賊 反 荷 杖
賊: 도둑 적 反: 되돌릴 반 하 荷: 멜 하 杖: 몽둥이(지팡이) 장 (도둑이 되레 매를 든다'는 뜻으로 잘못한 사람이 잘한 사람을 나무람)
적반하장(賊反荷杖)은 ‘도둑이 되레 매를 든다’는 뜻이다. 잘못한 사람이 도리어 잘한 사람을 나무라는 것을 꼬집는 말이다. 조선 인조 때의 학자이자 시평가 홍만종(洪萬宗)의 문학평론집 순오지(旬五志)에 적반하장에 대한 풀이가 나온다. “적반하장은 도리를 어긴 사람이 오히려 스스로 성내면서 업신여기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賊反荷杖 以比理屈者 反自陵轢 적반하장 이비리굴자 반자능력).”
적반하장은 잘못한 사람이 잘못을 빌거나 미안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성을 내면서 잘한 사람을 나무라는 것을 이른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 ‘문비(門裨)를 거꾸로 붙이고 환쟁이만 나무란다’ ‘소경이 개천 나무란다’ ‘물에 빠진 놈 건져 놓으니 내 봇짐 내놓으라 한다’ 등 적반하장을 뜻하는 우리 말 속담도 여럿 있다. 문비는 초하룻날 악귀를 쫓는 뜻으로 대문에 붙이는 신장(神將) 그림이다.
주인과 손님이 서로 바뀌어 손님이 되레 주인 행세를 한다는 주객전도(主客顚倒)도 적반하장과 뜻이 같다. 객반위주(客反爲主)로도 쓰며, 사물의 대소(大小)나 경중(輕重), 전후(前後)가 뒤바뀐 것을 이르기도 한다. 우리말에 ‘되술래잡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또한 범인이 순라군을 잡는다는 뜻으로, 잘못을 빌어야 할 사람이 되레 남을 나무라는 것을 비꼬는 말이다. 술래잡기는 ‘순라(巡邏)’가 도둑을 잡는 데서 유래한 우리의 전통 놀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흔히 쓰고 듣는 말이다. ‘내로남불’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삿대질하며 적반하장이라고 목청을 높인다. 흑이 백을 검다고 나무라고, 어둠이 빛을 흐리다고 꾸짖는다. 춘풍추상(春風秋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하라고 했다.
봄바람과 서리가 바뀌면 자칫 적반하장이 된다.
출처 : 순오지(旬五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