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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여성시대 전정국(970901)
2018년도에 썼던 나의 글들을 찾아보니 이곳 저곳에다가 엄청 많은 글들을 써놨더라고
인스타, 다이어리, 핸드폰 메모장에 있는 글들을 정리할 겸,
저번 게시물에서 괜시리 나의 글을 좋다고 하는 여시들을 보니,
나도 예전 나의 감정들과 생각들을 정리 할 겸 차근차근 예전 글들을 정리해서 올리려고해.
우선은 2018년도에 내게 많은 변화들이 있어서 (대학원 생활 시작, 자취 시작) 변화로 인해 깨달은 나의 새로운 모습과 술을 너무 좋아하는 나의 모습이 글에 많이 담겨있을 거야..(술 진짜 상상 이상으로 좋아함 지금도 먹고있음)
편안히 나의 글을 읽길 바라:)
<20171231 에서 20180101로 넘어가는 새벽즈음>
오늘은 2017년의 마지막 날이다.
12월 31일은 365일 중 그저 하루일 뿐이지만
1년 중 ‘마지막’이라는 생각때문인지 괜히 올해를 떠나 보내고 싶지 않아 아쉽게 느껴지는 날,
올 한해 동안의 나의 행동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날,
내년이 다가와 묘하게 설레는 날 등등 각자가 오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제각각일 거다.
과연 내게는 오늘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고생했다고 마냥 날 토닥이고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클까
아니면 게으른 내 모습이 맘에 들지 않아 내년에 더욱 열심히 살길 바라는 건설적인 마음이 클까
아주아주 예전보다는 전자의 마음이 커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잘 이루기 위해서라면 변덕이 심한 내 마음을 잘 토닥여서 독기 품고 열심히 살길 바라. 적당한 스트레스는 받되,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을 통제하려 무의미한 스트레스는 받지 말도록 노력하자.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잘 자고, 영양가 있게 먹고, 운동 열심히 하자. 술은 좀 줄이자.
<20180721_오랜 만에 나와의 대화
휴가를 받아 가족들과 안면도 펜션 온 첫째날에서 둘째날로 넘어가는 어스름한 새벽->
술을 부르는 풍경을 보며, 밤에 맥주한캔 할까 했지만 오늘 하도 먹은게 많아 배불러 커피만 마시고 그만 두기로 했다.
여느 때와 같이 여시 콧멍방을 보며 좋은 노래들을 하나씩 음미하며 듣는 이 여유롭고 아름다운 시간이 계속 흘러가며 없어지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
이번 해 상반기에 내게는 정말 많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대학원에 들어갔고, 난생처음 자취를 시작했으며, 좋은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났지.
만남이 많은 만큼 이별도 많았고, 그것들이 내게 꽤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도 난생 처음 알았고, 오랜만에 연애를 시작했고, 특히 나답게 해서 후회 없는 연애를 했다.
내가 제어할 수 없는 범위 내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많았고, 그런 일들에 대해 같이 분노해 주는 이들도 있었다.
짧으면 짧지만, 길다고 하면 길 수 있는 6개월 시간 동안의 나의 행동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남녀 성비가 너무나 차이가 나는 이 곳의 연구실 내에서의 회식도 참여하고 조금의 어색함이 가실 때에, 3월이 되었고, 동기들끼리 만나보겠다고 동기 모임이란 모임은 다 참여하고, 내가 누굴 모아보기도 하고, 술자리는 끝까지 남아서 재미있게 놀았다. 뭐 그렇다고 실험을 소홀히 한 건 없다. 내가 랩에 속해서 인턴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 여러 실험도구들을 익히고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혼자 밤에 간 적도 꽤 된다. 혼자 이 길이 맞는 건지, 혹은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다 잘하고 한없이 작아보이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어서, 일기장을 보면 참 귀여운 내용들이 한 가득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마음에 드는 친구도 생겼고, 날 맘에 들어 하는 사람들도 생겼지.
실험실 생활을 하고, 연애까지 했으니, 작년까지 ‘나’의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에 우위를 두던 나의 생활패턴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잔혹하게 말하면 나만의 컨텐츠가 많이 소멸된 사람이 되었다. 이건 맞는 말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보낼 수 밖에 없는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사람들과의 접촉이 잦아져서, 그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내게는 그 행위가 또다른 새로운 자극이었다. 술먹는 것도 너무 좋아했기에. 학교에서 실험하고, 바로 집에 와서 자고, 이것을 반복하는 재미없는 사람이 되었다. 작년까지 내가 해왔던 수많은 취미생활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또한, 학교에서도 나의 실험의 목적을 잘 파악해서 주체적으로 공부하고 파고들어가는 생산적인 사람인가? (매일 교수님의 통제 하에서 불평만 갖는 학생이 된 건 아닌지 심히 걱정됨. 우리 교수님이 유난이긴하지..) 예전처럼 계획을 매일 짜서 잘 지키며 사는 사람인가?
나와 더 대화하고 알아가고 싶은데 오늘은 날이 많이 늦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 한잔 하면서 밖 좀 둘러보고 나랑 하고 싶은 이야기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오랜만에 쓴 글이라 두서없이 가볍게 써버렸지만, 최근 이런 시간을 가지지 못한 것 같아서 내게 미안하다.
<20180808_힘든 모습을 애써 감추려 했지만 날 이해해주는 사람들을 발견한 날>
감사할 날들이 많은 요즘이다.
주변 친구들에게도 항상 말했듯이 좋은 사람들을 너무 많이(상상 이상으로) 만났고, 친구들도 내게 정말 좋아보인다는 덕담을 많이 해준다. 사람들을 대할 때 소극적이고 경계하는 것이 먼저라, 어쩌면 나와 잘 맞을 법 했던 인연들을 놓쳐버린 지난날들은 더이상 기억나지 않는다. 매사 조심스러웠고 많은 사람들과 굳이 접점을 만들지 않겠다는 나의 과거를, 현재 만나는 사람들이 전혀 믿지 않아줄 정도니까
부모님과 떨어져 살아가는 것은 올해부터 처음이라,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이 나의 우선적인, 일종의 과제라고 봐도 무방하다. 내 자신은 혼자 보내는 시간을 너무나 좋아했다고 생각하여, 공강 때마다 도서관에 가서 책에 파묻히거나, 혼자 카페에 가고, 혼자 여행을 갔던 그 행위들은, 사실 가족의 울타리안에서 잠시나마 떨어지고 싶었던 귀여운 일탈에 속했다는 생각도 든다. 모든 것에 굉장히 냉소적이었고, 그땐 그런 내 자신이 쿨해보였으며, 인생은 역시 ‘혼자’ 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지금에야 깨닫는 건데, 매우 오만했던 내 예전 모습은 오히려 ‘안전한’ 울타리 속에 있었기에 형성된 모습임을 체감한다. 쉽게 말해서 방패를 들고 있는 사람 뒤에 숨어있는 ‘입’만 살아있는 병사와 비슷한 꼴이다. 하지만, 지금은 인간은 사람들과 잘 섞여서 살아가야 하는 사회적 동물임을 잘 인지하고 있다. 내가 사회화가 잘 되어가는 중인가보다. 기특하군.
아무튼, 가족은 물론이고 오래된 친구와도 나의 힘듦을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나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상당히 서툴어 했었고, 나의 약한 모습은 드러내기가 싫어서 잠수 탄 적도 아주 여러번 있었다.(지금은 매우 미성숙한 행동임을 안다) 지금은 강한 모습, 약한 모습, 술을 너~무 좋아하는 모습, 그러나 혼자 카페에서 책을 읽는 것도 정말 좋아하는 모습 등 모두 나의 일부분이며, 다양한 나의 모습때문에 인생이 즐겁다. 물론 이런 모습들 모두, 좋은 사람과의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발견하고, 그들과 소통하며 얻은 값진 깨달음이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 나도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날이다.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라는 영화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하면, ‘You make me a better woman’ 이라 감히 말하고 싶군.
<20180904_내게 잔소리해주는 동기녀석>
‘타인에게 너무 모나게 굴지 말고 감정의 진폭을 최소화하며 생활하자.’ 대학원 들어오기전에 다짐했던 마음가짐이다.
올해 만났던 사람들은 모두 내가 원래 밝고, 친화력이 좋은 모습인 줄 알지만, 이건 부단히 노력한 결과다. 나의 좋지 않은 모습을 편하게 꺼낼 법 한데, 그 자체를 좋아하지도 않고, 익숙지 않으며, 그 모습으로 인해 불편을 느끼거나 눈치를 보는 타인들의 모습이 날 더 불편하게 만들기에, 나는 현재 타인이 볼 때에 사회적인 인간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있다.
원래 술 자체를 좋아하지만, 매우 풍부한 나의 감정을 잠식 식힐 수단은 술이 유일하여 정신없이 먹었던 순간이 올해 유독 많았던 듯 하다.
그러다가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인물에게 진심 어린 걱정을 받았다. 내가 내 자신을 좀 더 귀하게 생각하면 좋겠다고 했고, 사람으로서 나를 사랑한다는 말도 덧붙여주었다. 얼굴을 맞대어 말한 것도 아니고 음성으로 들었던 것도 아니지만 억지로 꾹꾹 눌러 담았던 감정의 파도가 갑자기 몰아치는 기분이 들었다.
그 전에는 내 주변사람 중 한 명이 나도 모르는 나의 감정상태를 정확히 알아내어 소름 돋았던 적도 있던 걸 보아하니, 어쩌면 나는 내 자신을 가장 챙기지 않고 있던 것이 맞는지도 모른다.
<20180924_추석날 내가 좋아하는 본가 주변 카페에서 책읽다가>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한 말이 있다.
남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감성 근육’을 키우라고.
나는 자신이 하는 일 이외에 다른 많은 경험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다양한 감정을 느껴보며,
나의 주관이 확실히 서면, 갈대같은 내 마음이 나무의 뿌리로 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 말에 큰 감명을 받은 나는 훌쩍 어디로 떠나는 것이 익숙했다.
여행같이 거창한 행위는 아니더라도, 걷고 싶으면 덕수궁 돌담길에서 낙엽밟으며 걸어 다녔고, 속이 뻥 뚫리고 싶으면 주전부리와 피크닉매트를 챙겨서 한강에서 책을 읽기도 했으며, 마음을 정화시키고 싶으면 옷을 차려 입고 혼자 음악회에 가서 깊은 감동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자유로운 활동에는 제약이 가해져서, 다양한 활동에 여러가지 감정을 느꼈던 내 자신을 점점 잃어버리는 중이다. 그래서 가장 짧은 시간 내에 극도의 ‘희’를 느낄 수 있는 음주가무에 집중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물론 많은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고요한 새벽을 시끄럽게 보내고, 어떻게든 다음날 출근은 하면서 하루를 틈새없이 보내는 내 모습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더 재미있게 보내지 못해 아쉬웠던 대학생활을 대학원 생활에서 느껴보라는 시기인 듯 하여, 어서 다른 관심사로 눈을 서서히 돌려 경험할 때라는 것을 체감하는 중이다.
몇 년 전 만해도 버킷리스트를 100개 곧잘 채우던 나의 모습은 어디있을까? 나의 우주를 계속 넓히려 했던 노력은..?
첫댓글 좋다 마음이잔잔해져
읽어줘서 고마웡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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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 칭찬감사함당ㅎㅎ
와..더올려줘 글진짜잘쓴다!
이번엔책읽고느낀감상평올릴까생각중이야!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9.01.21 15:33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9.01.21 18:20
으 역시 넘좋다~~ㅠㅠ
만남이 많은 만큼 이별도 많았다..
마음을 울린다응 ㅠㅠ
고마워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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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9.01.22 15:31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9.01.25 00:00
잘읽었어!!! 일기가 감성적이고 생각이나 표현이 풍부한게 멋지고 부럽다
고마워ㅠㅠ 많이 읽고 쓰다보니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거같아
여시 필력 참 좋다. 자주 올려주라...♡
거마워!!! 글쓰는 거 좋아해서 남에게 보여주지못한 글들이 많아ㅎㅎ 자주올릴게!
여시 비유 넘 좋다~ 너무 잘 읽고 가:)
읽어줘서 고마워:)
여시 글 되게 소설같이 술술 읽힌다! 잘 보고가!!! 근데 여시 궁금한게 있는데 보통 일기쓸 때 자필로 많이 써 타자로 많이 써??ㅠ 나는 타자로 칠 때 글이 더 잘써지는 느낌인데 뭔가 그럼 내가 안읽게되는거같아서 자필로쓰려고 노력해야하나 고민중이야ㅠㅠ왜 다이어리는 일단 다 쓰면 한번쯤이라도 펴보게 되자나..넘 사소한 차이인가..?
너무 쓰고 싶은 주제가 생각나면 바로 노트북으로 쓰거나 핸드폰 메모장에 쓰는편이야!! 생각의 속도가 직접 필기하는 속도보다 너무 빨라서!! 타자로 친 후에 여러번 읽으면서 글을 많이 고치는제 그러면서 저절로 내 글을 읽는 것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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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 읽어줘서 고마웧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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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그랬는데 역시 사람은 계속 꾸준히 뭘 하다보면 느는거같아!! 작은거라도 메모하는 습관 혹은 내 생각을 풀어내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야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