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의 역사인식은 뒤로 뛰는 듯하다. 미래를 향한 동반자로서 함께 뛰려면 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 주력전투와 야간전투
클라우제비츠는 11장 주력전투 끝 무렵에 손자병법의 부전승(不戰勝) 개념을 간단히 피력하고 있다. ‘피를 흘리지 않고 전쟁을 지휘하는 법을 이해하는 최고 지휘관만이 월계관을 얻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훌륭한 사례는 가장 좋은 스승인데, 이론적 편견의 구름이 그 사이에 놓여 있으면 좋지 않다’라고 했다. 이것은 군사이론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전사를 깊이 연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12장 승리를 이용하는 전략적 수단에서는 추격(追擊)의 중요성을 1812년 보르디노 전투 사례를 들고 있다. 모스크바 서쪽 약 90㎞ 떨어진 이곳에서 나폴레옹이 전력을 기울였으면 러시아군을 전멸시킬 수 있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추격을 순수 기병, 모든 병과로 구성된 강력한 전위부대, 승리한 군대가 힘이 미치는 데까지 전진하는 단계로 구분했다.
13장 전투에서 패배한 뒤의 후퇴에서는 패배를 당했을 경우, 병력을 집결해 질서와 용기·신뢰를 되찾는 것을 강조했다. 클라우제비츠는 14장 야간전투 성격을 강력한 기습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4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적이 지극히 경솔하거나 무모한 경우, 적이 공포감에 휩싸여 공황상태이며 아군 사기가 월등하게 우세한 경우, 아군이 적 포위를 뚫어야 하는 경우, 아군이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경우다. 당시에는 야간 어둠은 커다란 장애물이었다. 허들은 야간전투처럼 야음 조건을 극복하듯 10개의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
# 허들
허들은 지정된 거리 내에 10개의 허들을 설치하고 이를 뛰어넘는 단거리 달리기다. 허들 높이는 남자 1.067m(3.5피트), 여자 84㎝(2.9피트)다. 선수의 신체 일부가 닿으면 바로 넘어지도록 설치돼 있고, 넘어진 허들에 대한 벌칙은 없다. 남자 허들 110m 위치는 첫 번째가 13.72m, 10번째는 골인 라인에서 14.02m, 나머지 8개는 9.14m 간격으로 배치된다. 허들은 처음 T자형 목재에서 L자형으로 바뀌면서, 앞으로 넘어져 선수들 부상을 크게 줄였다. 여자는 100m, 남녀 공히 400m 허들이 있다. 허들 간 전력질주와 도움닫기, 도약을 번갈아 시행해야 하므로 체력 소모가 크다. 특히 곡선 주로가 있는 400m 허들 경기에서는 원심력을 잘 조절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한편 한국 육상은 오랜 시간 많은 장애물을 극복해 왔다. 일제 치하에서 조선체육회 주관 첫 육상대회는 1920년 5월 16일, 현 전쟁기념관 자리인 서울 용산연병장에서 열렸다. 팔도에서 좀 뛴다는 사람들이 모였다. 단거리 종목은 체계적으로 훈련한 일본인들이 우승했다. 그러나 마라톤 10마일(16.09㎞)과 25마일(40.23㎞)은 인력거꾼, 신문배달원, 북청물장수 등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이러한 저력이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서구 문명의 급속한 유입으로 음식 문화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중 하나가 간편하고 빨리 먹을 수 있는 햄버거다. 사람들이 즐겨 먹은 간편 음식 중 하나인 햄버거 또한 비만이라는 장애물을 넘기 위해 품질개선 노력을 해왔다.
# 햄버거 전쟁
햄버거(hamburger)는 독일 도시 함부르크(Hamburg)의 뒤에 -er을 붙여 ‘함부르크에서 온 사람이나 물건’을 뜻하는 말에서 유래됐다. 질 낮은 고기를 갈아서 향신료로 간을 하고 생으로 먹거나 익혀서 먹던 ‘함부르크 스테이크(hamburg steak)’는 선원들을 통해 뉴욕에 전파된 후, 1826년 ‘햄버거 스테이크(hamburger steak)’가 처음 등장했다.
햄버거 중 대표적인 맥도날드는 1940년 바비큐 식당으로 외식업에 뛰어든 리처드와 모리스 맥도날드(McDonald) 형제가 1948년 효율적인 생산 라인을 갖춘 햄버거 가게를 시작한 것이 그 시초다. 이것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1954년 밀크 셰이크 기계 판매원이었던 레이크록(Ray Kroc)이다. 그는 맥도날드 가게에 우연히 들린 후 1961년 맥도날드 형제로부터 회사를 인수해 세계적 프랜차이즈 업체로 키워나갔다. 점포의 통일성, 표준화된 메뉴와 품질, 신속한 서비스, 저렴한 가격을 통해 맥도날드의 프랜차이즈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것이다.
이에 맞선 버거킹은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입맛대로 즐기세요(Have it your way)’의 차별화 전략으로 맞섰다. 그리고 불에 굽기 때문에 기름에 튀기는 맥도날드보다 맛이 훨씬 좋다는 것을 강조해 매출액을 늘렸다. 한편 1970년대 ‘패스트푸드’라는 개념 자체가 전무하던 국내 시장에, 1979년 ‘한국적인 맛’을 내세운 롯데리아의 대표 메뉴인 불고기버거가 등장했다. 맥도날드의 주력 전투에 맞서 버거킹과 롯데리아는 맛의 차이를 통한 추격과 야간전투로 응했던 것이다. 이른바 간편 음식 햄버거 전쟁이다.
<오홍국 군사편찬연구소 연구관·정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