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화하는 사회, 긴 호흡으로 노동·교육 문제를 바라보다
2023 SUMMER VOL.57
카카오스토리페이스북프린트URL 복사크게보기작게보기
어려운 취업과 일-가정 양립, 퇴직과 은퇴 사이의 공백,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임금과 근로시간 조정…. 노동시장의 문제들은 사회구조의 변화와 함께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 지난 7월 4일, 한요셉 노동시장연구팀장을 만나 개인과 사회에 필요한 변화와 노동시장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진행 : 박현정 홍보팀 연구원
한요셉 노동시장연구팀장
Q. 팀장님과 신설된 노동시장연구팀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노동경제학과 교육경제학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해왔습니다. 이번에 노동시장연구팀이 신설되어, 각 부서에서 노동 분야 연구를 진행해오던 황수경 박사님, 김민섭 박사님과 함께하게 됐습니다. 노동시장연구팀은 그 이름 그대로 ‘노동시장’을 ‘연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분석하려 하고, 가능한 국제적인 비교 연구도 수행하려고 합니다. KDI의 특징 중 하나는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진다는 점인데요. 특히 노동시장연구팀은 거시경제, 국제경제, 산업, 기업 등 다양한 분야와의 연결점을 가지고 노동시장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정책의 방향은 어떻게 설정되어야 하는지 등을 연구합니다. 이것이 KDI 노동시장연구팀의 독특한 특징이기도 하지요. 이를 통해 현안을 직시하고, 적절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향후 디지털 대전환이나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과 같은 변화 속에서 미래의 노동시장이 어떻게 설계되어야 하는지 등을 연구하는 부서라고도 소개드릴 수 있겠습니다.
Q. 올해 정부에서 내세운 ‘3대 개혁’에 ‘노동’과 ‘교육’ 개혁이 포함됐습니다. 그 배경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산업과 인구구조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거의 제도, 관행에 머물러 있게 된다면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겠죠.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기존의 시스템과 관행을 미래지향적으로 바꾸고 구체화하는 작업입니다. 하지만 어려운 점도 많습니다. 노동, 교육, 연금 등의 문제는 국민 삶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의견 충돌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또한, 구조적인 개혁을 시도하면 다양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기 마련이고요. 따라서 국가적 관점에서 가장 필요한 해결책과 이를 보다 매끄럽게 실현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제도 개혁은 사회발전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개인의 노력’이 ‘사회의 발전’과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Q.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인구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노동과 교육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우선, 노동시장의 변화는 오래전부터 예상되어왔던 것인데요. 그중 첫 번째로 ‘인력수급의 문제’가 있습니다. 고령층과 관련한 돌봄 분야나 제조업 분야에서는 인력부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반대로 정년연장 이슈와도 맞물리는 인력과잉의 문제도 동시에 존재합니다. 두 번째로는 전반적인 ‘소비감소’가 예상됩니다. 고령 인구의 증가로 인해 소비가 감소하면 경제성장 둔화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혁신이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의견도 나오고 있고요.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과거에 다양한 선진 기술로 세계시장을 선도했던 전자기기 산업이 현재는 맥을 못 추는 상황이 되었고 경기침체, 인력부족, 소비감소 등의 문제도 골칫거리가 됐습니다. 또한, 세계적인 추세인 디지털 정부의 도입이 계속 늦어지는 등의 현상도 발생하고 있죠.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가까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교육시장을 살펴보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하는 인력양성이 주요한 이슈입니다. 머신러닝이나 인공지능과 같은 최신 기술을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해당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더딘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교육제도의 경직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대학의 경우 ‘학과 간 칸막이’가 오랜 관행으로 자리 잡아 문제를 야기하고 있죠. 많이 해소되었다고는 하나, 아직 남아있는 관습들이 오랜 관행으로 자리 잡아 새로운 변화로의 적응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기존의 시스템과 관행을 미래지향적으로 바꾸고 구체화하는 작업입니다
|
Q. 말씀하신 것과 같이 다양한 세대가 직면한 노동 관련 문제들이 있습니다. 현재 세대별로 시급한 현안이 있다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청년층의 가장 큰 고민은 ‘커리어 설계’입니다. 일반적으로 청년층의 범위는 15~29세이며, 최근에는 34세까지 포괄하는데요. 고등학생 시기부터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이라는 이슈가 등장하면서부터 다양한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어, 커리어에 대한 고민의 범위가 이전보다 더 넓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년층 입장에서는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진학해도 정작 괜찮은 일자리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취업도 어렵고, 힘들게 얻은 일자리는 만족스럽지 않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구직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교육을 마친 청년들이 개발한 능력을 직장과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노동시장의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3~40대, 구체적으로는 기혼이거나 자녀를 둔 3~40대의 주요 이슈로 ‘워라밸’이 있습니다. 맞벌이 부부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자녀 양육 문제가 큰 화두로 떠올랐는데요. 지금 이들이 조부모나 다른 도움 없이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현실입니다. 과거에는 가정 내 역할 분담을 통해 아버지는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어머니들은 아이를 돌보는 문화였지만, 이제는 이러한 것들이 크게 변화하면서 과거와 현재의 문화가 충돌하고 있습니다. 일-가정의 양립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라고 봅니다. 또 이것은 육아 휴직 등의 공정성 문제와도 연결되기도 합니다. 중·고령층의 경우, 그들은 퇴직을 앞두고 있는 세대로 ‘제2의 커리어 설계’가 중요한 화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경력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고, 특히 혼자서는 더욱 막막할 것입니다. 예전에는 ‘자영업’이 대안이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포화상태이고요. 따라서 이 세대에게 가장 큰 고민은 남은 인생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60대 이상인 노년층을 살펴보면 ‘연금 공백기’ 문제도 존재합니다. 이는 은퇴 후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소득이 없는 기간을 의미합니다. 은퇴는 점점 빨라지고 연금 수령 연령도 상향 조정되면서 소득이 없는 기간이 늘어난 것인데요. 최근 KDI FOCUS 발표 내용을 봤을 때, 근로를 통한 일정 수준의 소득 확보도 확인됐습니다. 긍정적인 소식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충분하지는 않으므로, 무엇보다 노동수요를 증대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령층의 생산성이 증가해야 수요도 발생하므로, 이는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조직과 사회 전체의 전환이 중요합니다.
변화한 흐름에 맞게 새로운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Q. 여러 세대가 한 곳에 모이는 곳이 직장일 텐데요. 직장에서 발생하는 노동 관련 이슈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여러 이슈 중에서도 ‘임금과 근로시간 결정’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모두가 관심을 갖는 문제이기도 하고요. 임금과 근로시간은 조직의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초기에 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이를 결정하는 요소는 굉장히 많고 다양합니다. 공공부문의 경우 민간부문과는 다른 방식으로 임금과 근로시간이 결정됩니다. 공공성에 기초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국민의 눈높이와 같은 요소가 개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로 인해 국민의 눈높이와 조직의 생산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차별’ 역시 직장에서 중요한 문제입니다. 연령 간 차별은 청년고용 문제를 야기하거나, 연령에 의해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정년퇴직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역차별의 문제를 포함하는 성차별이나 장애인 차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언급한 것들은 정말 어려운 문제이며, 동시에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Q. 팀장님께서는 연구자인 동시에 KDI의 직장인이시기도 한데요. 직업병이 있으신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특별히 직업병이랄 건 없지만, 연구자들7이 보통 그러하듯 아이를 돌보다가도 연구주제를 생각하는 제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웃음). 어떤 날은 자려고 누워서도 계속 연구 내용을 생각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제는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잊기 전에 메모해두는 습관이 생겼어요.
Q. ‘평생직장은 옛말’이라고 할 정도로 직장에 대한 인식이나 태도가 많이 변화했음을 느낍니다. 이런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평생직장이라는 모델은 과거가 된 게 사실입니다. 최근 청년층은 새로운 미래를 내다보며 커리어를 계획하기 때문에 다른 선택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며 개인의 선택도 존중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고부가가치와 고생산성 분야에서 경력을 개발해 나가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개인이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이고 자기개발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직장의 시스템이나 환경이 재설계되어야 하겠죠.
Q. 이러한 변화는 근로 형태 및 방법의 다양화로도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변화하는 노동환경에 개인과 조직은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보시나요?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자기계발에 꾸준히 투자하는 것은 개인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저 역시 꾸준히 자기계발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말처럼 쉽지만은 않네요(하하). 자신의 시간 일부를 새로운 경력을 개발하는 데 투자하는 것은 평생학습, 평생혁신의 관점에서도 지속되어야 하는 일이고, 계속 변화하는 노동수요를 고려한 필연적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강조하고 싶은 점은 노동시장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조직과 사회 전체의 전환이 중요합니다. 변화한 흐름에 맞게 새로운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임금과 근로시간 등이 대표적인 문제입니다. 과거에는 호봉에 따른 차등과 장시간 근로 등이 당연한 문화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시간당 임금은 물론, 근로시간 자체가 근로 선택의 중요한 전제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평생직장을 전제로 하지 않다 보니 새로운 구조가 필요한데, 이것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많습니다. 개인간에 혹은 집단간에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결정이 어려워지는데요. 충분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노동시장연구팀이 진행할 앞으로의 연구가 기대되면서 궁금한데요. 몇 가지만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임금과 근로시간에 관한 결정은 전통적으로 계속해서 다뤄져 온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를 산업, 기업 간 경쟁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이 저희가 다뤄야 할, 중요한 연구주제입니다.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자와 같은 고용 형태에 대한 연구도 계속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노동시장에서의 차별 이슈도 더욱 중요성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해서도 실증적인 연구를 해 나갈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