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랫만에 이 방에 들렀습니다.
그 동안 몸도 마음도 많이 좋지 않아서.......
그래도 내 마음 붙일 곳은 글과 노래들이었습니다.
오늘은 제 노랫말 중에 '엿장수.' 노래를 올려 놓겠습니다.
어린 시절 산골 벽촌에 사는 우리들에게 가끔씩 마을을 도는 엿장수가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그 당시 우리가 맛볼 수 있는 유일한 달콤한 간식꺼리가 그것 밖에 없었거든요. 골목골목을 돌면서 가위를 쩔걱거리면 우리들은 집 뒤안 마루 밑을 뒤지곤 했었지요. 어쩌다 발견되는 헌 고무신, 빈병, 철사 도막이라도 있으면 발걸음 가볍게 엿장수를 향해 냅다 달리곤 했었고요.
아, 설날이 가까워지면 집집마다 조청 엿을 고는 일이 많았습니다. 눈으로 보아서는 도무지 줄어들지 않을 것 같던 가마솥 엿물이 어느 새 조청이 되고 엿이 되면 그 또한 얼마나 즐거운 일이었었던가요.
초등학교 5학년 겨울 방학 때였습니다.
나는 아버지를 도와 그해 겨우내 가마니를 짰습니다.
아버지가 가늘게 꼰 새끼를 가마니틀에 걸고, 바디를 앞으로 젖혔다가 뒤로 젖혔다가 하면 나는 그 바디가 만들어 놓은 길로 짚을 넣어주는 일을 했었지요. 내 키 보다 더 긴 대나무로 만든 막대기에 짚을 끼워 넣으면 아버지는 바디로 쳐서 가마니 바닥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가마니가 차차 완성이 되어가는 일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겨우내 그 일을 하면서도 지루하다거나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지요.
우리 부자가 사랑방에서 가마니를 짜고 있을 때 어머니는 안방 부엌에서 수수쌀로 엿을 고았습니다. 그 때 어머니가 곤 엿은 가위 철거덕거리면서 마을 골목길을 쓸던 엿장수들의 엿만큼 단단한 과정까지 가지 않았고, 바로 앞 단계에서 멈추었습니다.
가마니를 짜다가 휴식시간에 잠깐 쉴 때쯤이면 어머니는 말랑한 그 엿(?)을 떼어서 볶은 콩가루로 고물을 묻혀 우리에게 간식으로 갖다 주곤 했는데, 달콤한 엿과 고소한 콩가루가 섞여서 내는 그 맛은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어쩜 겨우내 꾀 안 부리고 아버지 가마니 짜는 일을 거들어 드릴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가 마련해 준 엿 덕분이었는지 모릅니다. (수필. '우표라는 열차를 타고' 중에서)
이런 추억들이 깃든 엿. 지금도 시장 거리를 지나다가 엿장수들이 신바람을 일으키면서 가위를 쩔걱거리는 모습을 보면 절로 걸음을 멈추고 추억을 더듬어 보곤 하지요. 그런 달콤한 추억을 생각하면서 쓴 노랫말을 작곡가 겸 가수 (별셋 트리오로 활약하던) 손정우 씨가 곡을 붙여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함께 즐기면서, 설날을 맞는 우리 이웃님들, 많은 복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엿장수
엿 사시오 !
가위 가락 장단에 세월을 싣고
팔도강산 방방곡곡 누비며
오늘은 이 장터 내일은 저 장터
울고 웃는 엿장수인생.
세상살이 굽이굽이
뭐 별거 있더냐?
세상이란 놀이판에
소풍처럼 왔다 가는 것
힘든 일도 괴로운 일도
모두 잊어버리고
다 함께 어깨춤 덩실
한 바탕 놀아보세.
엿 사시오. 엿을 사.
엿사시오. 엿을 사.
https://www.youtube.com/watch?v=PtLyxBdD1ds
동영상
엿장수/한별작사, 손정우작곡, 손정우노래
엿장수한별작사, 손정우작곡, 정민편곡손정우노래엿사시오~~~!1.가위가락 장단에세월을 싣고팔도강산 방방곡곡 누비며오늘은 이장터 내일은 저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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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가락 장단에 인생을 싣고
팔도강산 오일장을 누비며
오늘은 이 장터 내일은 저 장터
돌고 도는 엿장수 인생.
세상살이 굽이굽이
뭐 별거 있더냐?
세상이란 놀이판에
바람처럼 왔다 가는 것
슬픈 일도 가슴 아픈 일도
모두 잊어버리고
다 함께 어깨춤 덩실
신명나게 놀아보세.
엿 사시오. 엿을 사.
엿 사시오.
엿을 사.
(아래 동영상은 작곡가 손정우씨가 직접 연주하는 색소폰 연주입니다.)
https://youtu.be/OeUeA1_OR4I
동영상
엿장수/한별작사 ,손정우작곡, 손정우색소폰연주
엿장수한별작사 손정우작곡 손정우색소폰연주엿사시오~~~!1.가위가락 장단에세월을 싣고팔도강산 방방곡곡 누비며오늘은 이장터 내일은 저장터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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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엿장수 나름 이지요 부랑한 아이들은 엿판을 그냥 훔처가고
엿장수 할아버지는 아이들 걸음 딸럴수 있남요
엿장수도 힘도있고 눈치도 빠르고 해야 엿팔수 있어요
초딩이라고 해도 나이가 많은 아이가 있어거던요
그런 아이들은 배고프면 고구마 밭에가서 고구마 뿌리가 생기지도 않았는데
제다 뿌리봅아서 농부마음 아프게하고 그시절 배곱파서 나븐짖 많이 했나봐요
맞아요. 우리 마을에 들어온 엿장수 한 사람은 술을 좋아해서 가끔은 엿 목판 지게 세워 놓고 꾸벅꾸벅 졸기도 했었어요. 그 틈을 노린 아이들이 엿 목판 째 슬쩍 했다가 동네 어른들에게 혼이 나기도 했었지요. 내 친구 중에도 그런 녀석이 있었는데, 그 녀석이 엿을 들고 뛸 때 덩달아 함께 따라갔던 나도 엄청 혼난 적이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