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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미국 체로키 부족은 자신의 영토에서 AI 데이터센터를 짓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 결정 과정이 아름답다. 숙의 민주주의의 전형을 보여준다.
지난 2월, 오클라호마의 체로키 부족은 자신의 영토에 들어서는 초대형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태스크포스팀을 꾸렸다. 과연 데이터센터가 지역의 이익에 도움이 될지, 환경오염이 얼마나 될지 세심히 따져보기 위해서다.
체로키 네이션의 환경부장관을 필두로 9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태스크포스팀을 꾸렸고, 지난 수 개월 동안 데이터센터의 영향을 조사하고 주민들과 다양한 경로를 통해 협의해 왔다. 에너지 사용, 물 사용, 대기오염, 소음 및 빛 공해, 일자리 타당성, 기반 시설 및 문화 자원 등 여러 방면을 치밀하게 조사한 것이다.
그리고 수 개월간의 연구와 협의를 토대로 보고서를 발표했다. 또 여론조사도 함께 공표했다. 부족의 64%가 데이터센터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하여 체로키 부족장은 자신들의 보호 구역과 신탁 토지 내에 데이터센터 건설을 금지한다고 선언했다.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것이다. 선언문을 낭독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시민들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이미 지난 3월, 오클라호마주에서는 세미놀 부족과 키카푸 부족이 데이터센터 건설 금지를 결의했는데, 여기에 미 최대 선주민인 체로키 부족도 가세한 것이다.
수 개월 동안 함께 고민하고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 꽤 근사하다. 자연스럽게 이로쿼이족의 '7세대 원칙'이 떠오를 수밖에.
미국 헌법 구성에 영향을 미쳤던 이로쿼이 부족의 7세대 원칙이란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 과연 이것이 7세대의 후손들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심사숙고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결정이 7세대의 후손들에게 이로운가, 그렇지 않은가? 이는 곧 지속가능성에 대한 지혜가 응축된 것이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면 후세대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이다.
자본의 회전율 때문에 속도가 생명인 자본주의는 사실상 후세대의 삶과 미래의 에너지를 미리 앞당겨 인출하고 소진하는 시스템이다. 지속가능성을 좀파먹어 스스로 절멸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3대 메가 프로젝트를 위해 밤낮으로 '속도전'을 외치는 한국 정부의 미련함은 두 말할 필요도 없고. 그 속도전이란 숙의 민주주의의 파괴에 다름아니다.
수 개월에 걸쳐 꼼꼼히 따지고 합의를 이루는 과정. 더디더라도 그렇게 가는 게 민주주의에 근접하는 일이다.
첫댓글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