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연말이 되었습니다. 한 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바쁜 주말을 몇 번 보낸 것 같은데 해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한국 사람들을 많이 만납니다. 주로 단기선교오시는 분들과 비전트립을 오시는 분들입니다.
성도님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느낀 것은 오신 분들이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는 것입니다.
같은 캄보디아를 보면서도 자신의 신앙생활에 대해 생각이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첫 번째 부류는 한국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을 늘어놓습니다. 정치와 경제가 너무 엉망이어서 곧 죽겠다는 것입니다. 다음에 정권이 바뀌지 않으면 이민을 가겠다고 까지 말씀하시는 분들도 보았습니다. 단군 이래 가장 어려운 경제여건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민족이 캄보디아보다 잘 살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 인 것을 생각하면 조금 과장되었다고 봅니다.
제가 어릴 때만해도 영양결핍으로 얼굴에 버짐 같은 것이 없는 아이들은 부자들이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해도 직장을 구하기 힘들고 직장을 구해도 하루하루가 불안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말씀을 들을 때면 저도 덩달아 한국을 걱정하고 비관적이게 됩니다.
틀린 얘기는 없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어떤 분들은 이런 후진국인 캄보디아에 살고 있는 우리가 너무 안타깝다고 하면서 한국은 정말 복 받은 나라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한국에는 교통사고가 나도 즉시 출동하는 경찰도 있고, 보험회사도 있는 반면 여기는 온통 무질서하다는 것입니다. 반면 하루 밥먹기 위해 이렇게 더운 곳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들이 부끄럽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하루를 벌기 위해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종일 한 두 명의 손님을 기다리는 모토기사가 얼마나 많은데 한국에는 직장 없다고 집에 만화책이나 비디오만 가득 가져다 놓고 집에서 텔레비전 앞에서 뒹굴뒹굴하면서 불평만 한다는 것입니다.
이분들의 특징은 한국에서 태어 난 것이 너무 감사하고 예수 믿게 된 것이 너무 감사하다는 것입니다. 또 앞으로도 우리 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복음전하고 기도하고 돕는 방법을 강구해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갑니다.
같이 와서 똑같은 것을 먹고 똑같은 곳에서 자고 보는데도 이렇게 생각차이가 납니다. 저는 이것이 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후자인 경우들을 실제로 한국에서서 성공적인 삶들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됩니다. 학생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고, 직장인들은 열심히 해서 돈도 잘 벌고 대인관계도 원만한 분들입니다. 교회생활도 모든 예배, 집회, 심지어 새벽기도까지 참석하는 사람들인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전자인 경우는 직장생활도 힘들고 교회생활도 불평이 많습니다. 직장에서 누구 때문에 힘들고 교회가면 목사도, 장로도 보기 싫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은혜를 받는 사람들은 담임목사가 조금 부족해도, 집사들이 조금 시끄러워도 감사하면서 은혜를 받는데 은혜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자기에게 모두 걸리는 분들입니다.
저는 은혜 받는 분들이 좋은 분들이고 그렇지 못한 분들이 좋지 않은 분들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실은 똑같은 현실에 살고 있고 똑같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비전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가나안 땅에 정탐하러 갔던 열 두지파의 열 개지파의 대표들은 가나안 사람들을 보고 겁먹고 갈 수 없는 땅이라고 말했지만 여호수아와 갈렙은 우리의 밥이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이 있고 하나님을 신뢰했습니다. 결국 여호수와 갈렙만이 그 땅에 들어가게 됩니다.
똑같이 보고도 생각차이가 났습니다. 이것은 성경 속에만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오늘도 우리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그 땅에 들어가고 못 들어가고는 주님의 권능입니다. 하지만 믿음은 우리가 선택하는 것입니다.
저도 비전이 없는 사람 중에 한 사람입니다. 캄보디아 무슨 일을 할 것인지 모르고 왔기 때문입니다. 정말 무슨 일을 할지 모르고 왔습니다. 앞으로도 모릅니다. 그러나 하루 하루 살면서 하나님께서 감사함을 주시고 일거리를 주시는 것을 봅니다. 때로는 제가 하기에는 벅찰 때가 있지만 지나고 나면 하게 됩니다. 이것이 은혜인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가나안 땅을 보고 왔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저보고 그 멀고 길도 없는 곳에서 어떻게 기독학교를 하겠느냐고 걱정해주십니다. 어떤 분은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붙들고만 있으면 하나님께서 해주실 것이라고 말씀해주십니다.
사실 교회일도 학교 일도 저의 일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부지도 사실 교회 청년들의 명의로 구입할 예정이고 차후에 모든 것을 인계할 것입니다. 교회도 2년 정도 후에 또 다른 교회를 개척하면서 이 교회는 떠날 예정입니다.
쫓겨나기 전에 떠나는 것이 옳은 것 같습니다.
학교일이 많아지지 않으면 소박하게 전도하고 제자 훈련하는데 중점을 두고 하던 대로 하면 됩니다. 일이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은 체험으로 배운 기억이 있습니다.
지난 번 학교 부지를 구입하려고 계약을 하던 밤입니다. 달이 얼마나 밝은 지 그 밀림 속의 또 다른 초원위에서 달빛 말고는 아무런 불빛 없이도 땅 주인과 여러 사람들이 함께 다시 둘러보면서 조건들을 따졌습니다.
함께한 분들이 여러분들이 계셨지만 저는 사실 두려웠습니다. ‘도대체 이곳에서 무엇을 한단 말인가? 물도 전기도 없고, 도시에서 8시간이나 떨어진 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땅이 구입이 되고 난 뒤 해야 할 일들이 갑자기 보이는데 너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속으로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혹시 주지 않으셔도 저는 서운한 것이 전혀 없습니다. 저는 괜찮으니 주의 뜻대로 해주세요.’ 라는 기도가 나왔습니다.
도망가고 싶은 마음의 비겁한 기도였습니다.
그리고 며칠을 보내면서 일이 벌어졌구나 하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조금씩 용기가 나기 시작합니다. 기왕이면 대충하지 말고 정말 주님 보시기에 또 사람들이 보기에도 멋지게 하자 가장 아름답고 누구나 가고 싶은 학교로 만들자는 믿음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지금 여건도 충분히 감사한데 자꾸 감사하도록 여건을 허락해주시니 사실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이 여러분들의 기도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일하실 선생님들도 필요합니다. 부지런히 기도하시면서 준비해주세요.
그리고 한국에 계시는 분들께도 안부를 전합니다. 지금 처해진 상황이 너무 어렵다고 비관하지 마시고 생각을 바꿔보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은 공평하시고 놀라운 일을 준비해놓고 계십니다. 생각을 바꾸는 데는 특별한 절차도 비용도 들지 않습니다. 터널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낙담하지 마시고 그 끝으로 나오는 데는 1초 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이것이 터널이 아니고 천국으로 가는 문임을 깨달을 때 환경은 갑자기 변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주위 사람들도 환경들도 바뀝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주님을 위해서 참으시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주님의 십자가를 함께 질 때입니다.
2006년을 보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