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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트랜스젠더가 가장 많이 살해되는 나라는 어디일까? 브라질이다. 2023년과 2024년 사이에 대략 106명이 살해됐다. 그런데 브라질은 성소수자 정치인들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번 일반 선거에서도 역사상 가장 많은 성소수자 정치인들이 대거 선출됐다.
이 지독한 아이러니가 단번에 브라질 정치가 얼마나 양극화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오늘 브라질에서 들려온 소식. '주5일 근무제'가 드디어 통과됐다고 한다. 역사적인 법안이다. 애당초 이는 룰라의 공약이다. 2차 결선 투표를 코앞에 두고 마침내 성사된 것이다. 이것이 2차 결선 투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그런데 주5일제 통과 배경에는 룰라 말고도, 두 사람의 공로자가 있다. 바로 사진 속 인물들이다. 먼저 왼쪽은 릭 아제베두(Rick Azevedo)라는 국회의원. 흑인 게이 정치인이다. 오른쪽은 에리카 힐튼(Erika Hilton)이라는 국회의원이다. 브라질 최초의 흑인 트랜스젠더 정치인이다.
먼저 릭 아제베두는 틱톡 등의 소셜미디어에 주6일제를 비판하는 게시물을 올리고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면서 노동자의 노동권과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운동(Life Beyond Work Movement)을 탄생시켰다. 주5일제 운동의 단초를 제공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약국 직원 출신인 그는 자신이 약국에서 일할 때 주6일제로 얼마나 많이 힘들었는지를 이야기하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그 뒤를 이어 에리카 힐튼은 헌법개정안을 발의하고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서명을 조직하는 등 입법 과정을 맨앞에서 진두지휘했다. 이번 2026년 10월에 있었던 일반 선거에서 그녀는 브라질 역사상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국회의원에 등극했고, 이 정치적 모멘텀을 등에 업고 주5일제 법안 통과에 박차를 가했다. 압도적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다.
그리하여 두 명의 흑인 성소수자 정치인이 브라질 노동계급의 삶을 바꾸는 거대한 역사적 수레바퀴를 맨앞에서 돌렸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주5일제를 통과시킨 본회의에서도 특별히 두 사람의 노고가 언급되고 박수를 받기도 했다.
세상에서 트랜스젠더가 가장 많이 살해되고 더 나아가 보우소나루 일파와 복음주의가 성소수자 존재를 거세하려는 도도한 파시즘 물결 앞에서, 되려 성소수자 정치인들이 브라질 전체 노동계급의 삶을 위해 투쟁하고 헌신하는 모습이라니.
기계공 출신의 룰라, 그리고 두 명의 성소수자가 브라질 역사에 주5일제라는 지문을 함께 찍은 것이다. 멋지다.
첫댓글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