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밤부터 내리던 비는 어제 하루 종일 뜨락을 적시고 와중에 빗소리를 들으며 무한 추억여행을 실행한다.
그 추억 여행을 하자고 들면 반드시 음악이 함께 여야 하고 그 선율은 그 시절을 대표하는 곡 일 것 같아도 아니다.
오늘 필요한 음악은 두 승윤의 "빗 속에서"다.
음색 보다는 너무나 철학적이고도 인간적인 매력을 발동중인 이승윤의 "빗 속에서"는 자작곡이다.
그 속에 담긴 말로 헤아리지 못할 가사 하나하나는 정말 서서히 온몸으로 스며드는 노랫말이 압권이다.
내리는 비가 직선이 아니고 동그랗다니....이 무슨 발상의 전환을 그리도 심하게 했나 싶어도
멜로디를 따라 노랫말을 음미하다 보면 정말 비가 동그랗게 내리는 듯하다.
감히 따라가기 어려운 그러나 일상에서 느껴지는 사색의 결정판을 이승윤은 그의 노래에 담았다.
어느 노래를 들어도 무엇 하나 그냥 쓰여진 것이 없는 온 몸으로 자신이 겪어낸 사실과 기억과 추억으로
그의 노랫말과 곡에 자신의 색을 입혔다....하지만 오늘은 이승윤이 주인공이 아니다.
어제 하루종일 밤새운 날밤의 흔적을 온 몸으로 맞대응하며 비몽사몽.
개중에 날씨도 도와주는지 비바람 작렬....미뤄두었던 벚꽃 촬영은 물건너 갔다.
이 비가 끝나고 나면 그나마 전국에서 가장 늦게 핀다는 벚꽃이 휘리릭 꽃잎을 날리운 채
절정의 꽃날은 후두둑 사라져 즐겨야 할 날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말듯하다.
그러다보면 절정의 벚꽃을 기대하던 마음은 상심에 이르게 될 터
그저 눈으로 남겨진 흔적과 떨어진 꽃잎들을 보며 만족해야 할 듯 싶어 아쉽기만 하다.
촬영은 물 건너가지만 그래도 온전함은 아니었어도 나뭇가지에서 비바람을 견디고도 살아남은 벚꽃들에겐 박수.
어느 것이던지, 무엇이던지 스스로의 생존법과 자생력은 가당한 것이니까 말이다.
좌우지간 벚꽃이 떨어져 휘날림을 개인적으로 아쉬워 하기는 하나
그 비를 맞고 물을 올릴 다른 꽃들을 생각하면 그나마 위안이 되기는 한다.
세상사 이치도 마찬 가지 인 것 같다.
이 모든 것,또는 집콕상황이 절망인 듯 하여도 반드시 뭔가 대체되는 다름이라는 것이 희망처럼 떠오르기도 하고
대체될 또 다른 것이 불쑥 뛰쳐나오기도 하니까 그런대로 세상은 살만하다 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겠다.
어쨋거나 소소하게 혹은 여름날 장마비처럼 오락가락을 반복하며 내리는 비를 보자니
광풍같기도 했던 그러나 봄날의 연두같기도 했던 지난 날들 속에 쥔장과 세상 울타리를 함께 만들던 사람들이
하나 둘 기억나기 시작했다......불현듯, 정말 오래도록 잊고 살았던 장소와 얼굴과 이름들이다.
정말 빛나던, 온 세상이 오로지 쥔장만을 위해 돌아간다고 믿었던 시절의 공간과 시간 그리고 사람들.
그중에서도 광화문....뗄레야 뗄 수 없는 나의 알콜력을 증진 시킨 술과 사색의 응집처 그라운드.
"숲 속의 빈터"....개인 저장용 술을 키핑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알콜을 들이부었던 가장 멋진 공간이다.
그 공간의 매력과 장점은 숱하게 많은 문화 예술가들의 아지트라는 것이요
그들과 밤늦도록 인생을 논하고 어줍잖은 철학을 말하며 큰 소리 치고 그것도 부족하다고 어거지를 부리다가
그조차도 안되면 기어이 술의 힘을 빌려서라도 낯섬과 익숙함 속에 매몰되게 하는 그런 공간이다.
그곳에서 정말 많은 시절 인연들을 만났다.
애정하는 정말 진지하게 비슷한 시절을 지낼 수밖에 없었던 기억 속에서 가장 먼저 김ㅅ동 소설가
-그의 기억회로에 쥔장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가 떠오른다.
산속에서 속세의 대처로 내려와 갈 곳 잃은 어린 양처럼 비정한 세월과 맞대항하던....
하지만 우린 또 서로 의기투합을 할 핑계를 찾아내고 그 짜릿할 젊은 청춘의 덫을 함부로 풀어버리지 않도록
시간과 공간을 낭비하지 않으며 쓰기로 한다.
진지하게 삶을 논하지만 그 시절의 쥔장은 방송국 피디들과 한달치 수입을 술로서 쪼개며 날려버리던 철부지 였다.
하여 그와 나누던 참으로 다양했던 개똥 철학은 그야말로 순진? 하였던 승려 출신의 그를 당황시키는 것은 다반사.
그야말로 용감하다가도 어리석기 짝이 없었던 혹은 길길이 날뛰는 망아지 같았던 이제 생각하니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에 목숨 걸던 그야말로 쓸데 없는 자존심으로 방패막을 두른 새파랗던 시절.
그러나 나름 자신의 소신과 주관 그리고 자존감을 무너뜨리지 않으려고 발악을 하였던 그런 시절이기도 하다.
여자, 그야말로 여리여리 야리야리의 절정체 였던 그 시절의 쥔장을 상상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랬다.
남자들의 전쟁터 그중에서도 방송이라는 매체는 그야말로 극악스런 전쟁터였으면서도 매력적인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경쟁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으므로 어떻게 하던지 살아남아야 했다.
하여 출판사 편집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 일을 하던 쥔장은
대본을 쓰던, 게스트로 출연하던 그들의 방탄벽을 뜷기 위해 그야말로 고군분투하던 시절이었으나
그 시절에 그래도 스승같았던 혹은 숱하게 많은 동료애적인 사람들을 만난 기억과 추억이
어제 문득 떠올라서 잊혀졌던 시간여행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긴 했다.
주변인들, 어차피 직업상 문화예술인들을 만날 수밖에 없음이고 그 기억의 편린 속에 담겨진 많고 많은 사람들.
개인적으로 동종의 부류라는 것 만으로도 애정각을 세울 사람들 천지이긴 하다.
지금 생각만 해도 뿌듯하고 즐거운 기억들이다.
그중에서 소설가 김ㄷ리 선생님이 주셨던 차고 넘치던 애정은 정말 두고 두고 생각해도
참으로 과분한 사랑을 주셨던 분으로 각인되고 너무 예뻐하셨다는 것 때문에
그의 애정을 갈구하던 숱한 글쟁이들로 부터 애증의 눈초리를 가득 받아들이던 그런 시절이었음이나
너무 많은 추억들이 애증의 줄다리기도 하면서 나름 이름만 들어도 대가일 문인들과 함께 공존하기도 하고
나름 사랑턱으로 개인적으로는 소설가 김ㄷ리 선생님을 주례 선생님으로 모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어쨋거나 광화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소는 광화문 대로변 "숲 속의 빈터" 였음이나
노랫말은 "광화문 연가" 가 아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면 들어야 할 "빗 속에서".......이문세 버전이 아니라 새롭게 재편성 되어
한승윤의 커버곡으로 불려진 "빗 속에서" 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그 시각에 정말 절묘하게 이어폰을 뚫고 나와 귀를 간지럽혔다.
노래를 듣는 것은 다양한 방법을 요구하지만 눈과 귀와 음감을 죄다 작동하여 듣는 동영상 보다
때론 오로지 귀를 울리며 들려지는 노래가 아주 섬세하고도 미세함을 전달해주는 극치로서는 최고라는 생각을 한다.
그것도 스피커를 통해 그냥 허공으로 퍼지며 흐르는 멜로디 보다는 이어폰......
더더욱 음을 생생하게 아주 음의 전달을 잘 전달하도록 만들어진 이어폰을 꽂고 들으면 숨소리조치도 환상일,
그 음률이 가져다 주는 극치의 경지를 경험하게 될 터.
요즘 그 경험치를 살려 싱어게인 17호 무명가수에서 이름있는 유명가수로 전환된
"한승윤"의 매력적인 보컬에 잠식당하는 중이다.
쥔장이 음색장인이라 부를 정도로 참으로 다양한 매력 보컬이기도 하고 그의 색은 한가지로 정의되지 않아
개인적으로 "레인보우"같다는 말로 다채로움을 표현하고는 한다.
해서 이문세의 "빗 속에서"를 한승윤의 보컬로 들으며 잠시 그 선율에 집중해본다.
이어폰을 통해 들려지는 조근조근한 기타 선율 뒤로 "온종일 비맞으며 그대 모습을 생각해"라는 멜로디와 가사는
그래서 더더욱 기억이 추억을 부르는 계기가 되기도 했던 어제 한승윤의 "빗 속에서" 다.
그런 마음이 들 정도로 그의 보컬은 그야말로 절절하게 하나하나 폐부를 파고들면서도 아련하다.
"흐르는 눈물을 누가 닦아주나요" 라고 노래 할 때는 정말 노랫말처럼
이룰 수 없었던 그대와 나의 사랑 나랑을 다시 붙잡고 싶을 정도 였으나
그런 사랑, 사람이 있었나? 잠시 생각해 보았지만 그런 경우는 없었다.
그 시절의 숱한 남자들이 예뻐하고 그들이 좋아서 쫓아다닌 경우는 아주 흔하디 흔하게 많았지만
그 시절에도 자주독립적이기도 하고 스스로 자존감은 엄청나게 높았던지라
뭐든 선택은 "내가 한다"였으므로 그들이 되돌아보고 싶을지는 모를 일이나
내게는 그런 이룰 수 없었던 사랑은 없다는 말이다.
쥔장에게는 선택지 0순위 부터 5순위 까지 여섯명의 선택할 남자들에 대한 자료와 관련된 6인 6색의
결혼 대상자로서의 만든 리스트가 있었을 뿐....고로 선택은 쥔장의 몫으로 내게 허용된 것이기도 했다
남자들에게 기회를 준 것이 아니라 리스트에서 찾아낸 추론이 실제로 이어지는 선택으로 결혼을 해야한다 주의 였으므로.
그리하여 0순위, 지금의 서방과 결혼이라는 것을 했다.
70년에 만나서 지금까지 함께 한다는 것...그래서 0순위 이기도 한.
하여튼 무심하게 툭툭 던져지는 한승윤의 노랫말이 귀를 통해 들려지면
그시절 그거리를 온몸으로 느끼게 되고 숱하게 들락거리던 장소에서의 장면 장면이 연상되어서도
비 오는 날은 원곡자의 노래보다 결이 다른 "한승윤"의 보컬 음색이 더 잘어울린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쨋거나 어제 하루종일의 시간 속에서 다시 기억 속으로 들어온 많은 것들을 일단은 정리해 보았다.
아마도 하나씩 하나씩 보따리가 풀리는 시간이 올 것이다.
그 기억과 추억을 퇴색시키고 싶지 않아서도 저장고를 봉인해제 하는 그런 시점이 곧 오지 않을까?
더불어 비오는 날은 특히 한승윤의 "빗 속에서"를 유투브를 통해 들어보시길 권한다...
비가 자신을 부르지 않아도 꼭 한승윤의 보컬 음색을 느낄 기회를 가져보시라.
아마도 매력치를 저장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반하게 되는 시간이 오게 될 것이다.
첫댓글 두 승윤의 두 노래를 들어보지 않고는 줜장이 탄 타임머신에 동승할 수 없겠지만 같은 시간 다른 삶을 치열하게 살아냈다는걸 회상해 봅니다.
ㅎㅎㅎㅎ 그 시절의 치열함은
아마도 젊은 청춘들에겐 특권이 아니었을까 싶은.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