래로 지금까지도 뭇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윤심덕이 사랑했던 사람은 하필이면 유부남이었던 김우진이었고 결국 그들은 현해탄을 건너는 배 위에서 자살을 선택했다. <사의 찬미> 는 어쩌면 윤심덕과 김우진의 사랑을 상징한 노래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들의 죽음은 '자살이냐, 타살이냐' 라는 논란 때문에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고 "윤심덕과 김우진이 죽지 않고 영국으로 갔다더라." 라는 소문까지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로 확인된 것은 단 한가지도 없고 그저 윤심덕과 김우진의 애타는 사랑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할 뿐이었다. <사의 찬미> 가 우리나라 최초의 '유행가' 가 됐었던 이유는 바로 그 노래 뒤, 이들의 불같은 사랑이 존재했기 때문이리라.
死의 讚美
윤심덕
광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데이냐.
쓸쓸한 세상 적막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려 하느냐.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고만일까.
행복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웃는 저 꽃과 우는 저 새들이
그 운명이 모두 다 같구나.
삶에 열중한 가련한 인생아.
너는 칼 위에 춤추는 자도다.
눈물로 된 이 세상이 나 죽으면 고만일까
행복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허영에 빠져 날뛰는 인생아
너 속였음을 너 아느냐.
세상에 것은 너에게 허무니
너 죽은 후는 모두 다 없도다.
눈물로 된 이세상이 나 죽으면 고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한국의 '엘리자베스 테일러' 김지미의 결혼과 이혼은 그야말로 한국 연예계의 획기적인 대 사건이었다. 결혼과 이혼이 여배우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되던 그 시절 김지미는 세 번의 결혼과 세 번의 이혼을 반복하면서도 여전한 한국 최고의 '톱스타' 였다. 어쩌면 자유분방하다 할 정도의 '튀는 인생' 이 김지미의 매력을 한껏 더했던 것일 수도 있겠다.
59년 홍성기 감독과의 첫 결혼에 실패한 뒤, 당대 최고의 배우였던 최무룡(배우 최민수의 아버지)과 두번째 결혼에 골인한 김지미는 사업실패와 각종 악재로 두번째 이혼의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그 당시 돈으로 3000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빚을 지고 있었던 최무룡은 김지미를 두고 "우리가 헤어지면 한 명만 죽으면 된다. 지미까지 죽을 이유는 없다." 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김지미 역시 최무룡과 헤어지면서 "우리가 어떻게 사랑한 사이인데.....하늘이 참으로 무심하도다." 라는 탄식을 하기도 했다. 이 후, 그녀는 '트로트의 황제' 나훈아와의 떠들썩한 열애 소식으로 전국을 뜨악하게 만들더니 홍종구 박사와 세번째 결혼, 그리고 세번째 이혼을 하며 영원한 '스캔들 메이커' 임을 입증해 보였다.
가수 최백호와 배우 김자옥의 이혼 역시 언론을 떠들썩하게 한 이슈거리였다. 처음부터 최백호의 팬과 김자옥의 팬이 갈려 "어울린다, 아니다." 로 시끄러웠던 이들의 결혼은 결국 최백호와 김자옥의 협의 이혼으로 비참한 종말을 맞았다. 이 후, 김자옥은 상큼발랄하고 산뜻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으며 슬럼프를 맞이하는 수모를 겪기도.
그러나 뛰어난 연기력과 불같은 열정으로 다시 한번 TV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예전과 같은 인기를 되찾으며 개성있는 연기를 선 보이고 있다.
가수 조영남과 배우 윤여정의 이혼 사실도 그 당시에는 상당한 충격이었다. <장희빈><화녀> 등으로 '70년대의 김희선' 의 인기를 누렸던 윤여정이 정상의 시절, 너무나도 당당하게 연예계를 은퇴할 수 있었던 것은 조영남과의 불같은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끼가 없기 때문에 끼 많았던 그 남자를 너무나도 사랑했다던 '하이틴 스타' 윤여정은 그렇게 미국으로 떠났고 13년여 만에 담배와 술로 찌든 이혼녀의 모습으로 한국에 되돌아 왔다.
이혼 사유는 조영남의 외도였고, 지금까지 윤여정은 조영남과의 이혼에 대해 일언반구 대꾸하지 않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쯤에서 결혼에 관해 윤여정이 고백하는 슬픈 자화상 하나.
드라마 <새엄마> 종영 후, 쫑파티 때였다. 다음 날, 조영남과의 결혼으로 미국으로 출국하는 윤여정의 환송파티가 곁들어진 이 쫑파티에서 모든 사람들이 문화관광호텔에 방까지 잡고 놀 정도로 신나게 놀게됐다. 물론, 집필작가였던 김수현과 출연배우인 윤여정까지 흠뻑 술에 취했던 것이 사실이고. 그 때 취한 김수현이 윤여정을 보더니 대뜸,
"윤여정 씨. 미국 가지 마요. 그 결혼 하지 말아요. 여정씨는 투명한 사람인데 그 남자는 불투명해서 나는 싫어요."
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다음날 멀쩡한 결혼을 앞두고 출국할 사람한테 말이다. 훗날, 윤여정은 말한다.
"그 다음날 피앙세를 만나 결혼하러 떠나야 하는 나를 붙잡고 그게 할 소리야? 이제 와서 그 때 그 말을 들을 걸 하고 후회해봤자 말짱 소용없는 일이지만, 아무튼 그날 그이는 거듭 몇 번인가 같은 소리를 했고 나는 계속 황당해 했지. 좌우지간 불투명해서 싫다던 그 사람과 나는 결혼을 했고 그이는 그 불투명한 남자를 나보다 더 사랑해줬어. 내가 그 남자랑 헤어질 때까지."
이제는 고인이 된 故 길은정과 편승엽의 이혼 역시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 라는 명언을 남기면서 뭇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그야말로 멜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던 그들의 기자회견은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없다." 라는 찬사를 받았을 정도였고 길은정과 편승엽은 이혼 뒤에도 자신만의 길을 성실하고 묵묵히 걸어가는 듯 했다.
그러나 길은정이 "내 결혼 생활은 악몽 같았다." 라는 투의 글을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진실 공방이 벌어졌고 결국 맞고소까지 가면서 아름다웠던 멜로는 처참한 종말을 맞았다. 길은정에게나, 편승엽에게나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남겼던 법정 공방은 결국 법원이 편승엽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일단락 됐으나 길은정은 "진실은 이렇게 거짓이 됐다." 라며 판결에 불복했다.
이제는 하늘나라로 떠난 길은정..........부디 하늘에서는 이것 저것 상처받지 않고 행복하기를.
90년대 연예인들의 이혼은 훨씬 더 잦아졌는데 특히 톱 스타 이미연과 김승우의 파경 소식은 그야말로 길이길이 회자 될 이슈거리였다. 줄곧 최수종-하희라 부부와 비견되며 연예계의 최고 인기부부로 자리하고 있던 그들의 이혼은 말 그대로 핵폭탄급 이었던 것. 특히 김승우가 외국에 나간 뒤, 나홀로 진행된 이미연의 기자회견은 '이 보다 더 드라마틱 할 수는 없다.' 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 충격파 만큼 이혼을 둘러싼 뒷소문 또한 무성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여배우 K씨가 이혼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 소문에 대항해 김승우는 '뜬금없는 헛소리, 근원지를 찾아 고소하겠다' 라며 강경한 자세를 취했고, 이미연 역시 소문에 대해 '그런 적 없다' 로 일관해 초기 진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어찌되었건 이들 커플의 파경은 광고계 쪽에도 상당한 충격파를 줬는데 당시 광고업주들은 "이미연이 우리한테 이럴수는 없다" 라는 반응이었다. 협의이혼 직전에 김승우는 어느 정도 광고 쪽을 정리하고 있는 상황이었던 반면 이미연은 더욱 적극적으로 협상에 참여하는 자세를 취했기 때문이다.
'이미지' 하나에 먹고 사는 광고 회사로서는 이미연을 가만둘수 없었고 이미연은 총 4~5개의 CF업체에서 20억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를 받았다. 그러나 이미연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함으로써 다행히 이 사건은 잘 해결이 됐고 큰 맘먹고 이미연을 계속 고용했던 광고주들은 이혼 후 이미연의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자 쾌재를 불렀다고 한다.
결혼 5년만에 파경을 맞았던 '김승우-이미연' 커플은 이혼 후에도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는 등 특유의 호탕함을 유달리 과시하고 있어 연예인들의 이혼 중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김승우-이미연' 부부와는 달리 이혼 때문에 신세 망친 대표적인 부부는 '조성민-최진실' 커플이다. '세기의 커플' 이라는 칭송을 받으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으며 화려하게 결혼했던 이들은 조성민의 단독 이혼 발표로 처음으로 이혼 소식이 들려왔다.
대중들에게 웃음만을 선사했던 개그맨들도 '이혼의 아픔' 에서는 예외가 아니었다. 그 예전 서세원 쇼인가, 이주일 쇼인가에 나와서 엄용수가 자신의 이혼을 희화화 할 때만 해도 개그맨들에게는 아픔이 없는 줄 알았는데 그 또한 '대중들을 위한' 뼈를 깎는 아픔이라는 것을 알았을 땐 참 많이 그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