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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학교 세번째 만남이 있는 날입니다.
철암에서 자전거여행을 기획, 진행하는 최선웅 선생 계획서를 참고해
일정을 공유하고 앞으로 준비할 사항과
각자 자전거여행에 대해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회의자료 겸 여행계획서를 만들었습니다.
길위의학교_자전거여행편_계획서.hwp
오후가 되어 길위의학교 모임을 앞두고,
여름방학 활동을 따로 하지 않고 배움터에 온 아이 몇몇이 앞강에 놀러간다고 들떠있습니다.
길위의학교 참가하는 복기, 하늘이, 부경이도 가고픈 눈치입니다.
나도 물놀이 하는 거 누구보다 좋아하는 사람이고
물놀이 가면 좋긴 하겠는데, 앞으로 일정과 계획을 먼저 설명할테니
오늘 물놀이 갈지 듣고 판단해달라 부탁했습니다.
전체 일정 및 경로, 모집대상, 경비 및 준비물, 추진 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적극적으로 함께 할 사람,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사람과 가고싶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다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장비, 준비물을 너희가 다 알아서 준비해라는 게 아니라
본인 여행이니 가급적 본인이 적극적으로 임하되 때때로 필요한 만큼 내가 거들겠다 했습니다.
겨울방학 때 뵌 원통 삼천리 자전거 대리점 양동업 사장님처럼
자전거여행에 필요한 정비를 도와주겠다는 분도 계시고
우리 가는 여정에 숙소를 제공할 때 도우시려는 분도 계시니
지금 준비된 것이 미흡하다 한들, 어떻게든 될 것이라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오늘부터 여행 다녀온 후까지 했으면 하는 일정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앞으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시기를 설명한 후
나는 자전거여행을 잘 준비해서 가고 싶고
나 혼자 갈 거면 모르겠지만 여럿이 가는 거라 나만 믿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함께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이 정도로 설명을 한 후 우리의 상황이 이러한데,
오늘 물놀이 가도 괜찮을지 다시 묻자
"아뇨, 우리 이거 준비해야 해요. 할 거 많아요." 합니다.
"그렇게 생각해줘서 진짜 고맙다." 했습니다.
# 과업팀 구성
제 이야기를 마친 후 아이들과 과업팀을 짰습니다.
계획서에도 나와있지만 각 과업팀의 임무를 풀어서 설명했습니다.
1인 1팀장 체제인데, 팀장이 도맡아서 다 하라는 뜻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거나 도와달라고 하는 대신
그 일을 총괄하는 게 각 과업팀장이라 했습니다.
저를 제외한 세 명이 자연스럽게 한 팀씩 지원해 금새 결정이 났습니다.
맏형 복기가 숙소팀,
나이로 둘째인 부경이가 물품팀,
막내인 셈인 하늘이가 식사팀을 맡았습니다.
# 자전거 여행 관련 책 찾기
계획서에 첨부되어있듯 동해안 자전거여행 관련 정보
(지리, 여행 에세이, 다녀온 사람들의 고급 정보)가
인터넷, 책에 풍부하게 있을 것이라 했습니다.
(미리 원통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자전거 라는 키워드로 책을 찾아보니 관련 서적이 꽤 있었습니다)
우리가 갈 경로,
경로 상에 들러볼 만한 곳,
가기 전에 익히고 상상해볼 자전거 여행 관련 책을 찾아보자 했습니다.
함께 원통도서관에 갔습니다.
관리자 선생님께 인사드리고 자전거 관련 서적을 검색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아이들과 여러 번 가다보니 제게 묻기보다
이제는 아이들에게 주로 묻고 대답을 기다려 주십니다.
계획서에 있었던 김훈의 '자전거 여행' 책이 있습니다.
관리자 선생님이 서가 분류상 번호를 일러주셨고 복기가 찾아냈습니다.
"이야 복기야, 잘 찾았다." 했습니다.
복기와 하늘이는 자전거 여행을 주제로 다룬 에세이집을 두어 권 더 찾았습니다.
현직 교사분이 자전거여행을 다니며 전국의 제자들을 만난 책,
대학생이 전국 해안가도로를 누비며 쓴 책...
자전거 여행에 대한 팁도 있고
다녀온 이의 여행 일정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자전거 여행 에세이 입니다.
"하늘아, 그 책 보고 좋으면 나도 추천해줘. 잠깐 읽어봤는데 읽고 싶더라."
"네, 여기 안에 자전거 여행 안전 요령도 있어요."
부경이는 우리가 갈 경로의 지도책을 여러 권 찾았습니다.
지도 책도 여러 종류가 있고, 축척이 다양합니다.
대략적으로 나온 지도책, 자세하게 나온 지도책을 한 권씩 골라 내게 보여주기에
우리가 갈 경로에 해당하는 페이지를 짚어 설명해준 후
부경이로 하여금 직접 관리자 선생님께 복사해주십사 부탁드리게 했습니다.
원래는 흑백복사만 하는데, 지도라서 칼라복사를 해주셨답니다.
복사기 화질이 좋아서 원본처럼 깨끗합니다.
아이들과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드렸습니다.
중간 로비에서 하늘이가 오늘 활동을 정리합니다.
하늘이는 기억력이 매우 좋고 참 꼼꼼합니다.
시간 순대로, 아주 꼼꼼하게 기록하는데 그 상세한 정도에 놀랍니다.
하늘이가 기록을 잘 해주니 든든합니다.
# 자전거 여행 경로, 가볼만한 곳 검색
도서관 맞은 편에 있는 멀티미디어실에 가서 복기, 부경이와 여행 경로를 확인하며
경로 상에 가볼만한 곳을 검색했습니다.
동해안을 끼고 남한 최북단을 여행하니 가볼 곳이 풍성합니다.
복사한 지도에서 우리가 갈 경로를 짚어주며
여기서 우리가 가볼만한 곳이 있는지 물어보고 있으면 적어달라고 했습니다.
지도에 마침 그런 곳들은 붉은 글씨 범례로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저부터 가고 싶은 곳을 메모했습니다.
화진포호, 화진포해수욕장, 해양자연사 박물관, DMZ 박물관, 김일성 별장, 이승만 별장...
복기는 키워드로 검색하여 이미 다녀온 사람들의 블로그를 검색해보고
부경이는 고성군 문화관광과 홈페이지와 각 전시관, 박물관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연락처, 이용료, 운영시간 등을 메모했습니다.
복기는 블로그 검색을 잘 합니다.
실제 다녀온 사람들이 직접 찍은 자료를 보니 생생합니다.
"이기붕 별장하고 이승만 별장은 같이 있대요." 합니다.
한 곳에 가면 두 곳 다 볼 수 있다하니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유용한 정보인가요.
부경이는 다음 로드뷰 기능을 활용해 첫 날 숙소 근처 지리와 이동할 경로를 확인했습니다.
또 '길위의학교'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서 나온, 한비야씨 글을 보여줍니다.
나는 여행이란
길 위의 학교라고 굳게 믿는다.
그 학교에서는 다른 과목들도 그렇지만
단순하게 사는 삶, 돈이 없어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사는 삶에 대한 과목을 최고로 잘 가르친다.
한번 배우면 평생 쓸 수 있는 매우 유익한 수업이니
필히 수강하시길 바란다.
- 한비야의《그건, 사랑이었네》중에서 -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길이기도 하여
"부경아, 나 이 구절 좋아해. 참 좋은 구절 찾았네." 했습니다.
예상했지만 가보고 싶은 곳이 일정에 비해 많은 편이라
홈페이지만으로 판단키가 어려워보였습니다.
자연, 박물관/전시관, 기타 이 세가지로 가보고자 하는 곳을 분류하고
이와 관련된 여행 안내책자, 자료들을 요청해보자 했습니다.
마침 고성군청 문화관광과 홈페이지에 안내책자 발송을 부탁하는 게시판이 있기에 보여주고
여기를 통해 신청하거나 직접 담당부서에 전화하여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고성군 문화관광과에 안내책자 요청하기
복기, 부경이와 배움터에 돌아와 고성군에 전화하기 전에
어떻게 이야기드릴지 의논해서 멘트를 짰습니다.
기본적인 자기소개, 전화드린 목적(요청하는 내용)을 글로 풀어 써보았습니다.
복기가 전화드리기 위해 정리한 내용이 명료하면서 핵심이 담겨있습니다.
부경이가 고성군 대표전화 번호를 눌러 복기에게 건넸습니다.
대표전화 번호다보니 두 세번의 연결을 거쳐 담당자가 받았습니다.
주소는 배움터 주소로 받되, 받는 이는 복기 이름으로 했습니다.
자기 소개, 전화드린 목적을 연결한 횟수만큼 설명했는데
복기가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잘 말씀드렸습니다.
그게 참 고맙습니다.
"복기야, 연결이 여러 번 되서 당황했을 수도 있는데
차분하게 참 이야기 잘 했다. 고맙다."
"자세한 자료 책자로 보내준대요. 아, 떨렸네." 합니다.
잘 해준 복기가 대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