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켜져있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질수록
너는 세상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너의 사랑을 고민하고, 너가 속한 세상을 고민하고,
뜻대로 되어주지 않는 문제들을 껴안고
너는 그렇게 밤을 지새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갓 스물, 어른이 되었다 선포받은 너에게
이제는 누구도 머리를 짧게 자르라거나
정해진 옷을 입으라고 강요하지 않겠지.
무엇이든 할 수 있을것 같아서
그토록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하던 너는
이제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해도 좋을 자유로운 시간이
네 앞에 놓여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딸아.
아마도 너는 이제 어른이란 키가 커버린
외로운 어린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거다.
무엇이든 다 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진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너는 많이 외롭고 힘들것이며 보다 절실하게,
근심 없이 뛰놀던 시절이 그리워질 것이다.
아픈 주사자국, 혹은
작고 사소한 물건 하나 때문에 울었던
유년기를 때때로 떠올려보면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가질 수 없는 누군가의 마음,
뜻대로 되어주지 않는 일들,
늘 어긋나는 세상일,
이렇게 만져지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것들 때문에
울게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체득하게 될 것이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너를 가장 아프게 하고
가장 많이 울게 하는 사람이며,
또한 가장 소중한 사람일수록 보고 싶을 때에
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너는 간절히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순간에도
차라리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거는
너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세상이 네가 바라보던 그 세상처럼
단순하고 따뜻한 것이 아니며,
겹겹이 쌓인 슬픔과 부조리와 아픔을 딛고서야
너의 행복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딸아.
기쁨보다는 더 큰 고통과 외로움이
너의 것이 될지라도 기꺼이 받아들여라.
그것이 바로 삶이니까....
삶이란 소유하게 된것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끝내 가지지 못한 것,
결핍되어 있는 것의 그리움을 통해서
너에게 더 많은 것을 가르칠 것이기 때문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곧 고통스러워지고
외로워지는 것이며, 아무 데서나 울 수 없다는 뜻이며,
그 누구도 대답해주지 못할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하면서
고개를 묻고 보내는 시간을 통해
홀로 그 답을 알아내어야 하는 순간이
많아진다는 의미라고 할지라도,
지금은 네가 그토록 원하던 순간이다.
아름다운 어른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사랑의 아픔에 원없이 울고,
이 부조리한 세상을 어찌할 수 없는 무기력함에 울고,
세상의 아픔을 고스란히 껴안고 있기에는
너무 작은 너 스스로를 바라보며 울고,
삶의 울타리 주변에서 머뭇거리다가.....
그러다가, 그러다가 아주 작 것부터 시작하면서
단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따뜻하게 데울 수 있음이
바로 우리 삶의 의미라는 것을
아는 따뜻한 어른이 되어라.
누구의 마음을 보살필 수 있는
아름다운 어른이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딸아, 어른들의 세상으로 온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첫댓글 딸기님들은 아직 멀었죠? ㅎㅎㅎ 좋으신 어머님 슬하에서 잘 크고 있으니 멋진 성년이 될 겁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올해 성인이 된 큰 딸이 있습니다 ^^* 엄마가 올려다 볼 정도로 큰 애지요 제 큰애라 하면 주위에선 오 잉 이렇게 안닮을 수가 ㅎㅎㅎㅎ 제가 좀 작거던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