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가 끝나자마자 건강보험공단에 들러 어머니를 직장가입자에서 탈퇴시킨다.
어머니를 모시지 않은 죄인이 된 것처럼 맘이 찜찜하다.
민원인은 나 혼자인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국도를 따라 운전하며 황전면소재지 한우협회에 들러 고기를 두 종 산다.
순천 시내 강변도로에서 차가 밀린다.
순천에 사는 친구들 생각도 난다.
해가 지는 시각이 6시가 다 되니, 엊그제 벌교 제석산에서 보아 둔 별량 첨산에서
일몰을 보기로 한다. 맘이 바쁘다.
별량 소재지로 들어가니 첨산등산로 안내가 보인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신발을 바꿔 신으니 5시 50분이 다 되어간다.
뛰듯이 비탈을 올라간다. 뾰족한 첨산의 북쪽 능선이 그나마 길어 완만하다.
한번 가파르게 오르고 평탄한 능선을 잠깐 걸으니 험난한 등산로라고 안내판이 서 있다.
계단을 만들어 두고 철난간도 두었다.
바위 사이를 도니 순천만이 내려다 보이고 순천 시가지 뒤로 광양 백운산 줄기가 보인다.
시야가 시원하다. 바위를 더 감고 오르니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고 산마다 색깔이 다르다.
여자만은 작은 첨산에 조금 가리지만 별량 소재지 너머 들판 뒤로 바다가 또렷하다.
해는 이미 져 버렸다. 멀리 제암산의 뾰족한 임금바위가 보인다.
고흥의 팔영산은 봉우리가 하나로 보이고 바닷쪽의 우두산이 능선을 보여준다.
불이 켜진 골프장 뒤로 제석산과 두방산 줄기가 또렷하다.
조계산 쪽의 산줄기는 봉우리만 살짝 보인다.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넝쿨이 덮인 바위에 서서 사진을 부지런히 찍는다.
바보가 어디냐고 전화했다.
뛰어내려오기 시작한다.
차로 돌아오니 6시 20분을 지난다. 채 40분이 걸리지 않은 산에서 멋진 저녁 풍경을 만났다.
집에 오니 바보는 근무복도 바뀌입지 않고 저녁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