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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의 꿈 |
Story by skald(혼자) |
옛날에 어떤 작은 마을에 거지소녀가 살고 있었다. 그 소녀의 이름은 앨리스, 그녀는 다 찢어지고 헤진 옷을 이리저리 엮어서 만든 옷으로 간신히 치부만을 가리고 생활하고 있었다.
앨리스는 공상을 많이 하고 잘하기로 소문이 난 아이였다.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이야기는 어찌나 생동감이 있던지, 사람들은 모두 앨리스가 그 일을 직접 겪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곧 사라졌다. 왜냐하면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그녀의 현재 나이를 비교해보면, 뭔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도 앨리스는 거리를 헤매며 음식을, 혹은 동전 몇 닢을 구걸하고 있었다.
“거기 가는 멋쟁이 신사분! 와 마치 거울나라의 귀공자 같으시네요? 정말 멋져요!”
앨리스가 한 중년의 배불뚝이 남자의 앞에서 갖은 아양을 떨고 있었다. 그 남자는 그런 앨리스의 애교가 싫지는 않은지(다만 지저분한 몰골에 인상을 조금 쓰기는 했지만)지갑에서 동전을 몇 개 꺼내어 앨리스의 작고 앙증맞은 손에 올려주었다.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은 양의 돈을 받은 앨리스가 놀라 입을 벌리고 있는 사이 그 중년인은 앨리스를 비켜 자신이 갈 길을 찾아 길을 다시 가기 시작했다. 앨리스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자신에게 돈을 준 중년인을 쫒았다.
“아저씨! 이렇게 많은 돈은 필요 없어요! 오늘 하루의 저녁을 먹을 수 있을 만큼의 돈이면 되요!”
앨리스는 자신의 손에서 동화를 하나 남기고는 다시 그 중년인에게 내밀었다.
중년인은 눈앞의 작은 소녀의 행동을 이해 할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일반적인 거지들은 한 푼이라도 더 많은 돈을 얻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며, 하루에 받은 모든 돈을 술을 먹는 것에 탕진한다. 하지만 눈앞의 소녀는 하루의 따스한 저녁을 먹을 수 있을 만큼의 돈만을 원했다.
“그게 무슨 말이니? 아가?” “아가라뇨! 전 앨리스라고요! 작고 귀여운 꼬마숙녀 앨리스!”
앨리스가 중년인지 자신을 아가라고 부른 것에 버럭 화를 내며 귀엽게 눈을 흘겼다. 중년인은 아차 하며 자신의 이마를 두드려 잘못했다는 시늉을 하며 고개를 숙여 사과를 했다.
“이런 그래 미안하구나, 앨리스? 방금 네가 한 말이 무슨 말이니?” “음! 말 그대로예요. 전 비록 하루하루를 구걸하며 살아가는 처지지만, 그리고 지금 저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어요. 전 거지랍니다. 거지에게는 하루 한 끼의 따스한 식사를 해결 할 수 있는 정도의 돈만 있으면 그날은 정말 행복한거예요.”
중년인은 어린 앨리스의 말에 놀라고 있었다. 어른들마저도, 눈앞의 금전에 혼을 팔고, 어린 아이일수록 가지고 싶은 게 많은 법인데도 불구하고 앨리스는 그러지 않았다. 그것이 중년인으로 하여금 굉장한 호기심과, 이 소녀가 자라면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앨리스, 이 아저씨랑 같이 가지 않을래? 보통의 아이들처럼 살게 해줄 수 있단다.”
중년인의 말에 앨리스가 이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중년인은 앨리스의 표정을 보며 안달나기 시작한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며 앨리스의 대답을 기다렸다.
“거절하겠어요. 전 지금까지도 거지소녀 앨리스였고, 앞으로도 거지소녀 앨리스예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에요.”
앨리스는 당당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중년인은 너무도 놀란 나머지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대체 이 어린 소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그의 상식으로는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아, 제가 동전을 주신 답례로 이야기를 하나 해드릴까요? 이건 제가 꿈에서 겪은 일이랍니다. 아주 무시무시하고, 섬뜩한 이야기예요.” “그래 어디 한번 들어보자꾸나.”
앨리스는 중년인에게 오라고 손짓을 한다. 그러고 보니 앨리스는 어느 사이엔가 마을의 중앙에 있는 분수대 앞에 아무렇게나 앉아있었다. 중년인은 천천히 앨리스의 옆으로 걸어가 앉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 두 사람을 보며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잘 들으세요, 저의 이야기는 단 한번만 말한답니다!”
앨리스의 작은 입이 단호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1. 작은 마을이었다. 사람들은 모두가 힘이 없는 얼굴이었다. -다그닥 다그닥 하는 말 발굽소리가 들리자 사람들은 헉 하는 헛바람을 집어삼키며 모두들 길의 양옆으로 갈라서 엎드린다. 최대한 자신의 몸을 바닥에 붙이는 것만을 생각하는 듯 했다. 몇몇 사람들은 너무 세차게 바닥에 자신의 머리를 가져다 박았는지 이마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호호 오늘도 다들 착하구나.”
말발굽소리와 함께 듣기에도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몇몇 사람들은 심장이 덜컹 하고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말의 위에 앉아있는 사람은 여자였다. 굉장히 뚱뚱했으며, 그녀를 태우고 있는 말이 힘에 겨운지 다리가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전신에 진주로 치장하고 있었다. 살에 파묻혀 보이지도 않는 그녀의 두 눈에는 짙은 붉은색의 눈 화장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역시 붉었으며, 굵은 그 입술에는 기다란 곰방대가 물려져 있었다. 곰방대를 붙잡고 있는 손은 어찌나 살이 많은지 손가락이 살에 파묻혀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손가락에는 살들에 파묻혀 겨우 보이는 각종 보석으로 만든 반지만이 간신히 보였다.
“이봐 거기 일어 나거라.”
그 여자의 목소리는 쇠가 쇠를 긁어내는 듯한 소리였다. 사람의 내면에서부터 불쾌함과 공포를 불러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최고의 무기이자. 최악의 소리였다.
여자의 부름을 받은 남자는 힘없이 일어난다. 그의 얼굴은 공포에 질려 하얗게 질려있었다. 그런 그의 얼굴을 보며 여자가 인상을 쓴다.(하지만 살에 묻혀 그 인상을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얼굴의 살들이 한차례 출렁하고 움직였을 뿐이다.)
“얼굴이 왜 그렇게 하옇느냐?”
쇠를 긁는 목소리가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냈다. 그 소리의 날카로운 이빨은 제자리에서서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는 남자의 전신을 조각조각 내며 잘라 먹는다.
“어허! 왜 그렇냐니까!”
여자는 노성이 깃든 목소리로 말한다.
“그게... 여왕님의 너무도 아름다운 자태에 놀래서 그렇습니다.”
속마음과는 다른 말을 내뱉으며 남자는 고개를 푹 숙인다. 코잔등을 타고 굵은 땀 한 방울이 타고 떨어진다.
“호호호! 그래 내가 좀 많이 아름답기는 하지! 그런데 말이야 내가 깜빡하고, 재떨이를 안 가져 나왔지 뭔가! 이 아름다운 여왕의 재를 너의 그 아름답지 못한 추한 입에 털고자 하는데 물론 그래줄테지?”
여왕의 말에 남자는 벌겋게 다라 오른 곰방대의 끝을 바라보았다. 주변의 먼지마저도 타는지 주변에서 틱틱 하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남자는 군침을 삼키며 고개를 힘겹게 끄덕였다. 여왕에게 거절은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이미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남자는 여왕의 근처로 가 무릎을 꿇고 입을 벌렸다. 남자의 시커먼 입이 벌어지자 새빨간 입안에 들어났다. 여왕은 재를 그냥 뿌리기는 미안한지 검은 병을 하나 꺼내어 남자의 입안에 부었다. 순간 피가 사방으로 튀어 오르며 남자의 턱이 떨어져 나갔다. 남자는 손을 들어 턱이 있던 곳을 만지며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강한 산으로 뒤범벅이 되어버린 남자의 얼굴은 그 어떠한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피로 흥건해진 그의 입이었던 곳에 여왕은 재를 털었다.
“그냥 재를 털면 입안이 될 것 같아 내 친히 너의 입안을 적셔 주었느니라.”
여왕은 곰방대에 다시 담배 잎을 구겨 넣으며 말했다.
“그리고 이것은 나의 재를 털게 해준 그대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라네.”
다시 품에서 붉은색의 병을 꺼내어 남자의 몸에 뿌렸다. 그것이 몸에 닿은 부분에서부터 살이 검게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저금씩 그 속도를 빠르게 하며 검게 타들어가는 부분이 넓어지고 있었다. 남자의 몸에서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남자는 자신의 손으로 타들어가는 자신의 몸을 만지며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그 누구도 감히 나서서 그 남자를 도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호호! 아름답구나! 아름다워! 너의 그 모습은 너무도 아름다워 날 황홀케 하느니라!”
여왕이 미친 듯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웃음소리가 사그라질 쯤에 남자의 몸은 검게 변한 체 죽어버렸다.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다. 여봐라! 이 남자를 데려가 나의 성에 두고자 하니 데려 오거라!”
여왕이 말의 고삐를 치자 말은 비틀거리면서 가던 길을 계속해서 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무자비한 여왕의 모습에 몸서리를 쳤다. 그리고 그날 마을의 주민수가 한 사람 줄어들었다.
성에 도착한 여왕은 말에서 내리자마자, 자신의 전용 인력거 몸을 실었다. 그 인력거는 성인의 남자가 누워도 넉넉할 만큼의 폭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여왕이 몸을 실자, 그 넓던 공간이 한순간에 가려졌다.
“에이잇! 나의 아름다운 몸이 가려지지 않는가! 어서 더 큰 인력거를 가져오느라!”
여왕은 옆에 있는 시종에게 말했다. 하지만 시종은 우물쭈물 하며 어찌하지를 못하고 있었다. 지금 여왕이 타고 있는 것이 성에서 가장 큰 인력거였기 때문이다.
“여왕마마! 죄송하오나 그것보다 더욱 큰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종은 죽을힘을 다해 말을 했다. 시종의 말을 들은 여왕의 얼굴 살이 다시 한번 꿈틀거렸다.
“뭐라고 했느냐? 더 큰 것이 없다고?” “그러하옵니다. 마마.”
퍽! 시종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들려왔다. 시종의 얼굴은 잔뜩 함몰되어있었고, 쓰러진 시종의 입 주변에는 부러진 이빨들이 널려있었다.
“나의 집에 내가 쓸 물건이 없다는 것이 무슨 말이냐! 그게 무슨 말이냐! 그 말을 나더러 믿으란 말이더냐! 감히 누구 안전이라고 그런 망발을 해대는냐! 이곳은 나의 집이다! 나의 집에 내물 건이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어서 이것보다 더 큰 것을 내오너라!!”
여왕의 쇳소리가 성의 로비를 한가득 채웠다. 시종들과, 기사들은 사색이 되어 좀더 큰 인력거를 찾기 위해 성안을 온통 뒤졌으나. 그것보다 더욱 큰 것은 보이지 않았다. 여왕은 씩씩거리며 쓰러진 시종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이 풀리지 않는구나! 허나 너의 그 모습은 너무도 아름답다.”
여왕은 주머니에서 푸른색의 병을 꺼내어 흔들었다. 찰랑 하는 소리가 조용한 성안에 울려 퍼졌다. 시종은 감기는 두 눈을 간신히 뜬 체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코뼈가 부러졌는지 숨을 쉬기가 너무도 힘들었다. 그리고 입도 다물어지지 않았고, 쓰러지기 전보다 보이는 것이 반 이상은 줄어 있는 것 같았다. 입가로 계속해서 피와 침이 흘렀지만 남자는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여왕은 일어난 시종에게 다가오라고 손짓을 했다. 시종은 가물거리는 시야 속에서 여왕의 손짓을 받고 비틀거리며 다가갔다. 그가 다가오자 여왕은 푸른 병의 마개를 열더니 시종의 코 가에서 흔들었다. 찰랑거리는 물소리와 함께 푸른 연기가 그의 코를 파고 들어갔다.
시종은 자신의 코로 무엇이 들어왔다는 것은 알겠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시종은 전신이 가려워지는 것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하지만 참을수록 가려움은 더욱 심해져 갔고, 결국 시종은 몸을 긁어대기 시작했다.
아무리 긁어도 가려움이 가시지 않았다. 미칠 것은 가려움은 이미 그의 뇌를 지배하고 있었다. 등이 가려워! 목이 가려워! 손이, 발이 허벅지가 둔부가, 국부가! 너무 가려워! 가려워! 라는 말이 그의 뇌에 가득했다. 남자의 손이 조금씩 바빠지기 시작했다. 참을 수 없는 가려움에 그의 손에는 조금씩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힘이 들어간 손이 피부를 지나칠 때 마다 북 북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손가락에 걸린 옷가지가 이리저리 찢어지고 있었다. 피부 역시 손가락에 걸린 체 그대로 뜯겨지고 있었다. 고통은 없었다. 그저 미칠 듯한 가려움만이 시종의 몸을 지배 하고 있을 뿐이었다.
시종은 조금 더 힘을 주어 몸을 긁어대기 시작했다. 피가 튀었다. 손가락에 무언가가 걸린 체 떨어지지 않았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시종의 얼굴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의자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얼굴을 일그러트리는 것 같았다.
미친 듯한 시종의 손놀림이 돌연 멈춰졌다. 가려움이 사라진 것이다. 시종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았다. 순간 칼로 둔부를 후벼 파는 듯한 통증에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통증을 계기로 전신이 칼로 베이는 느낌이 가득했다. 시종은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 그의 비명소리와 맞추어 여왕의 콧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아주 아름다운 소리구나!”
인력거를 찾는 것을 포기한 시종과 기사들이 침울한, 그리고 겁에 잔뜩 질린 체 주춤거리며 여왕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두 눈을 후벼 파고 싶은 기분을 억지로 참으며 눈앞의 참상에서 고개를 돌려야 했다.
그들이 본 것은 온몸의 피부가 벗겨진 체 고통에 춤을추 는 시종이었다. 그의 얼굴은 이미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져있었다. 그리고 그 시종은 고통의 비명소리에서 고통의 웃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때가 되자 여왕은 검은 병을 시종에게 부었다. 치직 하는 소리와 함께 시종의 몸이 녹아내렸다.
2. 여왕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품에는 항상 14개의 색색의 병이 걸려있었다. 여왕은 오늘도 마을을 돌며, 아름다운 것을 찾고 있었다.
성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작은 동산이 있었다. 그 동산은 풀이란 풀을 모조리 파헤쳐져 있었고, 나무란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에 꼬챙이 같은 것들이 세워져 있었다. 그 꼬챙이에는 많은 사람들이 항문부터 입까지 꿰뚫린 체 꽂혀있었다. 여왕은 그 모습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도 에고니 가든은 아름답구나.”
여왕의 말에 옆에서 걷던 한 시종이 여왕의 말에 동조하며 입을 열었다.
“저 따위 정원보다는 여왕님이 천배 만 배는 아름답습니다.”
여왕의 입 꼬리가 올라가며 살이 출렁거렸다.
“오호호호 그래 그렇기는 하지!”
여왕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항상 자신의 뒤를 길게 따르던 시종들과 기사의 수는 이미 반으로 줄어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여왕은 만족했다.
그때 성의 입구에 한 소녀가 서있는 것을 발견한 여왕은 인상 쓰며 외쳤다.
“저 추한 것이 나의 아름다운 성에 서있다니! 참을 수가 없구나! 어서 잡아들여라!”
여왕의 명이 떨어지자 몇몇의 기사들이 성 앞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소녀를 거칠게 붙잡은 그들은 여왕의 앞에 소녀를 내쳤다. 소녀는 얼굴에 붕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리고 손에는 가족장갑을 끼고 있었다. 한마디로 전신을 가리고 있는 것이었다. 여왕은 그녀의 모습에 호기심이 동했다.
“무엇 때문에 얼굴을 가리고 있는 것이냐?”
소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체 물끄러미 여왕을 바라보았다. 여왕과 눈이 마주친 소녀의 눈동자색은 인간이라고 불 수 없는 색이었다. 인간의 눈동자색은 갈색부터 초록색까지였다. 하지만 소녀의 눈동자색은 푸른색이었다.
여왕은 소녀의 눈동자를 보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저렇게 아름다운 눈을 본적이 없었다. 푸른색의 보석 같은 눈동자라니! 여왕은 소녀의 눈을 가지고 싶어 했다.
“여봐라 어서 저 소녀의 눈을 파내어 가져오너라! 정말 아름답구나! 아름다운 것은 내가 가져야 한다! 어서 파내거라!”
여왕의 말에 기사들은 억! 하는 소리를 지르며 망설였다. 여왕은 그들이 망설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전신을 살을 떨기 시작했다.
여왕의 그런 모습을 본 기사들은 사색이 되어 소녀에게로 다가갔다. 여왕의 전신의 살이 떨린다는 것은 극도로 흥분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저럴 때 여왕의 심기를 거스르는 짓을 하며 물어볼 것도 없이 여왕의 아름다운 컬렉션의 일부가 되어야 했다.
소녀는 기사들에게 붙잡혀서도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저 손을 들어 자신의 눈을 도려내려는 기사의 턱을 붙잡고 뜯어낼 뿐이었다. 턱이 떨어져 나간 기사는 입을 손으로 틀어막으며 뒤로 쓰러졌다. 피 칠을 한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사들은 어느새 자신의 손에 들린 검으로 소녀를 찌르려고 달려들었다. 그때 소녀는 빙글 돌더니 기사하나에게 다가갔다. 양손을 들어 입술을 붙잡은 소녀는 그대로 가죽을 벗기듯 기사의 얼굴 가죽을 뒤집어버렸다. 철컹 하는 소리와 함께 기사의 투구가 떨어지고, 기사는 붉은 원래의 모습을 들어 내놓았다.
“아아..”
여왕은 얼굴을 붉힌 체 소녀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했다. 맨손으로 저토록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을 처음 보았다.
“그만! 그만!!”
여왕은 기사들을 말렸다. 소녀는 행동을 멈춘 체 여왕을 바라보았다.
“너의 이름이 무엇이냐?” “나의 이름은 닥터 앨. 아름다운 것을 찾는 여행자랍니다.”
그제서야 입을 연 앨이라는 소녀는 자신의 붕대를 풀어 헤쳤다. 앨의 붕대가 풀려나가자 사람들은 비명을 질렀고, 여왕은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앨의 얼굴은 절반은 화상에 의해 일그러져 있었고, 코는 떨어져 나가고 없었다. 그리고 멀쩡한 얼굴의 반의 피부가 누군가가 잘라간 것처럼 떨어져 나가있었다.
“아름답구나! 넌 정말로 아름다워!” “그렇지 않아요. 전 추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당신도 저 못지않게 추한 사람입니다.”
여왕의 살들이 출렁거렸다.
“당신은 아름다운 것을 취한다는 것을 내세우지만 진정 아름다운 것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하는 일은 단지 잔인한 살인에 지나지 않아요. 진정한 아름다움은 혼자가 되어 보아야 압니다.”
앨은 그 말만을 남기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여왕은 앨이라는 소녀의 말에 미친 듯이 몸을 떨기 시작했다.
“감히! 감히!!!”
여왕은 기사들에게 앨을 잡아들일 것을 명했다. 그리고 자신은 성으로 돌아가 붙잡혀 올 앨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앨은 붙잡혀 오지 않았다. 돌아온 것은 빈손의 기사들뿐이었다.
“실패했는냐?”
여왕이 차분하게 물어왔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기사들은 이마를 바닥에 쳐 박으며 외쳐대기 시작했다. 시종들 역시 뒤늦게 도착하여 기사들과 같은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
“이런 쓸모없는 것들! 쓸모없는 것들!”
여왕은 자신의 품에서 모든 병을 꺼내어 기사들과 시종들이 서있는 곳으로 던졌다. 챙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기사들과 시종들의 얼굴은 핏기가 사라졌다.
기사들과 시종들은 서러 엉켜 붙은 체 고통에 몸부림친다. 몇몇의 기사들은 어느새 피부가 사라지고 없었다. 몇몇의 시종들은 전신이 검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고통에 몸부림치며 녹아서 죽거나, 내장이 타서 죽고, 뇌가 녹아버릴 정도의 고통에 미쳐서 죽어 갔다.
삼일 밤낮동안 들려온 비명 소리는 마을 전체를 뒤덮었고, 성에는 검은 연기가 가득하게 피어올랐다.
여왕은 화가 풀렸는지 평온한 얼굴로 자신의 자리에 앉아있었다. 시장기가 돌았다. 여왕은 의자의 옆에 줄을 당겼다. 딸랑 하는 소리가 울렸지만 들어오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몇 차례 더 종을 흔들어도 돌아오는 것은 찬바람뿐이었다.
“다들 어디간거야!”
여왕은 자신의 무름에 응하지 않는 불순한 것들에게 한차례의 아름다운 미사어구로 치장해 주었다. 그리고 곧, 자신이 성안의 모든 사람들을 아름답게 만들어버린 것을 기억해냈다. 뒤늦은 후회가 엄습해왔지만. 그것은 이미 늦은 후회였다.
3. 3달 후, 닥터 앨은 저의 그 성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전히 전신에 붕대를 감고 있었고, 검은색의 가죽 장갑 또한 여전했다. 그녀는 천천히 성안으로 들어갔다. 성의 여기저기에는 엉켜죽은 사람들과, 녹아버린 사람들의 잔해로 가득했다. 그중 가장 양호한 것이 피부가 벗겨진 체 죽은 사람들이었다.
앨은 그 모습에 킥하는 실소를 내뱉었다. 어느덧 여왕의 알현실에 도착한 그녀는 손수 알현실의 문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여왕이 앉아있던 커다란 의자에 말라깽이의 모습을 한 여왕이 앉아있었다. 그녀의 피부는 가뭄에 발라 갈라진 땅과도 같이 갈라져 있었다. 그리고 입술은 파랗게 변해버리고 군데군데 보랏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누... 누구...냐?”
힘이 다 빠져 버린 여왕의 목소리는 처음의 그 쇳소리가 아니었다. 청아하고, 맑은 목소리였다.
“닥타 앨이라고 합니다. 3달 전에 만난 적이 있었지요?” “오.. 그래 아름다운 눈을 가진 여자아이.. 난 아름다운 것은 잊지 못한단다.”
여왕은 팔을 들어 앨을 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여왕은 그녀가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3간, 몸속에 비축된 수없이 많은 지방과, 영양소로 버텨왔지만, 지속적인 영양의 공급이 없자, 인체 스스로가 생존에 가장 불필요하면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들에 스스로 영양공급을 포기해버린 것이다. 그 결과 여왕은 가장 먼저 머리카락이 빠져 나갔으며, 그 뒤로 다리가 검게 타버려 떨어져나갔다. 그 후, 왼팔이 사라졌으며, 최근에는 시력을 관장하는 눈마저 말라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것은 찾으셨습니까?”
앨이 말했다. 하지만 여왕은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을 이제는 볼 수 없게 되면서, 그녀는 마음속에서만 존재하는 아름다운 것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라고는 절규에 얼룩진 사람들의 얼굴과, 원망과 살기 어린 눈동자들뿐이었다. 절규에 얼룩진 사람들의 얼굴은 그녀를 행복하게 했으나. 뒤로 갈수록 심해지는 원망과, 짙어지는 살기에는 감당 할 수가 없었다.
아름다운 것을 마음에서 찾는 것을 포기한 여왕이었지만, 이미 마주한 것들은 집요하게 여왕을 괴롭혀 왔다.
“후후 그렇군요. 아름답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셨군요.” “그러....”
툭. 여왕은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말라 버린 피부와, 굳어 질대로 굳어진 뼈를 간신히 움직여 말을 했었다. 하지만 무리하게 움직인 결과 그녀의 턱은 떨어져 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는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저런, 여왕님의 지금의 모습, 참으로 흉악하군요. 추함이란 이런 것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앨은 몸을 돌렸다. 더 이상 이곳에는 볼일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여왕의 몸은 천천히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각난 여왕의 몸은 성에 사는 쥐들에게 먹혀버렸다.
이야기를 마친 앨리스가 빙긋 웃었다. 중년인은 온몸에 도는 소름을 어찌하지도 못한 체 얼굴색을 파랗게 바꾸고 있었다.
“어때요? 재미있으셨나요?” “아니다.. 너무도 끔직했어! 넌 대체!!” “이야기에서의 여왕이 추구한 아름다움은 고통이랍니다. 그리고 앨이 추구한 아름다움은 죄악으로 인한 죄의식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모습이었죠.”
앨리스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사들과, 마을 주민이 추구한 아름다움은 죽음이었어요, 그들은 죽음에 굴복한거죠.”
중년인은 앨리스의 말을 천천히 생각했다. 하지만 그로써는 어떤 답도 얻어내지 못했다. 그저 전신을 엄습하는 소름과 공포만이 가득했다. 중년인이 퍼득 고개를 들어 앨리스를 찾아보았지만, 앨리스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새 날은 어두워져 있었다.
“이런..”
조심스럽게 길을 걷던 중년인은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한걸음 걸을때마다 나는 자신의 구두소리에 맞추어 다른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중년인인 달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자신이 느끼는 기분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다. 한참 달리던 중년인은 지나가던 마차를 불러 세웠다.
“어서오세요.”
마부가 마부 석에서 고개를 돌리며 인사를 했다. 그의 모습을 본 중년인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마부 석에 앉아 있는 사람은 앨리스의 이야기에서 나왔던 닥터 앨과 닮아있었다.
마차는 기절한 중년인을 태우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싱긋 웃으며 앨리스는 바라보았다.
“난 앨리스랍니다. 거지 소녀 앨리스, 지금가지 거지였던 것처럼 앞으로도 거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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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 재밌다.. 앨리스.. 내가 알던 처녀는 엘리스 였는데.. 아..
뭘 쓰고 싶으셨던건지 모르겠어요. 물론 제가 모르는 거에요. 거지소녀...하고 엘은 무슨관곈지...2편이 나올까요?ㅎㅎ
아...가슴떨려..표현력..정말 좋아요>_<; 동화같기도 하고....근데 너무 잔인하고..공포동화?+_+
잘 읽었습니다.역쉬~~라는 생각이 드네요^^ 흠..내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뭘까나??
2편이 나와도 괜찮을거 같은데..엘리스가 사람들한테 한편씩 얘기해주는걸로요..^^*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죄의식에 고통받는 사람이 아름다웠다... 그럼 어째서 여왕에겐 그런말을했지? 엘과 엘리스의 관계도... 또 그 신사는 어떤 이유로 엘에게 걸려든거지? 아니, 엘은 어째서 신사를 선택한거지? 거지엘리스가 하는일은 이야기를 들려주는것 뿐인가...AreRiSongHae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건필하세요^^
이해안가여 해석해주세여
소름이 쫙~~정말 엄청난 표현력이네요..잘 읽었습니다.
우왓~~~ 이런 스타일 좋아하는데~ 다른분들 말씀처럼 계속 연재해도 좋을 것 같은데요~~ 다음글이 기대됩니다. 건필하세요~^^
우오...섬찟...아아...ㅠ_ㅠ너무너무 부럽십니다..ㅠ.ㅠ
으읍...으읍;;;;; 슬래셔 + 공포 스타일......내가 굉장히 싫어하는 스타일이지만 꽤 맘에 드는 ㅇㅅㅇ
대단하다고밖에..글 하나 하나 읽을때..눈을 절대로 뗄수없는 글이었습니다..!!
와아.. 진짜 대단하군여.. 엄청난 표현력과 읽는이를 빨아들이는 듯한 흡수력,ㅋ 계속 연재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wow...대단하다는 말 외에 제가 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요? 정말 대단한 흡입력이었어요. 읽는 내내 저는 숨쉬는 것조차 잊고 있었지요......
재밌다
세상에. 이 정도 흡입력은 어디 내놔도 안 빠질 거에요. 작가님의 글 읽은 것 중에서 최고에요.
one the full!!!! in you!!
오..마치 한편의 동화같소...GooD이오~ 정말 연재로 쓰셔도 될 듯...^^
후아....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 그럼 엘리스가 닥서 앨?? 그런가요 .. ?
음.. 재밌는 구성이네요. 그런데 현실과 이야기를 잘 연결시키지 못한 점이 옥의 티! 그래도 정말 동화같은 것이.. 아우-_- 적선도 무서워서 못해~
내용이 이해가 안간다 마지막 내용은 더 이상하고 결론이 무었으었는지...도무지...
저 위에 2편을 낼꺼냐는 물음은 이야기의 허리가 뚝 잘려진거 같아서 한 말인데... 입에 입을 통하면서 극찬으로 승화되는군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