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관광객 스콧 스티븐스와 와일드(10) 부녀는 불과 몇 분 차이로 지난 25일(현지시간) 아이슬란드 남동부 브레이다메르쿠르요쿨 빙하의 얼음동굴이 무너져 깔리는 참변을 피했다고 믿고 있다.
텍사스주 오스틴 출신인 스콧은 동굴 안의 얼음을 만져 보는 딸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 카메라에 특수 렌즈를 달아 딸의 모습을 담느라 몇 분 정도 더 머물렀을 수도 있었다. 그는 28일 CNN 인터뷰를 통해 “난 다른 그룹이 내 뒤에서 기다리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서 모두를 붙박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렌즈를 갈아 끼우느라 모든 이를 뒤에 줄지어 서 있게 하는 일은 결례가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해서 그러지 않기로 마음 먹었고 우리는 걸어서 빠져나왔다"고 털어놓았다.
동굴을 빠져나온 지 일 분정도 뒤 커다란 “꽝” 소리가 났고 동굴이 “부서지는" 소리를 들었다. 딸 와일드도 “다른 렌즈들을 붙잡고 (사진을 더 찍었으면) 100%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정확히 그 지점에 있었다"면서 “난 그렇게 하려 하지 않았고 생각조차 안하고 싶었다”고 몸서리를 쳤다.
얼음동굴 탐험에 함께 나섰던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 틈바구니에서 미국인 남성이 목숨을 잃고 미국인 여성이 부상을 입었다. 스콧은 "딸애가 내가 그랬을까봐, 내가 그애 사진을 찍다 죽었을까봐 아주 걱정했다. 아주 쉽게 우리였을 수도 있다고 느껴진다"면서 “여러분도 알다시피 난 불쌍한 남자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휴가를 맞아 그냥 여기 있었을 뿐인데 그는 오늘이나 내일, 아니면 그 다음날에라도 집에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확신한다. 알다시피 그는 집에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스콧에 따르면 당시 동굴을 찾은 투어 그룹은 두 단체였다. 그는 첫 번째 단체에 속해 있었고, 사망한 남성과 부상 당한 여성은 두 번째 단체에 속해 있었다. 두 그룹은 함께 여행하고 있었으나 각자 투어 가이드가 다른 20명정도 규모였다.
스콧이 굉음을 들었을 때, 마침 투어 가이드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그가 날 쳐다보는 것 같았다. 나도 그를 봤다. 우리는 아마도 ‘이건 좋지 않아’ 표정을 지었던 것 같다.”
스티븐스와 가이드는 협곡 아래로 달려 내려가 동굴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봤고 한 여인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내 눈으로 보자마자 그녀가 다친 것을 알아 볼 수 있었다"고 들려줬다. 투어 가이드들과 마침 투어를 하던 의사가 그녀를 도왔다. 스티븐스는 투어 가이드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눈물이 글썽한 채로 돌아왔는데 피가 묻어 있었다. 난 죽은 신사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른 투어 가이드도 똑같이 망가져 있었다. 둘 다 믿을 수 없을 만큼 트라우마를 겪었다.”
스티븐스는 나중에야 미국인 관광객이 커플이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국 국무부는 한 자국민의 사망과 다른 미국인의 부상을 확인하면서 "영사적 조력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얼음동굴은 북대서양의 섬나라이며 북극 서클의 남쪽 가장자리에 자리잡아 국토의 11%가 빙하들로 뒤덮인 아이슬란드를 찾는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