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틈엔가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는 절기
'한로(寒露)'를 맞습니다.
한로가 지나면 제비는 강남으로 가고,
기러기가 북에서 온다고 합니다,
절기에 걸맞게 차츰 쌀쌀해지는 듯합니다.
한편 설악산, 오대산에 이어 치악산에도
이미 단풍이 들었답니다.
‘한로’ 절기를 전후해서는
일 년 중 보내기가
가장 좋을 때가 아닐까 여겨집니다.
이제 가을은 점점 깊어가면서
긴 추위를 맞게 되겠지요,
(해)한로 [寒露]
한로(寒露)는 24절기 가운데 17번째 절기로 추분(秋分)과
상강(霜降) 사이에 드는 절기로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
하는 시기라는 뜻의 절기입니다.
양력 10월 8~9일 무렵이 입기 일(入氣日)이며 태양이
황경(黃經) 195도의 위치에 올 때로서 음력으로는 9월
절입니다.(올해는 음력 9월 13일)
이제부터 날씨가 차츰 서늘해짐에 따라 이슬(寒露)이 찬
공기를 만나 서리로 변하기 직전의 이때쯤 농촌에서는
오곡백과를 수확하고, 타작이 한창인 시기입니다.
또한, 단풍이 짙어지고 제비와 같은 여름새와 기러기 같은
겨울 철새가 교체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저녁이면 붉게
익은 감을 까치밥으로 남겨 둔 고향 집이 그리울 때 이기도
합니다.
‘고려사(高麗史)’ 권 50 ‘지(志)’ 4역(曆) 선명력(宣明曆)
상(上) 2의 ‘한로’에 관련된 기록을 보면 한로 15일간을
5일씩 끊어서 3 후(三候)로 나누어 설명하였는데
“한로는 9월의 절기이다. 괘(卦)는 태(兌) 구삼
(九三) 이다. 초 후(初候)에 기러기가 와서 머문다.
차후(次候)에 참새가 큰물에 들어가 조개가 된다.
말 후(末候)에 국화꽃이 누렇게 핀다.
寒露 九月節 兌九三 鴻鴈來賓 雀入大水化爲蛤
菊有黃華.(한로 구월절 태구삼 홍안내빈 작입
대수화위합 국유황화).”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편 가을은 점점 깊어가고 찬 이슬이 맺히는 한로에
접어들면 농촌에서는 아직도 가을걷이로 눈코 뜰 새가
없다고 하여 ’안비막개(眼鼻莫開)‘라고 하지요,
잠시도 머뭇거릴 겨를도 없습니다. 새벽밥해 먹고 들에
나가 밤이 늦도록 일합니다.
한로에는 찬 이슬 머금은 국화꽃 향기 그윽하고 기온은
하루가 다르게 점점 떨어집니다.
한로 즈음엔 찬 이슬이 맺힐 시기여서 기온이 더 내려가기
전에, 늦가을 서리를 맞기 전에 빨리 추수를 끝내야 하므로
또 오곡백과를 수확하기 위해 타작이 한창일 때이므로 농촌은
바쁘기 그지없습니다.
벼 이삭 소리 슬슬 서걱거리고 곡식과 과일이 결실을 보는
때. 북에서부터 남으로 내려오는 벼들의 황금빛 물결에 맞춰
벼 베기가 시작되고 한편 여름철의 꽃보다 아름다운 가을
단풍이 짙어지며, 춤추듯 그 붉은 자태를 뽐내기 시작합니다.
하늘은 더없이 맑고 높습니다. 벼가 여물어 들판이 황금
물결로 출렁일 때 농부들은 안 먹어도 배가 부릅니다.
벼를 베거나 타작하는 날은 무슨 잔칫날처럼 부산하고
고될망정 수확을 하는 농부의 얼굴에는 웃음이 넘칩니다.
예전에는 길손이 지나면 꼭 불러 새참이나 점심을 함께
권했고, 막걸리 한 사발이라도 돌려먹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요즘의 가을 들판은 달라 저도 너무도 달라졌습니다.
주인이 논둑에서 어정거리는 동안 콤바인이 굉음을 울리며
순식간에 논을 오가며 벼를 베어 담은 가마니를 하나씩
통째로 떨어트립니다.
한로를 전후하여서는 국화전을 지지고 국화술을 담그며,
온갖 모임이나 놀이가 성행했습니다. 한로는 중양절(음력
9월 9일)과 비슷한 시기에 드는 때가 많음으로 이 무렵에
중양절 풍속인 머리에 수유(茱萸)를 꽂거나,
높은 산에 올라가 머리에 산수유를 꽂으면 잡귀를 쫓을 수
있다고 믿었는데, 이는 산수유 열매가 붉은 자줏빛으로
붉은색은 양기의 색으로 사귀(邪鬼-귀신)를 쫓는 벽사력
(辟邪力)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또 고향을 바라본다든지 하는 내용이 한시(漢詩)에 자주
나타납니다.
한로와 상강 무렵 서민들 시절 음식으로 추어탕(鰍魚湯)을
즐겼습니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미꾸라지가 양기를
돋우는 데 좋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고기 魚(어)+가을
秋(추)가 미꾸라지 鰍(추)자인 것을 보면, 가을[秋(추)]에
누렇게 살찌는 고기[魚(어)]라 하여, 미꾸라지를 추어
(鰍魚)라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통 농경사회에서 자연 현상에 의한 기후의 변화는
매년 농사에 매우 중요했으며 정확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태양력을 이용한 이른바 24절기가 활용
되었습니다. 음력이 윤달을 두어서 한 달씩 날짜가
밀릴 수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24절기는 계절의
추이를 정확히 알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 농민으로서 이것을 아는 것을 “철을 안다”라고
했고 “철을 안다.”든가 “철이 났다.”라든가 하는 말은
소년이 성인이 되고, 또한 성숙한 농군이 됐다는 의미로
사용하였습니다.
이렇게 24절기를 많이 사용하였던 우리의 재래 역법은
순수한 음력이 아니라 이른바 태음태양력입니다. 한로는
입추, 처서, 백로, 추분, 상강과 함께 가을 절기에 해당
하며, 세시 명절이라기보다는 다만 기후의 변화를 읽는
절기로 유용했습니다.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9월령을 보면
“구월이라 늦가을이니 한로 상강 절기로다
제비는 돌아가고 떼기러기 언제 왔느냐
창공에 우는 소리 찬 이슬 재촉한다,
온 산 단풍은 연지를 물들이고
울 밑 노란 국화 가을 빛깔 뽐낸다.
구구절 좋은 날 꽃 부침개로 제사 지내세
절기를 따라가며 조상 은혜 잊지 마소
보기는 좋지만은 추수가 더 급하다.…, “라고 하여
농촌의 가을걷이 모습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일상생활에서 계절에 맞추어 관습적으로 되풀이
하던 아름다운 민속이 하나둘 없어져 감이 아쉽고 또
그리워집니다.
이제 단풍은 곱게 물들어 오색영롱함을 뽐내며 모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춥도덥도 않은 이 좋은 계절!,
원행(遠行)은 아니더라도 가깝게 나들이도 해 보시면서,
환절기 건강에 더욱 유의하시기를 빕니다.
※參考文獻
①韓國歲時風俗事典
②韓國民族文化大百科
③斗山百科
④위키百科
⑤韓國民俗의 世界4, 2001년
-2022.10.08.(土) ‘雪峯-
[151008 修訂 22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