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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대표와 ‘소리 없는 아우성’>
어제 민주당의 신임 대표로 선출된 김민석 대표는 ‘ABC 플랜’을 제시했다. ‘민생(Affordability), 확장(Broad), 유능(Competence)’의 ABC다. 해서 김민석 대표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민생의 80~90%는 부동산이다. 이 분야에서 유능함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즉 매매가의 하향 안정화와 전월세 시장 안정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민주당은 ‘말만 무수한 무능한 정당’으로 각인되고 지지율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김 대표의 정치적 미래가 어두워지는 것도 불문가지다.
그런데 최근 <8.3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대하는 민주당의 입장을 보면 민생·유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1주택 비거주자 혜택 축소에 대한 우려 등 일부의 ‘즉자적 아우성’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얼마 전 올린 김민석 대표의 페북 글도 그런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걱정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알아야 한다. 그런 즉자적 아우성에 휩쓸리는 것은 무능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강남 초고가 아파트를 겨냥해 보유세를 강화하고 1주택 양도세 혜택을 줄이자 실질적인 가격 조정이 나타나고 있다. “세금으로 집값을 못 잡는다”는 말이 명백한 거짓임이 입증된 것이다. 집값을 결정하는 본질은 공급 숫자가 아니라 ‘기대수익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무엇을 주장해야 하는가? 주택뿐만 아니라 부동산 전반에 걸쳐 보편적 보유세를 점진적으로 강화하자고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거주·비거주 차등 적용에서 오는 무수한 갈등과 행정 비용을 줄이고 부동산 기대수익률을 전반적으로 낮춰야 비로소 집값과 땅값이 하향 안정화된다.
동시에 “빚내서 집 사라”는 식의 대출 확대 정책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대신 전세 수요를 흡수할 토지임대부 주택과, 월세 부담을 낮춰줄 공공임대주택을 도심 핵심지에 획기적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보유세 순증분을 기본소득이나 공공임대주택 확충의 재원으로 연계한다면 국민적 정책 수용성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결단에 이르려면 김 대표 스스로가 ‘소리 없는 아우성’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목소리가 작고 표면화되지 않기에 듣기 힘들겠지만, 진정으로 주거 약자의 입장에 서 있다면 그 아우성이 들릴 것이다. 주거 약자의 눈으로 바라봐야 비로소 강력한 세제 개혁의 당위성이 보이고 대출에 의존하는 땜질식 금융 대책의 한계가 눈에 들어온다.
김민석 대표는 정말 ‘민생’(A)에서 ‘유능함’(C)을 증명하고 민주당의 영토를 넓히고(B) 싶은가? 그렇다면 지금 당장 주거 약자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 파편적 아우성에서, 어찌 보면 상호 모순되고 충돌하는 것처럼 들리는 절절한 목소리에서 보편적 요구를 가다듬어 올바른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그걸 가지고 정부와 협의해야 한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나라의 사활이 여기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김 대표는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