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楚汉志)1-002
70객 老人은 꿈틀거리며 일어나 앉더니, "이 사람아!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는 말도
못 알아듣겠단 말인가."하고 핀잔이라도 주듯이 퉁명스럽게 쏘아 붙이는 것이 아닌가.
吕不韋는 또 한 번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러나 노인의 말에는 자기도 모르는 깊은 뜻이
숨어 있는 것 같아서, 여불위는 짐짓 웃음까지 지어 보이며 이렇게 대꾸하였다.
"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는 그 말씀 자체의 뜻이야 모를 리야 있겠습니까.
제가 모르는 <둘>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그 점이 알고 싶사옵니다." 노인은 그제서야
여불위의 얼굴을 멀거니 바라보더니, "허허... 이 친구, 제법 쓸 만하게 생겼는걸.
관상을 보아하니 잘하면 王侯将相이 부럽지 않게 되겠는 걸"
하고 혼자 말로 중얼거렸다. 吕不韋는 < 王侯将相> 이라는 말에, 별안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허위대가 장대하고 기상이 뇌락 장렬한 덕택에 "偉丈夫"라는 말은 흔히 들어 왔지만,
"왕후장상의 재목"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 보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여불위는 노인의 두 손을 덥석 움켜잡으며, 애원하듯 말한다.
"노인장! 제가 장차 어떻게 되겠는지 그 점을 좀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노인은 코웃음을 치면서 "자네가 장차 어떤 인물이 될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나.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열리는 법이니, 꿈만은 크게 품도록 하게.
다만 내가 자네에게 분명히 말 할 수 있는 것은 자네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는 사실 뿐이네.”
"그 <둘> 이라는 것이,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그것을 알고 싶사옵니다." "그것만은 말해주지....
자네는 돈을 모으는 데는 특산품 장사가 제일이라고 했것다?."
“네, 제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그것은 사실입니다.저는 일찌기 곤륜산에서 明玉 한 개를
오십냥에 사다가 齐나라의 王后에게 오백냥에 팔아 넘긴 일도 있었읍니다.
장사 치고는 그보다 더 좋은 장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노인은 도리질을 하면서
"못난 소리만 하고 있군! 그러니까 자네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고 하지 않았나."
"엣?... 그보다도 더 좋은 장사가 있다면 그것은 어떤 장사입니까?"
"그것은 다름아닌 <사람 장사>라는 것일세." "엣?.....사람 장사요?"
吕不韋는 너무도 뜻밖의 말에 눈을 커다랗게 뜨며 놀랐다.
장사의 원리에는 자기를 당할 사람이 없다고 자부해 오던 여불위도 <사람 장사>라는 말만은
금시 初闻이었다. 그러기에 "사람 장사 라면 창녀나 노비를 사고 파는 장사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하고 캐물어 보았다. 노인은 화를 벌컥 내면서 "예끼! 이 벽창호 같은 친구야.
자네는 누구를 뚜장이로 알고 있는가?" 하고 호되게 나무라는 것이 아닌가?
여불위는 자신의 실언을 크게 뉘우치며 노인의 무릅 앞에 넙죽이 엎드려 사과하였다.
"노인장! 제가 크게 잘못 했읍니다......저의 장래를 위해 현명하신 가르침을 내려 주시옵소서."
노인은 그제서야 빙그레 미소를 짓더니 조용히 입을 열어 말한다.
1-003편에 계속
초한지( 楚汉志)1-003
"단순히 돈만 모으려면~자네 말대로 특산물 장사가 제일 일 걸세.그러나 사람의 욕심에는
한도가 없는 법이야.돈이 많으면 권력(权力)도 가지고 싶어지는 법이네.
그러므로 옛날부터 진짜 장사군은 돈보다도 권력에 탐을 내는 법이야.
그도 그럴것이 권력을 잡으면 돈은 절로 굴러들어 오거든. 게다가 돈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권력은 필요한 것이야."듣고 보니 과연 절절이 옳은 말이다."그러면 사람 장사는 어떻게 하는
것이옵니까?""자네 太公望이라는 이름을 들어 본적이 있는가?" “태공망이라면 齐나라의
始王인 姜太公을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자네는 역사를 곧잘 알고있네 그려...
강태공은 본디 谓水에서 낚시질이나 해먹던 늙은이였지.
그런데 그 강태공이 어느 날 낚시를 하다가 周나라의 太子인 西伯을 알게 됨으로써
일약 軍師로 발탁되었다가 후일에는 齐나라의 왕이 되지 않았는가.
강태공이 齐王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전날에 西伯과 친해졌던 덕택이었으니, 그것이야 말로
<사람 장사> 가 아니고 무엇인가?<사람 장사>야 말로 천하가 왔다갔다하는
거대한 장사라는 것을 알아야 하네. 내 말 알아 듣겠는가?”
여불위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터지는 듯한 흥분을 느꼈다.
"노인장의 귀하신 말씀은 가슴 깊이 아로새겨 두겠습니다.""알았으면 됐네, 잠이나 자세"
노인은 눕기가 무섭게 코를 골기 시작한다. 그러나 여불위는 잠이 올 턱이 없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모아도 그것을 지켜 나가기 위해서는 권력이 필요하지 않던가.
아니 权力만 잡으면 돈은 절로 굴러 온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러면 돈을 모으려고 애쓸게 아니라 권력을 잡으려고 애쓰는 것이 일거양득이 아니겠는가?"
마음속에 대몽이 잉태된 吕不韋는 밤새껏 공상에 시달리며"내일은 저 老人에게 권력 잡는 법을
더 구체적으로 가르쳐 달라고 해야지" 하는 생각까지 품게 되었다.
다음날 아침, 여불위는 눈을 뜨기가 무섭게 노인을 찾았다. 그러나 문제의 노인은
어느새 어디로 가버렸는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밤새껏 공상을 하다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노인과 젊은 보부상은 모두 길을 떠나고 말았던 것이다.
"여보세요 주인장, 어젯밤 그 노인이 어디로 갑디까? " 주인에게 물어도 모른다는 대답이었다.
여불위는 그날 해질 무렵에 한단에 있는 자기 집으로 돌아오자 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물어 보았다.
"아버님께서는 이세상에서 잇속이 가장 좋은 장사가 어떤 장사라고 생각하십니까?"
"옛날부터 농사를 지으면 10배의 이윤이 생기고, 너처럼 귀금속 장사를 하면 1백배의 이윤을
볼 수 있다고 일러 오느니라" 여기서 여불위는 어젯밤에 만났던 노인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들려 주었더니 아버지는 아주 기뻐하며, "너를 王侯将相의 제목으로 보았다면,
그 노인은 보통 노인이 아니었는가 보구나. 본디 너를 밸 때에, 나는 흑룡이 가슴에 안기는
태몽을 꾸었느니라.너라고 왕후 장상이 못 되리라는 법은 없으니까, 이제부터는 뜻을 크게 품고
그 길로 노력해 보려무나" “사람 장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야 말이죠.”
그러자 아버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지금 秦나라의 王孙인 子楚라는 청년이,
이 나라에 볼모로 잡혀 와 있으니, 그 청년을 가까이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
“진나라의 왕손이 인질로 잡혀 와 있다구요?... 그 청년이 어디에 유숙하고 있습니까?”
"대장군 公孙乾 장군 댁에서 감시를 당하고 있느니라" 대장군 공손건이라면, 보석 거래 관계로
여불위와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터운 사이였다.....
1-004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