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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코리아의 성형 의혹(?)에 대해 한 마디--
내가 성형외과를 전공해서라기보단, 한 명의 시민으로서 한번 얘기해 보는 것도 좋을 것같다.
옛 농구선수 우지원의 딸인 우서윤이 올해 미스코리아 진에 뽑혔다. 그리고 나서 여러 말들이 무성한데, 우서윤은 어릴 때부터 아빠 따라서 '붕어빵' 등 여러 방송 컨텐츠들에 출연했었기 때문에 그의 얼굴을 대중들이 이미 뻔히 알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던 우서윤이 성장해서, 벼란간 미스코리아 진 시상대에 올랐다. 논란의 핵심은 성형 의혹이다. 성형을 도대체 얼마나 했길래 저렇게 달라졌느냐라는 질문이 빗발친다.
이에 대해 정작 우서윤 본인은 가타부타 말이 없고, 전년도 미스코리아 정연우가 갑자기 등판, "대답할 가치도 없는 내용이지만 한 마디 한다"라며 말을 해서 더 시끄러워졌다.
"자연 미인이면 가치가 올라가고 아니라면 떨어지는 것이냐, 사람의 가치는 누군가가 함부로 매길 수 있는 게 아니다. 미스코리아는 외모로만 평가하는 대회가 아니고 시사 인텔리 발표, 자기 소개 장기자랑 등 여러 심사를 거친다. 왜 그렇게 남의 성형 여부가 궁금한지가 나는 더 궁금하다."라는 요지였다.
정연우가 왜 굳이 남의 성형 의혹에 대해 나서서 이런 글을 써 올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미스코리아라는 대회가 외모로만 판단하는 게 아니다"라는 이 명제부터 한번 잘 들여다 봐야 될 것같다.
그리고 미스코리아라는 대회가 "성의 상품화"라는 욕을 끊임없이 먹어서 선진국들에선 아예 축소되거나 없어진 데도 많은데, 한국에서는 꼬박꼬박 계속되고 계속 언론에 뜨는 이유도 같이 살펴보면 좋겠다.
미스코리아 대회의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써 있다.
"미스코리아 대회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을 선발하는 가장 역사깊은 행사"라고 소개돼 있다. 그리고 "미스코리아는 다양한 매력으로 국내.외 엔터테인먼트와 뷰티 산업 분야를 선도하는 대한민국 대표 여성 리더로 활동 할 것"이라고 돼 있다. 그리고 주최사는 "단순한 외모 평가에서 벗어나 지성, 사회봉사,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갖춘 여성 리더를 선발하는 방향으로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라고 홍보하였었다.
그렇다면 당장 이런 질문이 당연히 뒤따라 나올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미스코리아 선발된 사람들이, 위의 말마따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으로서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의 리더가 되어왔는가? 대한민국과 K 컬쳐를 위해 사회적으로 공헌하는 삶을 살아왔는가?" 라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다수의 역대 수상자들은 주최측이 제시하는 이런 "공익적 리더"보다는 개인의 엔터테인먼트 커리어 (방송계, 연예계 진출)에 집중하는 삶을 살아왔다고 하는 게 훨씬 사실에 부합할 것이다.
대회 출범 초기부터 지금까지도 미스코리아 당선자들의 가장 주된 커리어는 배우, 방송인, 아나운서, 모델이었다. 대중적으로도 미스코리아를, 주최측이 얘기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 리더"로서 인식하기보단, 연예계 데뷔를 위한 패스트 트랙을 탔구나, 라고 인식하는 수밖에 없었다.
고현정, 염정아, 오현경, 이하늬 등.
이들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이라는 멘트에 부합하는가?
미스코리아들은 선발이 되면 한 1~2년의 임기동안 주최측이 주관하는 유니세프 봉사활동, 지역사회 봉사 등을 이수하지만, 이는 대회의 의무적, 단발성 이벤트에 가까왔다. 이들이 직접 NGO나 NPO 등 비영리 봉사단체를 설립하거나 발 벗고 나서서 뛰며 공익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아무도 본 적이 없고 들은 적도 없다. 우리가 기억하는 그 누구도, 미스코리아 선발 이후 사익이 아닌 '공익'을 추구해 대중들의 진정한 사랑을 받는 사회적 리더가 된 예가 없다.
사실 미스코리아 대회의 주최사에는 이렇게 써 놔야 더 사실에 부합할 듯하다. "연예계 방송계 진출을 위한 가장 확실한 패스트 트랙!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이렇게 말이다.
해외 선진국들이 미인 대회를 어떻게 하고 있나 그것도 얘기해 보자. 미스 아메리카는 성상품화 비판으로 이미 지상파 방송에서 쫓겨나 스트리밍으로 격하돼 있다. 하도 욕을 먹다 보니, 이제 외모는 아예 심사 기준이 아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 지성, 사회적 영향력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버전 자체를 완전히 바꿔 버렸다.
미스 영국은? (잉글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가 다 따로지만) 얘네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되게 작은 소규모 이벤트가 돼 있다. 그리고 심사는 노메이크업으로 한다. (쌩얼 심사...) 그리고 봉사활동 전력을 중시한다. "목적이 있는 아름다움"을 내세우고 있다. "왜 예뻐야 하는데?"라는 데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아름다움에 목적이라니, 여성은 오로지 외모로만 평가받는 우리나라에선 누가 그런 걸 질문하는 일이 있나 싶다.
독일은 외모 평가 자체가 아예 사라졌다. 현재는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여성 창업가, 사회운동가, 연구자 등을 선발하는 "여성 리더쉽/임파워먼트 어워드" 성격으로 완전히 개편되어 운영 중이다.
이런 대회의 당선자들은, 우리나라처럼 무슨 1년간 봉사 과제를 '시켜서 하는'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생각해 제시하는 사회적 과제를 실행하게 된다. 주최측은 당선자가 제시한 이런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2020년 우승자는 35세로서 두 아이의 엄마이자 빈티지 숍 운영자였다. 2024년 우승자는 39세로서 여성 인권 운동가였다. 이런 여성들이, 미스 독일이라는 마스코트를 당당히 내세우며 사회적 인권적 활동을 계속 열심히 하고 있다.
이제 미스 코리아로 돌아와 보면. 이 대회에 대해 하고 싶은 질문은 수도 없이 많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은 왜 꼭 "미스", 즉 미혼 여성이어야 하는가? 그리고 왜 20대 초중반이어야 하는가? 그리고 왜 키가 170cm이상이어야 하는가?
30대 40대 여성은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없다는 말인가? 그 말은, 여성은 나이 들면 더이상 아름답지 않다는 뜻인가? 그 아름다움의 기준은 대체 누가 결정하는가?
오히려 아이를 낳고 양육하고 세상을 오래 살아 본 여성들이 "대한민국 대표 여성 리더"로 활동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가? 20대 초반 연령으로 170cm가 넘는 키의 마른 여성들만이 "미스 코리아"를 대대로 수상해 왔는데, 그렇다면 30대 이상으로 자녀가 있고 키가 170cm에 이르지 못하거나 살집이 있는 여성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는 뜻인가?
바로 이런 "미스 코리아" 대회에 대해 갖는 의문감 때문에 수상자의 '성형'에 대해서도 자꾸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나는 정연우가 성형을 했는지 우서윤이 무슨 성형을 했는지는 솔직히 하나도 안 궁금하다. (... 물론 내 직업상, 그냥 얼굴 보면 알긴 하지만, 아무한테도 말은 안 한다....)
저 미스코리아라고 써져 있는 은색 띠를 몸에 두르기 위해서 중요한 건 결국 외모 아닌가? 그렇다면, 외모로 선발된 사람에게 대중들이 성형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피할 이유는 또 뭐란 말인가?
정연우는 "우리는 외모만으로 이 자리에 오른 게 아니다"라는 식으로 발언했다. 그렇다면 외모에 대해 성형에 대해 질문 받는다 해서 화가 날 이유도 전혀 없지 않을까? 그가 사람의 가치를 외모로 평가받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미스코리아로서 그가 할 일은 정말 많다. 자원봉사, 시민단체, 문화예술 지역사회 활동같은 비경제적 사회활동에 팔 걷어부치고 참여하고 대중들의 사랑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이후부터는 대중들의 미스코리아를 보는 시선도 완전히 달라지고 성형따위가 의혹에 오르지도 못할 것이다. 정말 단 한 명이라도 연예계 방송계 스펙쌓기로 생각하지 않고 "공익"을 위해 저런 걸 할 수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