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의 흥행과 함께 나타난 대표적 현상은 과거사에 대한 관심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12·12 군사반란 이후 행보를 추적한 보도가 쏟아지고 이들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지고 있다. 특히 1980년대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세대를 중심으로 이 시대를 다룬 책, 기사, 논문 등을 찾아보고 공부하는 현상까지 생겼다. 영화 한 편이 44년이나 가려져 있던 역사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 셈이다.
역사문제연구소 권혁은 연구원은 박정희 정권기 시위진압 체계의 형성과 변화를 연구했다. 권 연구원은 “이 영화를 통해서 우리는 어떤 부분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지 한 번쯤 고민해 봤으면 한다. 실제 역사도 그러했지만, 반란군을 진압하라고 할 때 그 누구도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그런데 부마항쟁이나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군은 모두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변명한다.
어떤 명령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고 수행하고, 또 다른 어떤 명령에 대해서는 책임감 없이 방관해 버린다. 영화를 보며, 우리가 진정 책임을 지고 수행해야 할 일은 어떤 것인지 고민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한 가지 덧붙이면, 영화를 보고 난 후 생긴 분노가 전두환과 하나회를 향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이미 사라져 버린 대상에 대한 분노보단 우리 삶에서 또다시 벌어질 수 있는 일에 분노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세림 연구원은 1980년 사북항쟁을 중심으로 전두환 정권기를 연구 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영화 속 장면 중 전두광이 ‘세상이 그렇게 빨리 변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어쩌면 이게 영화가 전하려고 한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현대사를 다룬 <서울의 봄>이 과거 이야기를 하지만 지나간 이야기라고 말하기도 어렵다는 의미다. 이 영화를 두고 ‘좌빨영화’라며 갈등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 않나. 12·12 군사반란이 박정희의 유산에서 시작했는데 그 시대에 통용됐던 이야기가 지금도 나오는 상황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서울의 봄>에 나오는 시민들은 차량 통행이 제한돼도, 군인들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져도 무슨 일인지 모른다. 오직 사건의 객체로만 존재한다. 관객분들이 이러한 장면을 통해 좀 더 예민한 시각으로 우리 사회를 감시해야겠다고 생각해준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이어 영화를 통해 역사는 단순히 지나간 일이 아닌 현재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토대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민기 연구원은 박정희·전두환 정권기의 사회 정화 사업이 연구 분야다. 문 연구원은 “<삼국지 정사>와 <삼국지연의> 느낌으로 보면 된다. <삼국지연의> 속 인물들의 이미지, 사건 등으로 역사를 기억해도 큰 틀에서 완전히 틀린 역사라고 하기는 어렵지 않나. 12·12 군사반란사에서도 <5공 전사>와 영화 <서울의봄>이 비슷한 관계에 있는 것 같다. 실제 역사와 세세한 부분에서 조금 어긋나더라도 큰 흐름을 이해하는데 부족하지 않다는 의미다. 다만, 연구자 입장에서 역사적 인물을 절대악과 절대선이라는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경계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5공 전사>를 보면, 정승화와 장태완의 연결고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들이 학맥으로 연결되고, 군 생활도 같이했고 하는 식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영화처럼 절대선과 절대악의 격돌이 아닌 군인의 외피를 쓴 파벌 간 격돌로 볼 수도 있다.” <서울의 봄>을 통해 사람들이 역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