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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로적청향(竹露滴淸響)
댓잎 이슬방울 맑은소리 내며 굴러 내린다는 뜻으로, 한적한 정취를 의미한다.
竹 : 대 죽(竹/0)
露 : 이슬 로(雨/13)
滴 : 물방울 적(氵/11)
淸 : 맑을 청(氵/8)
響 : 울릴 향(音/12)
출전 : 맹호연(孟浩然)의 시 일남정회신대(夏日南亭懷辛大)
이 성어는 당(唐)나라의 유명한 시인 맹호연(孟浩然)의 하일남정회신대(夏日南亭懷辛大)에 나온다. 제목은 '여름날 남정(南亭)에서 신대(辛大)를 그리워하며' 라는 뜻이다.
맹호연이 은자(隱者) 생활을 하던 여름밤에 지음(知音)인 신악(辛諤)을 생각하며 지은 오언고시(五言古詩)이다.
夏日南亭懷辛大:孟浩然
山光忽西落, 池月漸東上。
석양은 홀연히 서쪽으로 넘어가고, 연못의 속의 달은 동쪽으로 솟아오르네.
散髮乘夕涼, 開軒臥閑敞。
머리 풀어 서늘한 저녁바람 쐬면서, 창문 열고 탁 트인 곳에 한가롭게 누웠네.
荷風送香氣, 竹露滴清響。
연꽃은 바람에 향기를 실어 보내고, 댓잎 이슬은 맑은 소리 떨구네.
欲取鳴琴彈, 恨無知音賞。
거문고 끌어 한 곡조 타 보고 싶지만, 들어줄 지음이 없어 한스럽네.
感此懷故人, 中宵勞夢想。
이런 생각에 친구가 더욱 그리워, 한밤중 꿈속에서 만나 볼까 애쓴다네.
(註)
*荷風送香氣 竹露滴清響 : 이 구절은 천고(千古)의 가구(佳句)로 꼽힌다.
*南亭 : 시인의 고향인 양양(襄陽; 現 湖北省 襄陽) 남쪽의 현산(峴山) 중턱에 있는 현수정(峴首亭)을 가리킨다.
*辛大: 시인의 절친한 친구 신악(辛諤)으로 추정된다. ‘대(大)’는 신(辛)씨 집안의 장남을 의미한다.
*知音: ‘음을 알다’의 뜻이지만, 서로 마음을 허락하고 통하는 친한 벗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는 백아(伯牙가 거문고를 타면 그의 벗 종자기鍾子期)는 그 타는 소리를 듣고 백아의 심중(心中)을 알았는데,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자신이 타는 거문고 소리를 이해하고 알아 줄 지음자(知音者)가 없으니 거문고를 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거문고의 줄을 끊고 다시는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하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 죽로적청향(竹露滴淸響)
댓잎에 맺힌 이슬이 맑은 소리를 떨구네 라는 뜻이다.
생명체는 휴식이 필요하다. 인간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휴가는 단지 쉬는 게 아니라 활기차게 일하기 위한 자기 정비요 투자인 것이다.
그럼 옛 문인달사들의 여름나기는 어떠할까. 시편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중국 송나라 때 소순흠의 시 ‘여름날 풍정(夏意)’이다.
別院深深夏簟淸
별채 정원 깊어 여름 돗자리 시원하고,
石榴開遍透簾明
활짝 핀 석류꽃 빛이 발을 뚫고 들어온다.
樹陰滿地日當午
나무 그늘 마당 가득한 한낮,
夢覺流鶯時一聲
꿈에서 깨어나니 때마침 꾀꼬리 소리 들린다.
여름날 오후의 나른함, 낮잠을 자고 난 뒤의 한가함, 꽃과 풀과 나무와 꾀꼬리 소리가 더위를 몰아내는 정경이 살포시 떠오른다.
어디 이뿐인가. 중국 한시 가운데 산수전원시의 대표작으로도 꼽히는 ‘여름날 남쪽 정자에서 맏이를 그리워하며(夏日南亭懷辛大)’라는 시를 보자.
夏日南亭懷辛大
(여름날 남쪽 정자에서 맏이를 그리워하며)
荷風送香氣, 竹露滴淸響。
연잎은 바람결에 향기를 보내고, 댓잎 이슬은 맑은 소리 떨구네.
感此懷故人, 中宵勞夢想。
이런 생각에 친구가 그리워, 한밤중 꿈속에서까지 생각한다네.
맹호연이 은자생활을 하던 시절 여름밤에 절친인 신악을 생각하며 지은 시이다. 한여름 밤, 머리를 풀어헤치고 창문도 열어젖힌 채 한가로이 누워 있자니 바람결에 연꽃 향기가 풍겨오고 댓잎에 맺힌 이슬이 떨어지는 청아한 소리가 들려온다.
조선 후기 청백리의 상징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선생을 만나보자. 선생은 1804년 어느 여름날 술을 마시고 있었다. 전남 강진으로 유배된 지 4년째 되는 해다.
그는 나라 걱정에 번민과 울분을 달래기 위해 음주하던 중 ‘여름날 술을 마시며(夏日對酒)’라는 시를 썼다. 견디기 힘든 마음의 더위를 술로 달래며 시를 지었던 것 같다.
휴가의 ‘휴(休)’자는 사람 ‘인(人)’자와 나무 ‘목(木)’자가 합쳐져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 쉬고 있는 형상을 그려내고 있다. 자연에서 몸과 마음의 여유를 찾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산과 계곡, 강과 바다가 주된 휴가지로서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이다.
夏日對酒 / 丁若鏞
(여름날 술을 앞에 놓고)
后王有土田(후왕유토전) : 임금이 땅 가지고 있는 것이
譬如富家翁(비여부가옹) : 말하자면 부잣집 영감 같은 것
翁有田百頃(옹유전백경) : 영감 밭이 일백 두락이고
十男各異宮(십남각이궁) : 아들 열이 제각기 따로 산다면
應須家十頃(응수가십경) : 당연히 한 집에 열 두락씩 주어
飢飽使之同(기포사지동) : 먹고 사는 형편을 같게 해야지
黠男呑八九(힐남탄팔구) : 약은 자식이 팔구십 두락 삼켜버리면
癡男庫常空(치남고상공) : 못난 자식은 곳간 늘 비기 마련이고
黠男粲錦服(힐남찬금복) : 약은 자식 비단옷 찬란할 때
癡男苦尫癃(치남고왕륭) : 못난 자식은 병약에 시달리겠지
翁眼苟一盻(옹안구일혜) : 영감이 눈으로 그 광경 보면
惻怛酸其衷(측달산기충) : 불쌍하고 속이 쓰리겠지만
任之不整理(임지불정리) : 맡겨버리고 직접 정리를 않았기에
宛轉流西東(완전유서동) : 서쪽 동쪽 제멋대로 돼버린 게지
骨肉均所受(골육균소수) : 똑같이 받은 뼈와 살인데
慈惠何不公(자혜하불공) : 사랑이 왜 불공정한가
大綱旣隳圮(대강기휴비) : 근본 강령이 무너져버렸기에
萬事窒不通(만사질불통) : 만사가 따라서 꽉 막힌 것이지
中夜拍案起(중야박안기) : 한밤중에 책상을 치고 일어나
歎息瞻高穹(탄식첨고궁) : 탄식하며 높은 하늘을 본다네
芸芸首黔者(운운수검자) : 많고 많은 머리 검은 자들
均爲邦之民(균위방지민) : 똑같이 나라 백성들인데
苟宜有徵斂(구의유징렴) : 무엇인가 거두어야 할 때면
哿矣是富人(가의시부인) : 부자들을 상대로 해야 옳지
胡爲剝割政(호위박할정) : 어찌하여 피나게 긁어가는 일을
偏於傭丐倫(편어용개윤) : 유독 힘 약한 무리에게만 하는가
軍保是何名(군보시하명) : 군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인지
作法殊不仁(작법수불인) : 자못 좋지 않게 만들어진 법이야
終年力作苦(종년역작고) : 일 년 내내 힘들여 일을 해도
曾莫庇其身(증막비기신) : 제몸 하나 가릴 길이 없고
黃口出胚胎(황구출배태) : 뱃속에서 갓 태어난 어린 것도
白骨成灰塵(백골성회진) : 백골이 진토가 된 사람도
猶然身有徭(유연신유요) : 그들 몸에 요역이 다 부과되어
處處號秋旻(처처호추민) : 곳곳에서 하늘에 울부짖고
冤酷至絶陽(원혹지절양) : 양근까지 잘라버릴 정도니
此事良悲辛(차사양비신) : 그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戶布久有議(호포구유의) : 호포 문제도 오랜 논의 끝에
立意差停勻(입의차정균) : 제법 균등을 기하는 안을 세워
往歲平壤司(왕세평양사) : 작년에 평양 감영에서
薄試纔數旬(박시재수순) : 겨우 몇십 일 시험하다 말았다네
萬人登山哭(만인등산곡) : 만인이 산에 올라 통곡하거니
何得布絲綸(하득포사륜) : 무슨 재주로 왕의 말씀 선포하리
格遠必自邇(격원필자이) : 먼 곳 가려면 가까운 데서 시작하고
制疏必自親(제소필자친) : 소원한 자 다스리려면 가까운 자부터 해야지
如何羈馽具(여하기칩구) : 어찌하여 고삐와 굴레를 가지고
先就野馬馴(선취야마순) : 야생마부터 먼저 길들이려 드는가
探湯乃由沸(탐탕내유비) : 놀라 손 떼는 것은 물이 끓기 때문
計謀那得伸(계모나득신) : 소기의 목적을 어떻게 달성하랴
西民久掩抑(서민구엄억) : 서쪽 백성들 오랜 세월 억눌리어
十世閡簪紳(십세애잠신) : 열 대를 두고 벼슬 한 장 없으니
外貌雖愿恭(외모수원공) : 겉으로야 공손한 체할망정
腹中常輪囷(복중상윤균) : 뱃속은 언제나 불평불만이지
漆齒昔食國(칠치석식국) : 왜놈들 먼저 나라 삼켰을 때
義兵起踆踆(의병기준준) : 의병이 일어나 활약했지만
西民獨袖手(서민독수수) : 서쪽 백성들은 수수방관했는데
得反諒有因(득반량유인) : 그렇게 갚은 것 원인이 있어서지
拊念腸內沸(부념장내비) : 생각하면 할수록 속이 끓어올라
痛飮求反眞(통음구반진) : 술이나 진탕 마시고 천진 되찾으려네
耕者必蓄食(경자필축식) : 농가엔 반드시 식량을 비축하여
三年蓄一年(삼년축일년) : 삼년이면 일년치를 비축하고
九年蓄三年(구년축삼년) : 구년이면 삼년치를 비축하여
檢發以相天(검발이상천) : 검발하여 백성 먹여 살리는 건데
社倉一濫觴(사창일람상) : 한번 사창이 시작된 후로
萬命哀顚連(만명애전연) : 불쌍히도 수많은 목숨 떠돌이 됐지
債貸須兩願(채대수량원) : 빌려주고 빌리는 건 두 쪽이 다 맞아야지
强之斯不便(강지사불편) : 억지로 시행하면 그건 불편한 거야
率土皆掉頭(솔토개도두) : 천하 백성이 다 머리 흔들지
一夫無流涏(일부무유정) : 군침 흘리는 자는 한 명도 없어
春蠱受一斗(춘고수일두) : 봄철에 좀먹은 것 한 말 받고
秋糳二斗全(추糳이두전) : 가을에 정미 두 말을 갚는데
況以錢代蠱(황이전대고) : 더구나 좀먹은 쌀값 돈으로 내라니
豈非賣糳錢(기비매糳전) : 정미 팔아 돈으로 낼 수밖에
贏餘肥奸猾(영여비간활) : 남는 이윤은 교활한 관리 살찌워
一宦千頃田(일환천경전) : 환관 하나가 밭이 천 두락이고
楚毒歸圭蓽(초독귀규필) : 백성들 차지는 고생뿐이어서
割剝紛箠鞭(할박분추편) : 긁어가고 벗겨가고 걸핏하면 매질이라
銼鍋旣盡出(좌과기진출) : 가마솥 작은 솥을 모두 다 내놨기에
孥粥犢亦牽(노죽독역견) : 자식이 팔려가고 송아지도 끌려간다네
休言備軍儲(휴언비군저) : 군량미 비축한다 말도 말게나
此語徒諞諓(차어도편전) : 그 말은 교묘하게 둘러맞추는 말일 뿐
封庫逼歲除(봉고핍세제) : 섣달 그믐 임박해서 창고문 닫아 걸고
傾囷在春前(경균재춘전) : 새봄이 되기 전에 곳간이 바닥나니
庤稸僅數月(치축근수월) : 쌓아둔 기간은 겨우 몇 달뿐이요
通歲常枵然(통세상효연) : 그 나머진 일 년 내내 비어있는 꼴이지
軍興本無時(군흥본무시) : 언제 어찌 될지 몰라 대비라면
何必巧無愆(하필교무건) : 그때만 꼭 탈 없으란 법 있다던가
休言給農饟(휴언급농양) : 농가 식량 대준다는 그 말도 하지 말게
慈念太勤宣(자념태근선) : 지나치게 사랑을 베푸는 소리로세
兒女旣析産(아녀기석산) : 자녀들이 제각기 살림을 났으면
父母許自專(부모허자전) : 부모로선 넌지시 저희들 하는 대로
靡嗇各任性(미색각임성) : 헤프거나 아끼거나 저들 성격에 맡겨야지
何得察粥饘(하득찰죽전) : 죽 쑤어라 뭘 해라 간섭할 게 뭐라던가
願從夫婦議(원종부부의) : 부부끼리 상의해서 하는 것을 좋아하지
不願父母憐(불원부모련) : 부모의 사랑은 바라지도 않는다네
常平法本美(상평법본미) : 상평의 그 법이 원래 좋았는데
無故遭棄捐(무고조기연) : 아무런 까닭 없이 버림을 당했으니
已矣且飮酒(이의차음주) : 다 두고 술이나 마시자꾸나
百壺將如泉(백호장여천) : 백 병 술이 샘물같이 되게
春塘歲試士(춘당세시사) : 해마다 춘당대에서 과거시험 보이는데
萬人爭一場(만인쟁일장) : 수많은 사람이 한 자리에서 겨루니
縱有百離婁(종유백이루) : 눈 밝은 이루가 백 명 있어도
鑑視諒未詳(감시량미상) : 낱낱이 감시할 수는 없는 일이지
任施紅勒帛(임시홍륵백) : 붉은색으로 멋대로 그어버리고
取準朱衣郞(취준주의랑) : 당락은 오로지 시관 손에 달렸다네
奔彴落九天(분박락구천) : 유성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면
萬目同瞻昻(만목동첨앙) : 눈 달린 자 다 쳐다보기 마련이지
敗法啓倖心(패법계행심) : 법을 깨고 요행심만 길러
擧世皆若狂(거세개약광) : 온 세상이 모두 미친 듯하다네
于今識者論(우금식자론) : 지금 와서 식자들 말로는
追咎卞季良(추구변계량) : 옛날 변계량을 탓한다네
詩格本卑陋(시격본비루) : 원래 격조가 낮은 시로
流害浩茫洋(유해호망양) : 너무 엄청난 해독을 끼쳐
村村坐夫子(촌촌좌부자) : 마을마다 앉아 있는 선생들이
敎授非漢唐(교수비한당) : 한과 당의 것은 가르치지 않고
何來百聯句(하래백련구) : 어디서 온 것인지 백련구만
吟誦方滿堂(음송방만당) : 읊고 외우느라 방 안이 가득하고
項羽與沛公(항우여패공) : 항우 그리고 패공에 관한 것만
支離連篇章(지리연편장) : 지루하게 쓰고 또 쓰고 한다네
姜柏放豪嘴(강백방호취) : 강백은 입부리가 호탕했고
盧兢抽巧腸(노긍추교장) : 노긍은 기교한 표현 잘했는데
終身學如聖(종신학여성) : 한평생을 그 짓만 배웠지
逝不窺蘇黃(서불규소황) : 소동파 황정견은 엿보려 들지 않아
縱爲閭里雄(종위려리웅) : 시골에선 비록 내노라하였지만
又昧時世粧(우매시세장) : 한 시대를 장식할 줄 몰랐다네
世世不成名(세세불성명) : 대를 이어 이름 하나 못 이루고도
猶未歸農桑(유미귀농상) : 돌아가 농사짓지도 않았는데
選擧且未論(선거차미론) : 뽑히고 말고는 고사하고
文字尙天荒(문자상천황) : 문자래야 아직 미개 상태였지
那將萬箇竹(나장만개죽) : 어찌하면 대나무 만 그루로
束箒千丈長(속추천장장) : 천 길 되는 빗자루를 만들어
盡掃秕穅塵(진소비강진) : 쭉정이 먼지 따위 싹싹 쓸어서
臨風一飛颺(임풍일비양) : 한꺼번에 바람에 날려버릴까
山嶽鍾英華(산악종영화) : 산악이 영재를 만들어낼 때
本不揀氏族(본불간씨족) : 씨족을 가려서 만들 리 없고
未必一道氣(미필일도기) : 한 가닥 도기가 반드시
常抵崔盧腹(상저최노복) : 최노의 뱃속에만 있으리란 법 없지
寶鼎貴顚趾(보정귀전지) : 솥은 솥발이 뒤집혀야 좋고
芳蘭生幽谷(방난생유곡) : 난초도 깊은 골짝에서 나는 법
魏公起叱嗟(위공기질차) : 위공은 비첩의 소생이었고
希文河葛育(희문하갈육) : 희문도 개가녀 아들이었으며
仲深出瓊海(중심출경해) : 중심은 먼 변방에서 났지만
才猷拔流俗(재유발유속) : 지모가 모두 세상에 뛰어났거늘
如何賢路隘(여하현로애) : 어찌하여 등용 길이 그리도 좁아
萬夫受局促(만부수국촉) : 수많은 사람들 뜻을 펴지 못할까
唯收第一骨(유수제일골) : 오직 제일골만 수용을 하고
餘骨同隸僕(여골동예복) : 나머지 품골은 종처럼 대하기에
西北常摧眉(서북상최미) : 서북 사람들 늘 얼굴 찡그리고
庶孼多痛哭(서얼다통곡) : 서얼들은 많이 통곡들 하지
落落數十家(낙락수십가) : 당당한 수십 가문이
世世呑國祿(세세탄국록) : 대대로 국록을 먹어왔는데
就中析邦朋(취중석방붕) : 그 중에서 패가 서로 갈리어
殺伐互翻覆(살벌호번복) : 엎치락뒤치락 서로 죽이며
弱肉强之食(약육강지식) : 약자의 살을 강자가 먹고는
豪門餘五六(호문여오육) : 대여섯집 남아 거드름 떠는데
以玆爲卿相(이자위경상) : 경상도 그들이 다 하고
以玆爲岳牧(이자위악목) : 악목도 그들이 다 하며
以玆司喉舌(이자사후설) : 후설 맡은 자도 그자들이고
以玆寄耳目(이자기이목) : 이목 노릇도 그들이 다 하며
以玆爲庶官(이자위서관) : 모든 관직도 그들이 다 해먹고
以玆監庶獄(이자감서옥) : 그들이 나서서 옥사도 살핀다네
遐氓産一兒(하맹산일아) : 하시골 백성 아들 하나 낳아
俊邁停鸞鵠(준매정란곡) : 빼어난 기품이 난곡 같고
兒生八九歲(아생팔구세) : 팔구세 되도록 자라서는
氣志如秋竹(기지여추죽) : 지기가 가을철 대나무 같아
長跪問家翁(장궤문가옹) : 아비 앞에 꿇어앉아 묻기를
兒今九經讀(아금구경독) : 이 자식 지금 구경을 다 읽고
經術冠千人(경술관천인) : 경술이 누구보다 으뜸이오니
倘入弘文錄(당입홍문록) : 홍문관에 들어갈 수 있겠지요
翁云汝族卑(옹운여족비) : 아비 말이 너는 지체가 낮아
不令資啓沃(불령자계옥) : 임금을 곁에서 돕게 않는단다
兒今挽五石(아금만오석) : 이 자식 지금 큰 활을 당기고
習戎如郤縠(습융여극곡) : 무예가 극곡과 같으니
庶爲五營帥(서위오영수) : 그러면 오영의 장수나 되어
馬前樹旗纛(마전수기독) : 말 앞에다 대장기를 세워보렵니다
翁云汝族卑(옹운여족비) : 아비 말이 너는 지체가 낮아
不許乘笠轂(불허승립곡) : 장군 수레도 타게 않는단다
兒今學吏事(아금학리사) : 이 자식 지금 관리 사무를 배워
上可龔黃續(상가공황속) : 공황의 뒤를 이을 만하오니
應須佩郡符(응수패군부) : 그냥 고을살이 인끈이나 차고
終身厭粱肉(종신염량육) : 죽도록 고량진미 즐기오리다
翁云汝族卑(옹운여족비) : 아비 말이 너는 지체가 낮아
不管循與酷(불관순여혹) : 순리도 혹리도 네겐 상관 안 돼
兒乃勃發怒(아내발발로) : 자식놈 그제야 노발대발하면서
投書毁弓韣(투서훼궁독) : 책이고 활이고 던져버리고
摴蒲與江牌(저포여강패) : 쌍륙놀이와 골패놀이
馬弔將蹴鞠(마조장축국) : 마작놀이 공차기놀이로
荒嬉不成材(황희불성재) : 허랑방탕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老悖沈鄕曲(노패침향곡) : 시골구석에 늙어 파묻혀버리지
豪門産一兒(호문산일아) : 부호 집안은 자식 하나 낳아
桀驁如驥騄(걸오여기록) : 헌걸차기 천리마 같고
兒生八九歲(아생팔구세) : 그 아이 팔구세가 되어
粲粲被姣服(찬찬피교복) : 예쁘장한 옷을 입고 다니면
客云汝勿憂(객운여물우) : 객들 말이 너는 걱정 없다
汝家天所福(여가천소복) : 너희 집은 하늘이 복 내린 집이고
汝爵天所定(여작천소정) : 네 벼슬도 하늘이 정해놓아
淸要唯所欲(청요유소욕) : 청관 요직 원대로 되리니
不須枉勞苦(불수왕노고) : 무단히 헛고생 해가면서
績文如課督(적문여과독) : 글공부 일과삼아 할 것 없고
時來自好官(시래자호관) : 때 되면 좋은 벼슬은 저절로 오리니
札翰斯爲足(찰한사위족) : 편지 장이나 쓸 줄 알면 족하다
兒乃躍然喜(아내약연희) : 그 아이 깡총깡총 좋아라고
不復窺書簏(불복규서록) : 책상자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馬弔將江牌(마조장강패) : 마작이며 골패라든지
象棋與雙陸(상기여쌍륙) : 장기 바둑 쌍륙에 빠져
荒嬉不成材(황희불성재) : 희롱해롱 인재 못 되고 말지
節次躋金玉(절차제금옥) : 절차 따라 금마 옥당 오른다 해도
繩墨未曾施(승묵미증시) : 먹줄 한 번 못 맞아본 나무가
寧爲大厦木(영위대하목) : 어떻게 큰 집 재목 될 것인가
兩兒俱自暴(양아구자폭) : 두 집 자식 다 자포자기로
擧世無賢淑(거세무현숙) : 세상천지에 어진 자라곤 없어
深念焦肺肝(심념초폐간) : 곰곰 생각하면 속만 타기에
且飮杯中醁(차음배중록) : 또 술잔이나 들어 마신다네
▶️ 竹(대 죽)은 ❶상형문자로 대나무 잎의 모양으로 대나무를 나타낸다. 竹(죽)의 옛 모양은 筍(순; 죽순) 따위의 글자에 붙어 있는 것에 의하여 알 수가 있다. ❷상형문자로 竹자는 '대나무'나 '죽간'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竹자는 두 개의 대나무 줄기와 잎사귀가 늘어져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竹자를 보면 잎사귀만 늘어져 있는 모습만이 그려져 있었으나 금문에서 부터는 대나무와 잎사귀가 함께 표현되었다. 竹자는 '대나무'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부수로 쓰일 때는 대나무를 이용해 만든 물건이나 '죽간(竹簡)'을 뜻하게 된다. 또 부수로 쓰일 때는 모양이 바뀌게 되어 단순히 잎사귀 만이 표현된다. 그래서 竹(죽)은 (1)곡식을 물에 풀리도록 흠씬 끓여 훌훌하게 만든 음식 (2)팔음(八音)의 한 가지 대로 만든 관악기(管樂器)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대, 대나무 ②대쪽(댓조각), 댓조각(대를 쪼갠 조각), 죽간(竹簡: 글자를 기록하던 대나무 조각) ③부챗살 ④피리(악기의 하나) ⑤죽(세는 단위)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대로 만든 창을 죽창(竹槍), 대로 만든 그릇을 죽기(竹器), 대나무를 가랑이 사이에 끼워서 말로 삼은 것을 죽마(竹馬), 대나무 숲을 죽림(竹林), 대로 만든 칼을 죽도(竹刀), 대자리를 죽석(竹席), 대나무의 가지를 죽지(竹枝), 대나무의 잎을 죽엽(竹葉), 대의 땅속줄기에서 돋아나는 어리고 연한 싹을 죽순(竹筍), 우거져서 숲을 이룬 대나무의 떨기를 죽총(竹叢), 가는 대통에 불을 지르거나 또는 화약을 재어 터뜨려서 소리가 나게 하는 물건을 폭죽(爆竹), 소나무와 대나무를 송죽(松竹), 나무와 대나무를 목죽(木竹), 산에서 나는 대나무를 산죽(山竹), 푸른 대나무를 녹죽(綠竹), 먹으로 그린 대나무를 묵죽(墨竹), 단면이 네모가 난 대나무를 방죽(方竹), 껍질을 벗긴 대나무를 백죽(白竹), 대나무 말을 타고 놀던 옛 친구라는 뜻으로 어릴 때부터 가까이 지내며 자란 친구를 이르는 말을 죽마고우(竹馬故友), 대지팡이와 짚신이라는 뜻으로 먼 길을 떠날 때의 간편한 차림을 이르는 말을 죽장망혜(竹杖芒鞋), 죽마을 타고 놀았던 오랜 벗이라는 뜻으로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친구를 이르는 말을 죽마교우(竹馬交友), 대나무 조각과 나무 부스러기라는 뜻으로 쓸모 없다고 생각한 것도 소홀히 하지 않으면 후에 긴히 쓰인다는 말을 죽두목설(竹頭木屑), 비가 온 뒤에 솟는 죽순이라는 뜻으로 어떤 일이 일시에 많이 일어남을 이르는 말을 우후죽순(雨後竹筍), 대나무를 쪼개는 기세라는 뜻으로 세력이 강대하여 대적을 거침없이 물리치고 쳐들어가는 기세 또는 세력이 강하여 걷잡을 수 없이 나아가는 모양을 일컫는 말을 파죽지세(破竹之勢), 매화와 난초와 국화와 대나무 즉 사군자를 일컫는 말을 매란국죽(梅蘭菊竹), 깨끗한 땅에는 소나무를 심고 지저분한 땅에는 대나무를 심음을 이르는 말을 정송오죽(淨松汚竹), 저지른 죄가 너무 많아 이루 다 적을 수 없다는 말을 경죽난서(磬竹難書) 등에 쓰인다.
▶️ 露(이슬 로/노)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비 우(雨; 비, 비가 오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잇닿는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한 路(로)로 이루어졌다. 수증기가 낱알 모양으로 잇닿아 있는 것, 이슬의 뜻이다. ❷형성문자로 露자는 ‘이슬’이나 ‘진액’, ‘좋은 술’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露자는 雨(비 우)자와 路(길 로)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路(길 로)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으로 ‘길’이라는 뜻이 있다. 이슬은 공기 중의 수증기가 차가워진 물체에 부딪히며 생기는 물방울을 말한다. 露자는 그 이슬을 뜻하기 위해 路자에 雨자를 결합한 것으로 길 위해 맺힌 맑고 깨끗한 이슬을 뜻하고 있다. 새벽의 이슬은 맑고 깨끗한 물을 뜻하기도 하기에 露자는 ‘좋은 술’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래서 露(이슬 로/노)는 ①이슬 ②진액(津液) ③좋은 술 ④허무함의 비유 ⑤보잘것 없음의 비유 ⑥러시아(Russia) ⑦드러나다 ⑧나타나다 ⑨은혜(恩惠)를 베풀다(일을 차리어 벌이다, 도와주어서 혜택을 받게 하다) ⑩고달프다, 고달프게하다 ⑪적시다, 젖다(물이 배어 축축하게 되다) ⑫허물어지다, 부서지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사나울 폭(暴)이다. 용례로는 감춰지거나 가려져 있는 대상이나 사실을 보이거나 알 수 있도록 드러내는 것을 노출(露出), 예상치 못하거나 원치 않은 사실을 드러내어 알게 하는 것을 노정(露呈), 지붕 등으로 가리지 않은 바깥을 노천(露天), 비바람 등을 가릴 수 없는 집 밖의 장소에서 잠을 자는 것을 노숙(露宿), 가리우거나 덮여 있지 않은 땅을 노지(露地), 길가의 한데에 벌여 놓은 가게를 노점(露店),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냄을 노골(露骨), 곡식을 한데에 쌓아 둠을 노적(露積), 지붕이 없는 우물을 노정(露井), 겉으로 나타내거나 나타남을 노현(露見), 학을 달리 이르는 말을 노금(露禽), 24절기의 열다섯째를 백로(白露), 24절기의 열일곱째를 한로(寒露), 남의 비밀이나 비행 따위를 파헤쳐서 남들 앞에 드러내 놓는 일을 폭로(暴露), 속마음을 죄다 드러내어서 말함을 토로(吐露), 말이나 글이나 행동에 드러남 또는 자기의 죄와 허물을 여러 사람에게 고백하여 참회함을 발로(發露), 문서 같은 것을 펴 보이는 일 또는 일반에게 널리 알림을 피로(披露), 비밀이 드러남을 탄로(綻露), 드러나거나 나타남 또는 드러내거나 나타냄을 정로(呈露), 가을이 되어 처음 내린 이슬을 초로(初露), 방울지어 떨어지는 이슬을 적로(滴露), 이슬이 맺힘을 결로(結露), 해를 보면 곧 스러지는 아침 이슬로 인생의 덧없음을 아침 이슬에 비유하는 말을 조로(朝露), 썩 맑고 깨끗한 이슬을 옥로(玉露), 한데서 자고 한데서 먹는다는 뜻으로 여행하는 어려움을 이르는 말을 노숙풍찬(露宿風餐), 꼬리는 드러낸 채 머리만 숨긴다는 뜻으로 잘못을 숨기려 해도 결국 드러나게 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노미장두(露尾藏頭), 이슬이 맺어 서리가 되니 밤기운이 풀잎에 물방울처럼 이슬을 이룬다는 말을 노결위상(露結爲霜), 바람에 불리면서 먹고 이슬을 맞으면서 잔다는 뜻으로 떠돌아 다니며 고생스러운 생활을 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풍찬노숙(風餐露宿), 아침 이슬은 해가 뜨면 곧 사라지듯이 위기가 임박해 있다는 말을 위여조로(危如朝露), 인생은 아침 이슬과 같이 짧고 덧없다는 말을 인생조로(人生朝露), 말의 다리가 드러난다는 뜻으로 숨기려던 정체가 드러남을 이르는 말을 마각노출(馬脚露出), 해가 나면 없어질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덧없는 인생을 이르는 말을 초로인생(草露人生), 나뭇잎이 저 산 모양이 드러나 맑고 빼어나다는 뜻으로 가을 경치가 맑고 수려함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각로청수(刻露淸秀), 생명이나 지위가 아주 불확실하여 쉽사리 꺼져 버리는 상태에 있다는 말을 조로지위(朝露之危), 머리는 감추었는데 꼬리는 드러나 있다는 뜻으로 진실을 숨겨두려고 하지만 거짓의 실마리는 이미 드러나 있다는 말을 장두노미(藏頭露尾), 모자를 벗어서 정수리를 드러낸다는 뜻으로 예의에 구애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탈모노정(脫帽露頂) 등에 쓰인다.
▶️ 滴(물방울 적)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물이 뚝뚝 떨어질 때의 소리를 나타내는 글자 啇(적)으로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滴자는 ‘물방울’이나 ‘물방울이 떨어지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滴자는 水(물 수)자와 啇(밑동 적)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啇자는 이파리가 올라오고 있는 화초를 그린 것으로 ‘밑동’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화초를 그린 啇자에 水자를 더한 滴자는 화초에 물을 조금씩 떨어뜨린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다만 우리말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글자이다. 그래서 滴(적)은 ①물방울 ②극히 적은 분량(分量) ③싱싱한 모양 ④물방울이 떨어지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떨어지는 물방울을 적수(滴水), 방울지어 떨어지는 이슬을 적로(滴露), 물방울이 똑똑 떨어짐 또는 그 소리를 적력(滴瀝), 방울이 져서 떨어짐을 적하(滴下), 땀방울을 한적(汗滴), 벼룻물을 담는 그릇을 연적(硯滴), 물방울이 뚝뚝 떨어짐 또는 그 물방울을 역적(瀝滴), 글을 다 쓰거나 그림을 다 그리고 아직 남아 있는 먹물 또는 나머지 말의 기록을 여적(餘滴), 기름 방울을 유적(油滴), 안개 방울 또는 안개처럼 잔 물방울을 무적(霧滴), 남은 물방울을 잔적(殘滴), 조그마한 물방울을 미적(微滴), 물방울과 같이 작고 둥근 옥을 옥적(玉滴), 비가 되어 점점이 떨어지는 물방울을 우적(雨滴), 물이나 기름 따위의 한 방울을 일적(一滴), 낱낱의 물방울 또는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물 방울을 점적(點滴), 떨어진 밥알도 주울 만하다는 뜻으로 아주 깨끗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적반가습(滴飯可拾), 넓고 큰 바다에 물방울 하나라는 뜻으로 많은 것 가운데 아주 작은 것이라는 말을 대해일적(大海一滴), 처마의 빗방울이 돌을 뚫는다는 뜻으로 작은 힘이라도 그것이 거듭되면 예상하지 못했던 큰 일을 해냄을 이르는 말을 점적천석(點滴穿石),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뜻으로 작은 노력이라도 끈기 있게 계속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음을 수적천석(水滴穿石) 등에 쓰인다.
▶️ 淸(맑을 청)은 ❶형성문자로 清(청)의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푸른 색깔이나 깨끗이 맑아져 있는 일의 뜻을 가진 靑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맑고 깨끗한 물(水)의 뜻이 합(合)하여 맑다를 뜻한다. 淸(청)은 물이 깨끗이 맑다, 맑은 물, 맑다, 깨끗이 하다, 상쾌하다 따위 여러 가지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淸자는 ‘맑다’, ‘깨끗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淸자는 水(물 수)자와 靑(푸를 청)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靑자는 우물가에 핀 푸른 초목을 그린 것으로 ‘푸르다’라는 뜻이 있다. 淸자는 이렇게 ‘푸르다’라는 뜻을 가진 靑자에 水자를 결합한 것으로 물이 푸를 정도로 맑다는 뜻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淸(청)은 ①맑다 ②깨끗하다 ③탐욕(貪慾)이 없다 ④빛이 선명(鮮明)하다 ⑤사념이 없다 ⑥분명(分明)하다 ⑦한가(閑暇)하다 ⑧고요하다(조용하고 잠잠하다) ⑨끝장을 내다 ⑩거스르다 ⑪차갑다 ⑫한랭(寒冷)하다 ⑬맑은 술 ⑭꿀 ⑮뒷간 ⑯청(淸)나라,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맑을 렬/열(洌), 맑을 담(淡), 맑을 숙(淑), 맑을 호(淏), 물 맑을 식(湜), 물 맑을 영(渶), 맑을 재(渽), 맑을 린/인(潾), 맑을 징(澄), 맑을 철(澈), 맑을 담(澹), 맑을 찬(澯) 맑을 정(瀞) 맑을 류/유(瀏), 물 맑을 형(瀅),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흐릴 탁(濁)이다. 용례로는 날씨가 맑고 밝음을 청명(淸明), 날씨가 맑고 따뜻하다는 청양(靑陽), 맑고 아름다움을 청아(淸雅), 부드럽고 맑게 부는 바람을 청풍(淸風), 청백하여 가난함을 청빈(淸貧), 청렴하고 결백함을 청백(淸白), 맑고 순박함을 청순(淸純), 맑고 깨끗함을 청결(淸潔), 맑고 깨끗함을 청정(淸淨), 맑고 바름을 청정(淸正), 깨끗한 정조를 청조(淸操), 성품이 고결하고 탐욕이 없음을 청렴(淸廉), 깨끗이 소제함을 청소(淸宵), 잘못이나 악인을 없애어 맑게 함을 숙청(肅淸), 성품이나 언행이 맑고 깨끗함을 숙청(淑淸), 날씨나 빛깔 따위가 산뜻하고 맑음을 경청(輕淸), 빛깔이 희고 품질이 썩 좋은 꿀을 백청(白淸), 벌집에서 떠낸 그대로의 꿀을 생청(生淸), 산 속에 있는 나무나 돌 사이에 석벌이 친 꿀을 석청(石淸), 물 같은 것이 몹시 맑고 깨끗함을 징청(澄淸), 매우 맑고 시원함을 여청(餘淸), 황하의 물이 맑아짐이라는 뜻으로 아무리 하려고 해도 실현되지 않음을 비유하는 말을 하청(河淸), 마음이 맑고 깨끗하며 재물 욕심이 없음을 청렴결백(淸廉潔白), 청렴결백하고 가난하게 사는 것을 옳은 것으로 여김을 청빈낙도(淸貧樂道), 마음을 깨끗이 하고 욕심을 적게 함을 청심과욕(淸心寡欲), 맑은 것과 탁한 것을 함께 삼킨다는 청탁병탄(淸濁倂呑),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라는 청풍명월(淸風明月) 등에 쓰인다.
▶️ 響(울릴 향)은 형성문자로 响(향)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소리 음(音; 소리)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向(향)하다의 뜻을 가지는 鄕(향)으로 이루어졌다. 사방으로 전해지는 소리를 뜻한다. 그래서 響(향)은 ①울리다, 메아리치다 ②(소리가)마주치다 ③(소리가)진동하다 ④향하다, 쏠리다 ⑤울림, 음향(音響) ⑥메아리 ⑦명성(名聲) ⑧소리, 가락 ⑨악기(樂器) ⑩대답(對答), 응답(應答) ⑪여파(餘波) ⑫소식(消息), 전갈(傳喝)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소리에 따라서 마주쳐 그 소리와 같이 울림을 향응(響應), 같은 세기나 높이나 길이로 내는 각각의 소리의 잘 들리는 정도를 향도(響度), 기타나 바이올린 등에 있어서 공기를 진동시키어 소리를 크게 하는 부분을 향동(響胴), 물건의 울림으로 길흉을 점치는 일을 향복(響卜), 마음이 늘 어느 한 사람이나 고장으로 쏠림을 향왕(響往), 어떤 사물의 작용이 다른 사물에 미쳐 반응이나 변화를 주는 일 또는 그 현상을 영향(影響), 소리의 울림으로 공기의 진동으로 나는 소리의 총칭을 음향(音響), 소리가 어떤 장애물에 부딪쳐서 되울리는 현상을 반향(反響), 서로 울림을 교향(交響), 소리의 울림을 성향(聲響),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짐을 명향(鳴響), 아직 남아 있는 영향 또는 소리가 사라지거나 거의 사라진 뒤에도 아직 남아 있는 음향을 여향(餘響), 실내에 놓여 있는 발음체에서 나는 소리가 그친 뒤에도 남아서 들리는 소리를 잔향(殘響),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를 열향(咽響), 물건이 서로 부딪치어 나는 소리를 알향(戛響), 무거운 것이 떨어지거나 통과할 때 지면이 울리어 소리 나는 일을 지향(地響), 목에서 가래가 끓는 소리를 담향(痰響), 말 속에 울림이 있다는 뜻으로 말에 나타난 내용 이상의 깊은 뜻이 있다는 말을 언중유향(言中有響), 그림자만 보아도 놀라고 울리는 소리만 들어도 떤다는 뜻으로 잘 놀람을 이르는 말을 영해향진(影駭響震), 울림을 미워하여 입을 다물게 하려고 소리쳐 꾸짖으면 점점 더 울림이 커진다는 뜻으로 근본을 무시하고 지엽적인 것을 다스림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궁향이성(窮響以聲), 어떤 주창에 응하여 모든 사람이 함께 행동함을 이르는 말을 사방향응(四方響應)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