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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화 나루의 결심
온 세상을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게 만들었던 여름에게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즉, 쌀쌀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여름을 덮어버리기 위해 찾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날 밤, 하숙집 옥상 위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듯한 이야기가 뚜렷이 들려오고 있었다. 짙은 어둠에 가려져서 시꺼먼 실루엣 두 명만 보일 뿐, 그들이 누구인지 밝힐 수가 없었다. 그들이 누군지 궁금한 탓일까? 검은 구름에 가려져 있던 달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빛을 내뿜어 그들을 향해 비추었다. 그 빛으로 인해 모습을 드러낸 두 사람. 그들은 태영과 나루의 커플 다음으로 이어져 두 번째로 생겨난 다정한 커플이었다. 바로 자한과 유리였다.
자한은 유리의 정성스러운 간호 덕분에 목에 난 상처가 많이 좋아져서 2주일 후에 퇴원했다. 그러나 상처는 많이 아물었지만, 성대가 파괴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영영 다정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유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과 그 사람의 관한 행동, 그 사람의 관한 내용이 나오면 쉽게 울음을 터뜨리는 마음이 약한 여자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두 사람은 옥상에서 하늘에 떠 있는 밝게 비추는 달을 보고 있었다. 바람이 약간 그들을 덮쳤지만, 그들은 오히려 그것들을 시원하게 받아드리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었다.
“우와, 반달이지만 너무나 참 밝죠? 그렇죠?”
-끄덕끄덕
옆에서 얌전히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자한은 말을 하지 못해 고개만 끄덕였다. 아직도 목이 아픈 것인지 목을 끄덕이는 것도 매우 힘들어 보였다. 그의 힘겨운 모습을 바라본 유리의 눈에 점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렇죠? 정말......정말 아름답죠? 흑흑......정......정말......아름답죠? 그렇죠? 오빠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는데......흑흑......오빠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미칠 것만 같아요. 참으려고 해도 참을 수가 없어요......흑흑......”
눈물을 약간 흘리면서 말을 하던 유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너무나도 슬프게 느껴진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옥상이라서 그런지 하숙집 식구들에겐 그녀의 울음소리가 잘 안 들린 모양인지 유리의 울음소리를 듣고 옥상으로 방문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아무도 올라와서 위로를 해줄 사람이 보이지 않아 더욱 더 슬펐다.
유리의 울고 있는 모습을 바라본 자한의 뒷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녀의 눈물을 열심히 닦아주면서 갓 태어난 아기를 재우는 듯이 그녀의 등을 토닥거렸다. 그러면서 입을 열심히 움직여 그녀에게 입모양을 표현했지만, 그녀는 울음에 집중한 탓이라 그의 입모양을 보지 않고 있었다. 자신의 의사소통을 밝히지 못해 답답해하는 자한은 자신의 왼손에 들고 있는 연습장을 펼쳤고,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검은 볼펜을 꺼내 열심히 적어, 울고 있는 그녀에게 건넸다. 그가 건네주는 연습장에 울음을 멈추고, 바라본 그녀는 연습장에 적혀있는 글을 자세히 읽고 있었다.
‘미안하다, 유리야. 내가 목을 소중하게 관리했다면 목소리를 아낄 수 있었을 텐데......이럴 줄 알았다면, 녹음기에 내 목소리를 녹음을 했어야 하는데......내가 목소리가 안 나오더라도 너에게 행복을 가져다줄게. 영원히 널 지켜줄게. 이런 한심한 날......이해해줄 수 있겠니?’
그의 따뜻한 마음이 들어있는 글을 자세히 읽은 유리는 자신의 손으로 눈물을 닦고, 양팔을 벌려 그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그도 역시 자신의 목을 끌어안아주는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당겨 따스함이 느껴지도록 꼭 끌어안아주었다.
“한심하다니요? 전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절대로 안 할 거예요. 저도 한심한 여자인걸요. 오빠, 사랑해요. 영원히 사랑해요.”
‘나도 널 사랑해.’
“이제 결혼도 했으니까, 영원히 곁에 있어줄 거죠? 저도 영원히 오빠 곁에 있을게요.”
‘당연한 말을 왜 하냐? 죽을 때까지 같이 있어야지.’
“고마워요, 여보. 저......괘, 괜찮으시면......같이 목욕 하실래요?”
‘뭐, 뭐?!’
그녀의 말을 듣고, 열심히 글을 써서 보여준 그는 매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게다가 목욕이라는 말에 첫사랑을 느끼는 여자처럼 얼굴을 심하게 붉히고 있었다. 이런 말을 꺼낸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와 친구들과 목욕을 했을 뿐, 남자와 목욕을 해본 적이 없어 얼굴이 장미꽃처럼 변했다. 부끄러운 말을 들은 이 커플은 실컷 당황하다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한참동안 웃던 이 커플은 손을 맞잡고, 집안으로 들어가 밖으로 나갔다. 아마도 이 둘은 목욕을 즐기려가는 거라 생각이 든다.
한편, 하숙집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는 곳에 위치한 극장에서 다정한 커플처럼 팔짱을 끼고 극장을 나온 태영과 나루. 그들은 결혼한 이후로 그들에게 어색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어색한 기운을 사라지게 만든 것은 결혼의 힘 덕분이다. 아무리 어색한 사이라도 진정한 사랑으로 이루어진 결혼을 하게 되면 어색한 기운은 다시 보긴 힘들 것이다.
극장에서 나온 이들은 배가 고픈지, 그들의 오른쪽에 위치한 포장마차로 들어가 매콤한 떡볶이를 시켜 뜨거운 김을 호호 불면서 먹고 있었다. 매운 떡볶이를 재주 좋게 먹고 있던 나루가 포크로 기다란 떡볶이 하나를 집어 태영의 입을 향해 내밀었다. 틀림없었다. 그 자세는 커플의 애정행각 중에 하나인 다정한 기술 중에 기술이었다.
나루가 내밀은 떡볶이를 잘도 받아먹는 태영은 자신의 포크로 떡볶이보다 더욱 더 긴 어묵을 돌돌 말아서 나루의 입을 향해 내밀고 있었다. 기다란 어묵을 돌돌 말아서 내밀어주는 것은 좀 무식하게 느끼지만, 나루는 오히려 기뻐하면서 조심스럽게 어묵을 받아먹었다. 이렇게 닭살스럽게 먹여주고 나니, 둘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실실 웃고 있었다.
-터억! 터억!
그때, 태영과 나루 앞에서 떡볶이를 돌보고 있던 30대로 보이는 아줌마가 도마에 싱싱한 대파를 놓고 식칼로 잘게 썰고 있었다. 그런데 잘게 써는 소리가 어찌나 크게 들리는지 저절로 공포감이 느껴졌다. 파를 써는 공포를 느낀 커플은 고개를 푹 숙이고, 얌전히 포크를 들어 떡볶이를 찍어 살짝 베물었다.
떡볶이를 다 먹고 난 두 사람은 건물과 돌아다니는 차들 사이에 위치한 도보를 걷고 있었다.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니, 정말로 재미있는 대화인 모양이다.
“자기야, 우리가 결혼한 지 얼마나 되었지?”
갑자기 결혼생활의 시간을 물어보는 그녀. 그녀의 말에 양손을 활짝 펴고 하나씩 접고, 피면서 기억하기 힘든 날짜를 일일이 다 세고 있는 신기한 남자. 한 30초라는 시간이 흐른 후에야 생각이 났는지 그는 입을 열었다.
“아마, 30년이 넘었을 걸? 우리가 오랫동안 살았긴 살았나보다.”
“헉, 벌써 그렇게 되었어? 아잉, 나 할머니가 되기 싫은데......”
“30년인데 할머니가 되겠냐? 아줌마는 이미 됐지만......”
“흠......그렇게 되었구나......이제 신혼 티가 벗어난 거라 이거지......”
자신의 오른손으로 턱을 받치면서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 나루. 그녀의 생각하는 모습은 전 세계에게 이로운 점을 전해주기 위해 생각하는 학자와 비슷하게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학자가 아닌 신혼 티에서 벗어난 평범한 주부라 전문적인 생각이 들지 않고, 앞으로 해야 하는 일만 생각이 나고 있었다.
그녀가 생각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본 태영은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게 하냐면서 그녀에게 질문을 던지자, 그녀는 턱을 받친 오른손을 내리고 그를 쳐다보았다.
“저......우린 더 이상 신혼부부가 아니잖아? 중년 티가 나는 부부라고. 알고 있지?”
“나이가 먹었으니까......그런 셈이지.”
“신혼 티를 벗어나고 나니까......갑자기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말인데......우리......아이 하나를 가질래?”
“아, 아이?!”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는 태영. 뿐만 아니라, 아이를 갖자는 말을 꺼낸 그녀도 매우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 1분 동안 말없이 걷기만 하던 태영의 나루가 힘겹게 꺼낸 결심을 들어주기로 하고, 여러 건물에 섞여서 위치하고 있는 5층짜리 모텔에 들어가 방을 잡았다.
같은 방에 들어선 태영과 나루는 말없이 한 침대에 마주 앉아있었다. 30년이 지난 부부지만, 아직도 많이 어색하고, 많이 부끄러웠다. 두 사람은 붉어진 얼굴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눈은 간신히 마주쳤지만, 가슴이 쿵쿵 뛰고 있어서 입도 제대로 벌릴 수 없었다. 자신의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던 태영은 침을 꼴깍 삼키고 손을 뻗어 나루의 어깨를 잡자, 그녀는 너무나 부끄러운지 몸을 덜덜 떨면서 고개를 살짝 돌렸다. 그녀의 어깨를 잡은 태영은 한숨을 크게 내쉬고,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당겨 안으려고 할 때, 나루는 양손을 뻗어 그의 가슴을 살짝 밀쳤다.
“미, 미안해......나도 모르게......결혼도 했는데, 이렇게 어색하다니......샤, 샤워하고 올게.”
태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나루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샤워실에 들어가 물을 틀었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소리가 조금 더 크게 들리면서 그의 마음을 자극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얌전히 침대에 누워 나루를 기다렸다.
10분이 지나자, 샤워실에서 문을 열고 나오는 그녀. 그녀는 흰색 모포로 자신의 벌거벗은 알몸을 가리고 있었다. 그녀가 차분한 발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가고 있을 때, 태영은 침대에서 일어나 샤워실로 향하고 있었다.
“미안해, 나루. 나도 좀 씻을게. 피곤하면 먼저 자. 알겠지?”
그의 말을 들은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기다리겠으니 천천히 하고 오라고 말하자, 그는 그녀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몸이 뜨겁게 느껴졌는지 찬물로 몸을 식히고 있는 그는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을 맞으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무엇을 곰곰이 생각하는 것인지 입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푹 숙이면서 몸을 씻고 있었다. 그는 얼굴이 붉어지는 동시에 갑자기 심장에 심한 통증이 저려왔다. 결혼한 이후로 잠잠해졌던 깊은 곳에 묻혀있던 심장병이 다시 발동을 한 것이다.
태영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몸을 말끔히 씻고, 목욕가운을 입고 샤워실을 나왔다. 방의 불은 이미 꺼져있었다. 너무나 깜깜해서 방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따뜻한 이불을 덮고 있는 새근새근 자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는 그녀가 깨지 않게 천천히 걸어가 침대 속으로 들어가자, 그녀는 추운 것인지 몸을 애벌레처럼 자꾸 움츠리다가 몸을 획 돌려 태영의 품속으로 깊게 파고들었다.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깜짝 놀란 태영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를 자신의 품속으로 끌어당겨 꼭 끌어안고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입안에 있던 두 개의 혀들이 서로 다른 입안으로 들어가 휘젓자, 둘은 금방 흥분되어버렸다. 자신의 마음속에서 뜨겁고, 달콤한 감정을 조절할 수 없는 것인지 둘의 입맞춤은 한 순간도 떼지 않고 계속 되었고, 갑자기 따뜻한 이불속에서 심하게 움직이는 장면이 나타났다. 아마도 그들은 자신들의 애정의 행동을 어느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건가보다.
이불속의 움직임이 멈추자, 둘은 식은땀을 흘린 채로 쓰러져 잠이 들어버렸다. 그런 순간에도 그는 그녀를 꼭 껴안았고, 그녀는 그의 품속을 파고들어 얌전히 그에게 몸을 맡기고 있었다.
첫댓글 내 생각해보니 조금 수정하시는게 좋을듯..(닭살이..)
뭐? 수정할 부분이 생겼어? 이상한 부분이 있냐?
-ㅁ-..청소년 시청금지령....[딱 굳음]
에? 내가 좀 강하게 썻나? 앞으로 소설을 쓸 때, 가려서 쓸게.
..-ㅁ-!! 오빠가 요즘 19금 소설을 쓰느것 같아!! [울먹]
미안하다.....나도 모르게......어쩔 수 없었어......장면에 너무 빠져가지고....
- - ..엄훠 [장면에 빠졌다아 - ?]
삭제된 댓글 입니다.
괜히 쓴 것 같군요. 앞으로 감추면서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