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차
가이드가 아침 9시에 데리러 온다고 하니 아침을 먹고 짐을 정리하고,
오늘은 차량이 두 대가 아니라 미니버스 한 대로 움직인다고 합니다.
차를 타고 마닐라 도시고속도로를 경유해서 인트라무로스로 향했습니다.
인트라무로스 안에 리잘공원, 산티아고요새, 마닐라대성당, 성 오거스틴 성당 등이 있는데. 리잘공원에 내려서 사진 몇 장 찍고, 마닐라대성당으로 가서 성당 내부를 구경하고, 4,500개의 파이프로 구성된 파이프 올간은 쳐다보기만 하고, 모조 피에타상의 예수님 손을 만져보기도 하고,
성당을 나와서 마차를 타고 인트라무로스 일대를 돌아보는데, 가이드는 말 타는 값을 내가 내야 하는 것처럼 슬쩍슬쩍 운을 띄우다가 내가 반응을 하지 않으니까 포기했고.
마부는 우리들이 한국 사람인 것을 아니까 계속 일본 욕을 해대고.
그래도 신나게 마차를 타고 30분 동안 인트라무로스를 돌아보았습니다.
다음으로 가야하는 곳은 가이드가 가장 기대하는 쇼핑.
어차피 쇼핑을 좀 해야 하니까, 또 진주를 “꼭” 사야하는 일행이 있어서 그냥저냥 따라갔습니다.
혹시라도 일행들이 별로 안 살까봐 100% 노니비누 20개 들이를 네 명이서 공동으로 사고 보니까 제법 쇼핑을 많이 하는 모습들.
그곳을 나와서 두 번째 쇼핑을 위해서 간 곳에서도 말린 망고 등등을 샀고,(나는 하나도 안 샀고)
이제 점심을 먹고 공항으로 가는 것만 남았습니다.
닭볶음탕(우리는 ‘닭도리탕’이라고들 흔히 말하는데 가이드는 꼬박꼬박 ‘닭볶음탕’이라고 말해서 좀 쑥스러웠습니다.
주방장이 분명 한국인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국식 닭볶음탕 – 사실 사흘 동안에 먹었던 모든 한국음식은 정말 ‘한국보다 더 한국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라도 연발을 하면 어쩌나 했으나 항공기는 정시에 출발 – 거의 정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했지요.
와이파이도시락이 만충전을 해도 2시간이면 방전이 되는 바람에 데이터로밍하지 말라고 큰 소리를 쳤던 나를 무색하게 만들고. 반납할 때 한 마디 했으나, 공항버스 막차를 탈 시간이 3분도 안 남아서 길게 말하는 것은 포기하고 버스에 승차.
그 과정에서 손 선풍기를 분실하고.
모두 집으로 가는 버스나 공항철도를 타기가 바쁘니까 서로 별다른 인사도 못하고 헤어졌습니다.
언젠가 한 번 모여서 점심식사를 하고픈 마음입니다.
*사실 일정을 변경해서 소화하기는 했지만, 아쉬움이 좀 남습니다.
이 여행사는 숙소가 호텔이 아니고 수영장이 좋은 리조트라는 바람에 덜컥 예약을 해놓았는데, 리조트가 마닐라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있고, 또 주변에 별다른 상가가 없어서 당일 마실 주류나 음료는 사가지고 들어가면 됐었지만, 밤 시간에 가벼운 쇼핑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것이 아쉽습니다. 내가 마눌이나 다른 사람들하고 여행을 할 때에는 주로 저녁부터 밤 시간에 숙소에서 나와서 쇼핑을 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그것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 불찰이었습니다.
일행들은 내가 수고를 많이 했다고 하는데 과분한 말이고, 사실 패키지여행에서 주선자가 할 일은 별로 없습니다. 논네들이라 비상약품을 좀 준비해 간 것이야 당연한 것이고,
항상 하듯이 여행이 끝나면 다음 여행을 생각합니다.
규슈 온천여행으로 할까, 아니면 싱가포르와 바탐을 다녀올까, 지금부터 구상에 들어갑니다. 물론 자유여행이지요.
첫댓글 밤늦게공항에도착.
막차를놓칠까봐 서두르다보니,
해단식도 못했네요.
해단식으로 한 번 모입시다.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