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김완
죽어야 겨우 그 죽음만큼의 다리가 생긴다
다짐은 스스로에게 놓은 징검다리 같은 것
다짐이 희미해질 즈음 가슴속에 품은 돌덩이
하나씩 내려놓고 딛고 가는 게 인생인지 모른다
놓은 돌들이 하늘로 날아 올라가고 되돌아온다
걷고 또 걸어 도착한 곧고 외로운 자신만의 길
거짓말처럼 생은 한순간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덧붙임
김정수(시인)
“이 시는 좀 느닷없다. 밑도 끝도 없이
‘죽어야 겨우 그 죽음만큼의 다리가 생긴다’고 선언한다.
이는 개울이나 계곡에 띄엄띄엄 돌을 놓아 건널 수 있는 징검다리가 아니라,
삶에서 죽음 이후 보이지 않는 길에 놓인 ‘존재의 다리’라는 뜻이다.
생의 순간마다 많은 다짐을 하면서 생겨난 징검돌을
“다짐이 희미해질 즈음” 하나씩 내려 놓는다.
‘가슴속에 품은 돌덩이’는 욕망이나 책임, 자책 같은 것이다.
품고 있으면 무거운 돌덩이지만 내려놓으면 징검돌이 된다.
징검돌의 다른 말은 비석(飛石)이다.
손에 든 돌을 앞으로 던지는 행위 때문에 생겨난 말이리라.
징검다리를 만들 때 되돌아가 돌을 가져올 수 있지만,
우리 삶은 되돌릴 수 없다. 하여 많은 돌을 품고 가면서
차례차례 내려놓아야 한다.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곧고 외로운 자신만의 길’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길인지라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징검돌이 되지 못하고 평생 가슴에 품고 있는 돌도 있다.
품는 것보다 내려놓는 타이밍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