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청파·서계동 일대. 지은 지 15년 이상된 낡은 주택과 빌라들이 밀집한 지역이다. 강북 개발의 중심축인 용산에 위치해 있지만 기반시설이 정비되지 않고 주거 환경도 열악해 그동안 주택 수요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지 못한 곳이다. 그런데 이 곳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요즘 외지인들의 발길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서계동 한 공인중개사는 "낡은 주택을 사려는 사람은 많은 데 매물이 아예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4차 뉴타운 후보 예정지역이 또다시 투자 열풍에 휩싸였다. 새 정부가 도심 재개발 사업을 활성화시키고 올해 말이나 내년에 4차 뉴타운이 지정될 것이라는 기대 등이 맞물리면서 유력 후보지 내 주택에 대한 외지 투자자의 문의가 크게 늘고 지분(재개발 이후 새 아파트를 배정받을 수 있는 권리) 값도 들썩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빌라와 대세대 등 주택 지분 값이 한 달 새 3.3㎡당 1000만원 올라 호가가 6000만~7000만원(3.3㎡당 기준)을 넘어섰다.
투자자 '입질' 이어져
4차 뉴타운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에서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투자 바람이 거센 곳은 용산구 서계·청파동, 성수동 성수1·3동, 강서구 화곡본 2·4·6·8동, 구로구 구로본·2동, 도봉구 창2·3동 등이다. 이들 지역은 지방자치단체(구청)가 뉴타운 추진에 적극 나섰거나 1~3차 뉴타운과 재정비촉진지구 선정에서 탈락한 곳들이다. 화곡2동 한 공인중개사는 "현재 추진중인 서울시내 시범, 1~3차 뉴타운은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돼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실수요자가 아니면 매입하기가 쉽지 않다"며 "늦어도 내년 하반기께 추가로 지정될 것으로 보이는 4차 뉴타운 후보지에 눈독을 들이는 투자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4차 뉴타운은 당초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약대로 뉴타운 25곳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집값 불안을 우려해 지난해 초 사업을 연기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지금까지 시범 뉴타운 3곳(2002년 10월), 2차 뉴타운 12곳(2003년 11월), 3차 뉴타운 11곳(2005년 12월) 등 총 26개 지역을 뉴타운으로 지정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방선거 때 임기 중 25곳을 추가해 뉴타운을 모두 50곳으로 늘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서계·청파동 일대는 4차 뉴타운 지정 기대감에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용산 역세권 개발 후광효과까지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매물이 없어 거래는 끊겼다. 이곳 30㎡ 안팎의 빌라 지분 값은 3.3㎡당 5000만~6000만원을 호가한다. 지난해 말보다 3.3㎡당 500만~1000만원 오른 것이다. 지분이 이보다 작은 19㎡(6평) 미만은 7000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그나마 매물도 없다. 용산구 원효로2가 미래공인 김현호 사장은 "매물이 워낙 귀하다 보니 시세보다 3.3㎡당 300만원을 더 얹어 사겠다는 매수자가 나타나도 팔려고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뚝섬 개발의 수혜지로 꼽히는 성동구 성수1가1동과 ·2가3동 역시 투자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서울숲과 인접한 강변쪽 33㎡짜리 소형 빌라 지분 가격은 3.3㎡당 5000만~6000만원 선으로 한달 새 3.3㎡당 500만원 가량 올랐다. 66㎡짜리 단독주택은 한달 새 3.3㎡당 200만~300만원 정도 올라 3500만~4000만원 선이다.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이후에도 거래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19㎡이하 소형 주택의 경우 3.3㎡당 7000만원을 호가한다. 성수1가2동 우리공인 김형상 사장은 “올 들어 가격이 올랐는데도 매수 문의는 끊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매물이 아예 없어요”
강서구 화곡동 일대는 3차 뉴타운 탈락지는 아니지만, 지역 주민 상당수와 중개업소는 이미 뉴타운 개발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 곳은 2006년 5월 지방선거에서 화곡동 일대를 뉴타운으로 개발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김도현 후보가 신임 구청장으로 당선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강서구가 지난해 “노후불량주택 비중이 60% 넘지 않는다는 점에서 2011년 이후에나 사업이 가능하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가격이 다소 떨어졌지만 대선 이후 다시 오름세를 타고 있다.
이 지역 지분 26㎡짜리 소형 빌라 매매 호가는 3.3㎡당 1800만~2000만원 선이다. 올 들어 3.3㎡당 200만~300만원 가량 오른 것이다. 화곡7동 엔젤공인 정균수 사장은 "매물이 더러 나오지만 매도 호가가 시세보다 터무니없는 높은 경우가 많아 거래는 뜸하다"고 전했다.
구로구 구로본동과 2동도 뉴타운 지정 기대감에 술렁이고 있다. 대지지분이 작은 소형 빌라나 단독주택 등을 중심으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두려는 소액 투자자들이 늘면서 집값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대지지분이 25㎡짜리인 빌라의 경우 지분 값이 올 들어 3.3㎡당 200만~300만원 가량 올라 1500만~2000만원 선이다. 구로2동 뉴타운공인 김은용 사장은 "뉴타운 발표 전에 사겠다는 수요자들이 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집주인들이 향후 추가 상승 기대감에 매물을 내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2차와 3차 뉴타운에서 모두 탈락됐던 도봉구 창2·3동도 4차 뉴타운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이 지역 소형 빌라 지분 값은 3.3㎡당 1500만~2000만원 선으로 한달 전보다 3.3㎡당 250만원 가량 올랐다. 지분이 이 보다 다소 큰 39㎡짜리 주택은 지난해 말보다 3.3㎡당 200만원 가량 올라 1300만~1500만원을 호가한다. 창동 한 공인중개사는 "지금 뉴타운 지정이 되지 않아도 언젠가는 될 것이란 기대감에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섣부른 투자는 금물
서울 강북 뉴타운 사업 등 도심 재개발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가장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대안이라는 점에서 유망한 투자처로 꼽힌다. 특히 강북 뉴타운 사업은 이 당선인이 서울시장 재직 때 서울의 낙후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프로젝트여서 차기 정부에서는 더욱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미 가격이 너무 올라 지금 투자에 나섰다가는 상투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소문만 믿고 투자해서도 곤란하지만 이미 가격이 높은 폭으로 뛴 이후에 투자하는 것도 금물”이라고 말했다.
또 4차 뉴타운 후보 거론지의 경우 아직 뉴타운 지정이 확정되지도 않은 데다 설령 뉴타운으로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개발사업에 꽤 많은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뉴타운과 재정비촉진지구 권한을 가진 서울시는 당분간 4차 뉴타운 지정을 보류한다는 방침이다. 오세훈 시장은 올해 초 “4차 뉴타운 지정은 가능하면 늦추겠다”고 밝혔다. 3차 뉴타운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인 투자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수요 위주로 매수하는 신중한 접근법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후보지 발표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남은 기간에 해당지역을 방문해 개발 가능성과 투자 메리트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08. 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