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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택문제 이야기만 나오면 단골손님처럼 싱가포르의 HBD 장기임대아파트 케이스를 든다. 무엇보다 한국만큼이나 인구가 집중되어 있고 (섬이니 어쩔 수 없지만 수도권만 본다면 결과는 한국과 동일하다) 그런 이유로 제한적인 토지의 활용성을 극대화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이 절박하며 매우 짧은 시기에 매우 빠르게 성장했다는 역사적 배경도 매우 유사해서 부동산가격을 올리는 요인들 역시 모두 가지고 있다 할 수 있다.
허나 이 문제를 해결해가는 역사는 완전히 달랐으며 그 핵심에 HDB 장기임대주택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HDB는 싱가포르 주택개발청(Housing & Development Board)의 약자로 우리로 따지면 LH공사라 보면 되는데, 싱가포르 국민들의 80%가 바로 이 HDB가 공급하는 사실상 영구 임대주택 (임대기간이 최대 99년까지니)에 살고 있다. 싱가포르의 케이스를 이해하려면 바로 이 임대주택정책의 역사적 배경과 환경 그리고 정책과정이 만들어낸 "시장 자체의 구조이해"가 가장 핵심이다. 딸랑 정책을 팔로우한다고 해결될 일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주택정책이 가능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싱가포르가 독립을 얻어낸 당시 영국이나 일본 식민지 관할에 들어가 있던 대부분의 토지를 적산 민간불하가 아닌 국유화를 선택했고 이후에도 재정이 확보될 때마다 불모지를 끊임없이 사들였기 (종국적으로는 국토의 90%) 때문이다. 한국과는 거의 반대의 길을 걸었던 셈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싱가포르식 주택정책을 한국이 시도할만한 바탕이 빈약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다만, 이는 정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잘못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싱가포르는 1819년부터 영국의 식민지로 지배를 받다 일본의 침공으로 1942년부터 종전된 45년까지만 일본 지배를 받았지만 종전후 다시 영국이 들어와 59년까지 지배를 받았으니 사실상 오랫동안 영국식민지였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2차대전을 겪으면서 이미 쇄약해진 영국의 지배력을 뚫고 말레이시아 자치령으로 독립을 얻어냈지만 당시 정말 쓸모없는 땅이었던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로부터 버려지는 강제 독립을 강요받았고 이에 어떻게든 살아남아야만 한다는 강박관념과 리콴유라는 천재적(하지만 골수 독재자인) 지도자의 과감한 정책의 화학적 작용으로 현재의 싱가포르가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여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정책이 바로 HDB의 장기임대주택정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
리콴유는 좁아터진 땅덩어리에서 뭐라도 할려치면 (다들 알듯이 대낮에는 정말 걸어다니기 공포그러울 정도로 덥다 - 현재는 서울이 더 심함) 반드시 거주할 "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내 집이 있어야 나라를 지킨다”는 모토아래 1960년 HDB((Housing & Development Board)를 출범시켜 그 기초제도라 할 수 있는 "Home Ownership Scheme"과 강제주택저축제도인 CPF(Central Provident Fund), 그리고 앞에서 말한 강력한 토지국유화제도인 강제토지수용법을 시행하게 된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단순히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측면 뿐만 아니라 이의 운용철학이 매우 디테일하다는 점이다. 흔히들 싱가포르가 주택정책에 있어 "빨갱이"와 같다라는 평가들이 많은데, 일면 리콴유의 집권당의 시효가 사회주의 정당인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리콴유 스스로는 경제부흥을 위해서는 자본주의적 장점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는 사회주의자였다. 때문에 언뜻 그냥 무상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임대료만 낸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운용시스템을 본다면 한국의 "전세"와 매우 많이 닮아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첫째, HDB 임대아파트는 사실상 돈을 주고 99년 주거권을 사는 개념이다. 따라서 처음 구입할 때 1회 자본적 지출이 들어갈 뿐 임대료를 별도로 지불하지 않는다.(전세랑 똑같다) 다만, 아까말한 CPF에 강제저축되는 부분이 있을 뿐이나 이도 결국은 보조금 형태로 지원되기 때문에 사실상 "반영구전세제도"라고 부르는게 맞다. (단, 저소득층, 취약계층 또는 일시적 주거지가 필요한 국민들을 위해 소액의 월세를 내고 사는 공공 임대 주택(Public Rental Scheme)도 운영중).
여기서 좀 허당스러운 지점이 있는데, 99년 임대는 보장하지만 임대기간이 끝나면 정부에 무상으로 반환해야만 한다. (뭐 이런 전세가...) 아직 최대 60년 밖에 되질 않았기 때문에 99년을 맞이한 아파트는 아직 없으나 딱히 이를 어찌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은 아직 없기에 리세일 거래시 잔존기간을 감안하여 거래한다고...
둘째, 신축아파트에 대한 선분양, 기존 아파트의 리세일 두가지 방향 모두 지원된다. 이는 시장의 수요에 보다 잘 적응하기 위함이다. 4인가족 평균적 아파트 (방3개)로 볼 때 선분양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한화 4~5억원정도에 지원금 30% 정도가 평균이고 리세일의 경우는 지역에 따라 편차가 좀 차이가 나는데, 평균기준으로는 6~8억원 정도에 조건에 따라 최대 1/3까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흥미로운건 구입을 위한 대출(HDB/은행 모두)의 원리금을 아까말한 CFP에서 차감한다는거. 즉, 무리해서 대출을 통해 주거목적의 HDB를 구매하는 무리를 정부가 알아서 원천적으로 막아준다.
세째, 재건축도 정부가 해준다. HIP라는 리모델링 프로그램이 워낙 잘되어 있어서 재건축으로 가는 경우는 방식은 30년 노후 아파트틑 정부가 매입해서 새로 짓던지(SERS라 한다) 아니면 오래된 낡은 아파트의 경우 입주민들이 요청해서 진행(VERS라고 한다)해주기도 한다. 정부매입 아파트는 정당한 현금보상 및 신규 HDB 입주권 및 이사비용 등을 충분히 보상해준다.
네째, 재산세도 낸다. 다만, 주거용이기 때문에 상당히 낮은 세율을 적용하며 평균치면 십만원 정도에 불과하며 사실상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기 때문에 재산세가 무리하게 늘어날 이유도 없다.
다섯째, 많이들 착각하는데, HDB는 민간거래가 가능하며 심지어 최소거주기간(MOP, 일반은 5년, 고급은 10년))만 넘기면 그 차액에 대한 양도소득세도 없다(원래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가 없는 나라다). 단, 이렇게 매각하게되는 고급HDB(도심프리미엄 HDB)의 경우는 매각대금의 6-9%를 거래세로 내야 하는, 일종의 거래세를 징수한다. 이는 당초 보조금형태가 할인 형태로 주어지기 때문에 우연히 황금부지(강남같은)에 자리를 잡아 아파트값에 수혜를 받은 만큼 이를 보조금을 환수함으로써 상쇄시킨다고 보면 된다. 아울러 CFP에서 꺼내썼던 자금도 모두 상환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매각을 통한 차액을 적절히 콘트롤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여섯째, 일반HDB에 대해서는 MOP 이후 전임대가 가능하다. 그러나 준/고급HDB는 방단위로만 전임대가 가능하다. 이는 HDB의 활용성을 높이면서도 임대 돈놀이 부동산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내고 실거주를 유도한다. 물론 다주택자와 외국인들에게는 높은 세금을 부과해서 투기화를 억제한다.
이런 제도의 장기적이면서 안정적인 운용은 상당한 자율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매우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근간이 된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역사적 통계가 있는데, 상가포르가 이런 제도를 체계적으로 운영해왔지만 시장을 완전히 콘트롤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라는 점이다. 특히 2007~2013년 기간동안에 (리만사태 이후 회복기) HDB의 수요가 급격하게 상승했음으로 불구하고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거의 두배가량 폭등했던 시기가 있었다. 이에 정부에서는 강력한 대출규제와 다주택자 (HDB+민간콘도)에 대한 취득세를 올리는 방식으로 안정화를 유지했다.
아울러 판데믹 이후 역대급 자산가격 팽창을 빗겨갈 수는 없어서 최근 HDB의 리세일 가격은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고 한다. 이는 사실 팬더믹 기간동안의 신규건설중단이 가장 큰 요인이어서 차차 안정화단계로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긴 하다. 그러나 장기간으로 본다면 지난 20년간 싱가포르의 일반물가가 1.5배 증가한 반면 HDB의 가격은 2.6배 이상이라는 점에서 HDB가 자산가치를 보전해주는 안전자산 역할도 수행했음을 알 수 있다.
사실상 사회주의인 중국을 보더라도 자산거래의 개방화에도 불구하고 민간 주택가격의 변동성은 그야말로 극에서 극을 차달아왔다는 점, 중국의 국유 임대아파트 비율이 3-4%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전반적인 사회+자본주의 시스템에 기초하면서 이정도의 주거안전성과 합리성을 동시에 달성한 사례는 거의 없지 않나 생각된다.
이제 결론인데, 이러한 싱가포르의 경험은 막대한 국유지의 보유라는 점에서 사실상 한국이 전면적으로 도입하는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그러나 싱가포르 사례가 주는 가장 큰 미덕은 부동산 전체 시장에 대한 세금과 같은 통제구조가 아니라 매우 잘 설계된 "장기임대주택시장"을 만들고 이를 일반 부동산시장과 적절하게 분리해 놓았다는 점이다. 이는 싱가포르같이 국유지가 많지 않더라도 Target 세대나 소득층을 잘 겨냥하고 제도를 설계한다면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활용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가 될 수 있다. 즉, 사회안전망으로 작동되어야 할 주택수요에 대해 기존 상업용 부동산시장과 안전히 분리된 운동장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크기의 문제일 뿐, 즉, 보호해야할 세대와 계층을 명확히 지정할 수만 있다면 그들을 위한 상업용부동산시장과 완전히 분리된, 하지만 자유시장원리가 소통되는 그런 시장을 만들고 적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고 이것이 싱가포르 HDB가 주는 진정한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매우 오랫동안 경제성장의 핵심 견인차를 부동산시장에 기댄 건설투자로 기대어 왔고, 이런 관행은 정책당국자로 하여금 가장 쉬우면서도 확실한 카드가 되어왔으며 이런 신화가 국민들 정서에 녹아든 결과가 현재 우리가 맞닥들이고 있는 주택현실이다. 즉, 그 바탕에는 절박함이 아닌 '더 나은 부의 실현'에 있어 왔고, 정치권은 그 욕망을 적절히 밀땅하며 이용해온 셈일 뿐 그 결과로 절박해지는 사람들의 비명에는 귀를 닫아 왔다.
이미 한국 국민들, 특히 서울 및 수도권 거주자들의 경우 자가비율이 이미 50%를 넘는다. 싱가포르에 비한다면 상업용 자가비율이 22%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사실 경이로운 숫자다. 단순화시키기 위해 서울만을 놓고 본다면 50%의 비자가비율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전체 100%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는 근본적인 차이이다.
그렇다 보니 정부의 부동산정책도 정작 시급한 사회최약층이나 사회초년생 신혼부부들의 절박한 상황에 처한 임대주택시장이 아닌 선거 핵심 전략지역에서의 "더 많은 표"를 얻어내는 방안, 예컨데 한때는 세금을 줄여주면서 여유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내고 다른 한편으로는 세금을 더 부과해서 혜택을 얻지 못한 나머지 지역으로부터 표를 더 얻어내는 전략으로 번걸아가며 들먹여 왔을 뿐이며 이 과정으로 사람머리속에 남은 개념은 "어떻게든 집 한채를 보유하는것"이 되어버렸다. 표는 자가, 전세 월세를 가리지 않고 오직 한표로서만 가치를 가졌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평등"하다.
그 결과는 여러분들이 다 아시듯이 세재개편과는 무관하게 부동산가격 상승은 가속화 되었고 그 결과는 항상 임대료에 부정적인 결과로 돌아왔다. (이건 그냥 산수다) 주거안정성을 주택가격으로 해결해보겠다는 무모하기 짝이 없는 정책의 끝은 언제일껀가...
그런 점에서 비록 한국과는 다른 역사적 맥락과 이에 따른 근본적인 구조적 차이가 존재하지만 싱가포르의 사례 즉, 주거안정이 근본목표인 주택시장을 일반 부동산시장과는 다른 논리로 돌아가도록 디자인하는 것의 가치가 한국이라 하여 다를 수 있을까. 한국을 싱가포르로 만들 생각을 하지 말고 싱가포르에서 먹혔던 전략의 핵심을 다운사이징해서라도 적용해보려 왜 노력하지 않았을까...
잼정부가 150만호 집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분당이 당시 9.7만호, 일산이 6.9만호, 도합 16.6만호 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거의 이에 10배에 달하는 새집을 공급하겠다고 한다. 그냥 청와대 공무원들까지 모두 건설현장에 동원하여 땅을 파서라도 이루어내겠다는 각오를 보이는 듯 하다. 대한민국의 1인 1주택소유, 100% 자가의 꿈은 오늘도 내일도 계속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