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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
겨울차림으로 중무장하고 마당에서 플라스틱 부대를
묶어 다리 위로 배출한 뒤 쌀쌀한 바람 속을 헤쳐가며
곧장 운동장 쪽으로 걸었다.
어제 약간 걸은 덕인지 숨차지 않고 은근히 땀이 배어나올
만큼 걷다 보니 어느 새 운동장 사거리였다.
오늘은 벤치에 앉지 말고 향남마트로 가서 할인판매 상품을
골라서 간단하게 가져오려 맘먹고 과자류와 식품판매대쪽을
둘러 보았더니 다이제와 진라면이 눈에 들어왔다.
쉽게 쇼핑을 마친 다음 다이소 쪽으로 가려다 말고 오던 길을
되짚어 곧장 집으로 돌아 와 샤워를 한 뒤 런닝 등을 갈아 입고
평상으로 가 담배를 피워 물었다.
한 시간 가량의 산책길에 담배를 소지하지 않았던 게 효과적이어서
그처럼 거뜬하게 십 리길을 빨리 걸을 수 있었던 듯하다.
차남이 타주는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인문학에 이끌려
화성교육도서관을 노크하니 여전히 에러가 발생하긴 했지만, 파일을
복구한 다음 인문학 서재로 곧장 들어가 <나는 왜 나에게만 가혹할까>
를 대출하였다.
맨 앞면의 체크리스트 항목만 훑어 보아도 노상 악몽에 부대끼는 내게
유용할 거라는 확신에 차서 차남의 얘기를 귓등으로 흘리며 서문을
읽고 <좋은글 모음>에 수록하였다.
나는 왜 나에게 가혹할까?
인문학 책을 읽고 시를 친구하며 깨달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