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프로축구 갑급 A조 칭다오 베일라이테의 이장수 감독이 지난 12일 승부조작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사의를 표명했다가 번복했다는 소식을 지면으로 접했다. 이 감독 본인이 승부조작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지만 중국 프로축구계가 이 문제와 관련해 수년째 골머리를 앓아오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멀리서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이 감독이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 감독에게는 미안하지만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부러운 생각이 드는 것은 아마도 막판까지 식지 않는 치열한 승부욕과 팬의 성원이 우리의 프로축구 현실과는 너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3월에 막을 올린 국내 프로축구가 16일 팀당 44게임의 대장정을 마친다. 성남이 지난달 25일 우승을 확정했으니 20일 가까이나 우승팀의 향방과는 상관없는 레이스를 펼친 셈이다. 마그노 김도훈 도도 이따마르 등이 득점왕을 놓고 격돌을 벌이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하면 아찔한 생각이 든다. 팬의 마음과 눈길을 확 끄는 경기를 하지 못했음에도 경기장을 지킨 분들에게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한 마음과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결론을 말하자면 우리 프로축구도 내년부터는 포스트시즌제도 도입을 진지하게 논의해봐야 할 때가 됐다. 유럽이나 일본, 중국처럼 1·2부리그 간의 승강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프로야구라는 강력한 경쟁 스포츠가 있는 현실에서 팬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모으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보완이 절실하다. 유럽처럼 대륙간 클럽대항전이 활성화돼 자국 리그가 종료된 뒤 또 다른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한·중·일의 정규리그 우승팀끼리 맞붙는 A3대회(주최국은 2개팀 참가)가 창설됐지만 2005년까지는 참가팀을 더 늘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다행히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최근 포스트시즌제도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를 갖는다고 한다. 일본처럼 전·후기 리그를 통한 챔피언결정전 제도를 할 것인가, 아니면 예전 우리 프로축구가 했던 것처럼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챔피언십시리즈 등의 틀로 갈 것인가는 더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초봄에 시작해 한여름을 거치며 피와 땀을 흘리며 대장정을 벌인 프로축구가 내년에는 성대한 가을잔치로 알찬 열매를 맺고, 그 순간을 팬과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