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구 문화재단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의견서
이번 168회 구로구 임시의회에 올라온 ‘구로구 문화재단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이하 ‘문화재단 조례안’)에 대해 의견을 제출합니다.
1. 문화재단 조례안은 주민자치시대에 역행하는 조례안입니다.
현재 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에는 연 15억~20억 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구청의 공식 예산안이 발표되지 않았음) 사업입니다. 이에 대해 주민 공청회나 설명회, 관련 전문가 간담회가 단 한 차례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조례안 추진 과정에서 지역문화관련 단체 및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있었는지도 진지하게 묻고 싶습니다.
지난 3월 30일 『서울특별시 구로구 입법예고에 관한 조례』 제4조의 규정에 의거에 입법 예고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단 한 건의 의견 제출이 없었음을 담당 공무원을 통해 확인하였습니다.
절차상의 입법 예고를 했다고 문제가 없음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 수렴과정이 철저하게 배제된 관행이 그대로 반영된 조례안에 불과합니다.
2. 제안된 구로구 문화재단은 기존의 구로문화원과 다를 바 없는 조직입니다.
현재 구로구에는 구로문화원이 있습니다. 이 구로문화원은 구비로만 1억 5천만 원 정도가 투자되고 있습니다(관련 용역보고서인 ‘구로구 구의회의사당 및 문화예술회관 관리운영방안 연구’에서 발췌. 이하 ‘용역보고서’). 구로문화원은 주민자치센터에서 하는 지역주민 프로그램 정도를 운영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구로구 전체를 아우르는 문화프로그램의 기획과 문화욕구 실현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관 주도의 문화원 운영 프로그램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문화재단은 해마다 문화교양프로그램을 개설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조직입니다. 조례안 설립 목적에도 나와 있는 바와 같이 “문화예술 진흥과 문화복지 발전”을 위해 운영되는 조직으로서 주민의 문화적 욕구를 파악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사업을 추진해야 합니다. 이에 맞게 구로문화원보다 훨씬 더 예산이 확보되어야 함은 물론 전문적인 관리와 운영이 필요한 조직이기도 합니다. 기존의 문화원 운영을 뛰어넘는 운영 방향의 전환이 필요한 조직입니다.
그러나 문화재단 조례안 어디를 봐도 이러한 문화재단에 걸맞은 운영방식과 계획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구로문화원을 강화하여 다양한 문화교양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현실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현재의 구로구 문화재단안은 예산낭비에 불과합니다.
3.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지만) 용역보고서의 기본 제안도 반영하지 못한 돌출적인 문화재단 설립안입니다.
용역보고서를 살펴보면 문화재단 설립 제안안은 부록의 추가안에 불과한 안이었습니다. 게다가 문화재단 설립안을 삽입하는 근거도 미약합니다. 연구 과정에서 구청의 입김이 작용하여 부록안에 삽입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즉,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연구내용을 꿰어 맞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문화예술회관은 “주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적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문화공간 운영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인력은 기획력을 지닌 전문인력이 필수적임. 따라서 일반 행정인력보다 문화예술프로그램의 기획운영이 가능한 인력의 확보가 필요한 것으로 사료됨”이라고 기본 방향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상정되는 문화재단 조례안은 그나마 용역보고서에 근거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반대 방향을 제안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철저하게 전문인력이 아닌 행정인력에 근거한 문화재단 설립을 제안하고 있는 것입니다.
4. 문화재단 조례안은 관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출된 조례안을 살펴보면 구청의 행정인력 중심의 문화재단을 설치하고, 관치의 극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구청장을 이사장으로 하고 있으며, 이사 15인에는 구청장, 부구청장, 행정관리국장, 주민생활지원국장, 도시관리국장이 당연직으로 들어가도록 하고 있습니다(이상 제7조). 또 문화예술분야의 전문가로 상임이사를 두고 있으나 이사장의 지휘를, 즉 구청장의 지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제8조). 사업계획서와 예산서도 구청장의 승인을 받아야만 집행가능하며(제14조), 결산서도 구청장이 지정하는 공인회계사의 회계감사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제15조). 사업의 책임자(구청장)가 스스로 감사하는 것으로서 삼척동자도 이해할 수 없는 조직운영안입니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제16조입니다. 공유재산 무상 사용 등에 관한 안으로서 “구청장은 필요한 경우 재단의 공유재산(물품을 포함한다)을 무상 사용, 수익하거나 구의 공유재산을 무상대부할 수 있다”(다만 자체수익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 그러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직원도 구청장이 임면하며(제10조), 이사회도 오로지 이사장인 구청장만이 소집할 수 있습니다(제9조).
조례안 어디에서도 문화예술 전문가의 활동력을 보장하며, 주민의 자발적인 문화 활동을 지원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5. 구청장을 위한, 구청장에 의한, 구청장의 문화재단에 불과합니다.
현재 연 15억~20억 원이 일반회계에서 투입될 것이라는 소문(필요 예산의 정확한 금액을 구청은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은 현재 문화재단 설립에 대한 의혹을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재단을 설립한다는 것은 연 1회 행사 개최와는 다른 사안입니다. 지속적으로 구로구민의 문화 복지 향상과 문화욕구 수용을 위해 연구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8월 개관을 앞두고 작년 문화예술회관 운영에 관한 조례안에서 부랴부랴 문화재단 설립 조례안으로 변경, 제출되고 재단 설립과 운영에 얼마나 예산이 들어갈지도 모르며, 지역 주민의 문화욕구 실태조사와 같은 기본 자료도 없이 문화재단을 설립하고자 하고 있으며, 게다가 구청장이 쥐락펴락하는 문화재단을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구청장을 위한 , 구청장에 의한, 구청장의 문화재단 설립에 구의회가 들러리를 서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이번 문화재단 설립 조례안은 구의 주인이 구민임을 철저히 망각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그간 학교급식 지원을 위한 예산 확보에는 떨떠름했던 구청이 그에 상응하는 예산을 주민의 자리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문화재단 설립에는 투입한다니 더욱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6.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된 문화재단 조례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구로는 지역문화의 불모지로서 구청의 지원 없이 지역주민과 단체들의 문화적 욕구가 자생적으로나마 어렵게 활동을 펼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매년 구로 거리공원에서 열리는 어린이날 행사는 구청의 외면 속에 지역 시민단체들의 자발적 지원금으로 치러지고 있으며, 소규모 문화동아리들의 공연도 문화체육과의 거절로 변변한 공연 공간 확보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주민문화동아리들은 연습공간이 없어 영등포구로 동작구로 옮겨 다니고 있습니다. 내심 지역의 문화단체와 동아리들은 웅장한 모습으로 건설되는 문화예술회관에서는 구로의 문화가 활짝 꽃피길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작은 연습공간이라도 소중하게 나눠 쓰면서 당당한 구로의 주인임을 확인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나 문화예술회관 시설을 볼 때 이러한 바람은 점점 멀어지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문화는 관에 의해 주도되고, 관에 의해 활성화될 수 없습니다. 관은 자발적인 주민의 문화활동을 지원하고 활성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함으로써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습니다. 이번 문화재단 조례안이 이런 관점에서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공청회 등 좀 더 광범위한 수렴 과정을 거쳐 구민이 활발하게 문화의 꽃을 피울 수 있는 문화재단을 만드는 기본안으로 거듭나길 바라며 이번에 상정되는 문화재단 조례안에 대해 신중한 재검토를 부탁드립니다.
2007년 4월 23일
민주노동당 구로구위원회, 서울남부문화예술연대회의
첫댓글 송지누님이 건네준 걸로 먼저 잘 읽어 보았습니다. 어제 잘 하셨는지 모르겠네요.
네..다행히 의회에서 '계속심사' 결정이 났습니다. 계속심사는 더 논의해봐야 한다는 거죠~ 즉 미뤄진 것입니다. 지역에서 이와 관련해서 토론회를 할까 합니다...어때요?
이런 이런 이럴 럴 럴 럴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