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전정국(970901)
안녕 여시들
평소 책읽는 것도 좋아하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하는데,
그간 읽었던 책에 대해 짧게 혹은 길게 썼던 글들을 공유하고자 글을 올려!
참고로 장르는 딱히 편식하지 않고 완독하지 않더라도 재밌어보이는 책이면 무조건 읽는편이야
편안히 읽어주길 바라:)
<180516_거울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를 읽고>
초등학교 때에는 얼굴에 난 점과 주근깨때문에 거울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중고등학교 때에는 공부로 인해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져 자연스레 늘어난 몸무게가 신경쓰여 거울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대학교 때에는 화장을 하고, 화장 후의 얼굴 상태를 확인하며, 수정하는 총체적인 과정 및 날씬한(혹은 마른) 몸매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거울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거울앞에서 보내는 시간은 적어졌지만, 아직도 불쑥불쑥 내 얼굴이 마음에 안드는 날이 있거나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먹을 때에는 죄책감을 느낀다. 비단 나의 경험담은 아닐 거다. 남성의 겉모습보다 여성의 겉모습이 대화주제에 더 쉽게 오르내리고, 여성의 외모를 재단하는 표현들에 더욱 관용적인 사회적인 분위기때문에 능력을 키워도 모자른 시간에 많은 여성들은 거울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거겠지.
<180201_싯다르타를 읽기 전에 헤르만헤세 책을 읽었던 기억을 더듬으며>
헤르만헤세의 책 중 나비, 데미안을 읽은 경험이 있다.
나비는 말그대로 ‘나비’ 그 자체를 관찰한 책이며, 책만 읽었을 때에는 작가를 과학자 출신으로 오해할 만 하다. 나비를 연구대상으로 보듯 구체적인 설명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중학교 시절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 당시의 나는 책도 잘 안 읽었을 뿐 아니라 소설에 편중된 취향때문에 꾸역꾸역 읽고 독후감을 힘겹게 제출했었지..
데미안은 내가 힘겨운 시간을 보낼때 큰 힘이 되었다는 이유로, 여러번 재독하려고 노력하는 책들 중 하나다. 성장소설이라는 문구에 걸맞게 나는 어린 싱클레어에 완벽히 동화되어 ‘나와 그의 성장은 다름이 없구나’ 느끼며 위로를 받았다. 모든 책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같은 책이라도 여러번 읽을때마다 느낌이 다른데, 특히 이 책을 읽을 때 인상깊은 구절이 매번 극적으로 달라 나는 이 책을 참 좋아한다.
나비, 데미안 이외에 헤르만 헤세가 쓴 싯다르타. 어찌된게 세가지의 책 모두 개성이 정말 강하다. 나비를 관찰한 사람이 성장소설을 쓰고 동서양 사상을 조화롭게 녹여내어 자전소설을 집필하다니.. 문득 생각해보면 작가들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것 같다. 자신의 언어로 창작물을 만들어 낸다는 건, 인간의 최상의 지적 수준으로 가능한 일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표지부터 마음이 편안해지는 불상이라 아마 오늘은 이 책을 읽고 꿀잠 잘듯.. 바빠지기전에 부지런히 책을 읽자.
<171114_재즈로 시작하는 음악여행을 읽고>
재즈음악이라면 가리지않고 듣는 것을 좋아하지만 체계적인 세부장르를 알고싶어 이 책을 읽게되었다. 그러다 내가 재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및 나의 재즈 취향에 대해 고찰할 필요성을 느꼈다.
20대 초반 다른 대학생과 별반 다를바 없이 과제를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다가 밤을 새운적이 10번 중 12번은 되었을 무렵, 과제에 적당히 집중할 수 있으면서도 가사는 없는 음악을 찾기 시작했다.
뉴에이지나 클래식을 듣는다면 내가 축 쳐져 빨리 잠들어 버릴 수 있는 단점이 있을 것이고, 대중음악 instrument 버전을 듣는다면 노래방 반주처럼 여겨 한밤에 노래방을 갈 수도 있을 일말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찾은 음악이 재즈음악.
유튜브에서 우연히 추천영상에 뜬 ‘jazz compilation’을 들은 뒤로 과제나 시험때문에 밤을 샐 때 저 영상을 연도별로 듣곤했다.
한번 뭐에 꽂히면 파고들어가는 특성이 있는 내가 처음 접한 재즈 뮤지션은 Chet Baker.
그의 곡 ‘My funny Valentine’ 을 들으니 제목과는 달리 우울한 멜로디에 축 늘어지고 싶은 날 생각날듯한 노래였다. 매우 반전있는 첫인상과 그의 트럼펫 연주 영상을 본 후, 쳇 베이커에 잠깐 미쳐서 재생목록에 그의 유명한 곡들을 담아 자주 들었던 기억이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의 곡은 ‘The touch of your lips’ ‘I’ve never been in love before’ ‘I fall in love too easily’ ‘Almost Blue’ 그리고 요즘같은 가을에는 ‘Autumn leaves’ 를 들으며 책을 읽는다면 잠시 한국을 벗어난 기분도 든다.
혹시 재즈입문을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책에서 읽은 글과 내가 재즈음악의 스펙트럼을 늘린 방법을 덧붙여 본다.
클래식은 작곡가의 음악, 재즈는 연주가의 음악이라한다. 따라서, 클래식을 연주할 때에는 악보에 충실한 연주가 훌륭한 음악이라 말한다. 반면에, 재즈는 연주가의 편곡에 따라 곡의 느낌이 달라지므로 청자의 입맛에 따라 곡을 고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내 취향의 재즈뮤지션을 알고싶다면 많은 사람들이 즐겨듣는재즈 곡 몇개를 검색해서(예를 들어 ‘misty’, ‘over the rainbow’ ‘so what’ 등) 동일한 곡에 대해 여러 뮤지션이 연주한 것을 직접 들어본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뮤지션이 있다면 그들의 다른 곡들을 들어보며 재즈를 알아가면 된다. 시간과 재즈에 대한 애정이 있으면 누구든 할 수 있는 쉬운 과정이니, 망설임없이 도전해보시길!
이 책을 읽고나니, 나의 취향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것에 기쁨을 느낀다. 또한, 문화예술의 발달과정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당시의 사회상 역시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함을 깨달았다. 역사 공부도 게을리하지 말아야지.
+ 최근에는 Sarah Vaughan의 dreamy 와 Glenn Miller의 Moonlight Serenade 라는 곡에 빠졌다
<170816_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사실 이 책을 읽는 것을 많이 미뤄왔다. 나와 내 친구들, 더 나아가 우리 엄마의 썩 유쾌하지 않은 경험들이 내재된 제3자의 이야기는 조금은 회피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 이기 때문이다.
나는 책 속의 김지영씨가 태어난 해로부터 딱 10년,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뒤에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처한 처지를 십분 이해할 수 있었고 그녀의 심리를 따라가는게 전혀 버겁지 않았다. 세상은 영원히 변한다는 명제는 언제나 참이지만 너무 더디게 바뀌는 것을 자각하니 속이 헛헛해지다가 쉽게 무기력하다. 생각이 많아지는 후폭풍은 내가 기꺼이 감내해야할 후유증이겠지.
<170303_멋진신세계를 읽고>
생각의 늪으로 끊임없이 파고들어갈 때 가끔씩은 누군가의 통제하에 정해진 일만 하면서 고민과 갈등없이 살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을 때마다 그 생각이 정말 오만하고 위험했음을 절감한다. 머리를 가볍게 하고싶어 소설책을 들었지만 인간다운 것은 무엇인지 계속적으로 내게 물음을 주는 책. 그리고 고전은 고전인 이유가 있다.
읽어줘서 고마워:)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ㅎㅎ고마워 여시야 저 재즈 책때문에 좋은 노래 많이 알게되어 좋았어
독서는 항상 위로가 돼! 다른 사람 독후감 읽는 것도 새롭고 재밌다,, 잘 읽었어~~
ㅎㅎ고마워!!
잘읽었어 시간나면 2탄도올려줘~~!
응응 물론! 독후감 더 써놓은거 찾아봐야겠다ㅎㅎ
헐 여시 글 너무 잘쓴다..! 나도 독후감좀 써야겠어 ㅠㅠ 읽는건 너무 좋은데 나중에 다까먹어서 문제야
고마워ㅎㅎ 그래도 글로 남겨두면 책읽다가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알게되어서 좋은거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