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모자의 원본]
빨간 모자는 페로의 이야기 중 가장 짧고 가장 유명한 이야기이다. 역사가들은 할머니와 빨간 모자가 둘 다 잡아먹히는 페로의 이야기 이전에 나온 판을 지금까지 발견한 적이 없다. 할머니를 잡아먹은 늑대는, 민속연구가들이 아동문학사상 가장 교묘하고 가장 유명한 문답 장면이라고 이야기한다. 찰스 디킨스는 빨간 모자가 자신의 첫사랑이었으며 어릴 때 그녀와 결혼하고 싶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그는 후에 ‘자신의 입맛을 별로 돋우지 못한 할머니를 잡아먹고 자신의 이빨에 대한 악랄한 농담을 한 후에 빨간 모자까지 잡아먹은 늑대의 잔인성과 교활함에 치를 떨었다’고 적고 있다.
많은 작가가 페로의 끔찍한 결말을 싫어했으며, 그 대신 자신들이 만든 다른 결말을 갖다 붙였다. 1840년에 나온 영국판에서는 ‘늑대에게 막 공격을 당하려는 빨간 모자가 비명을 질렀고 아버지와 다른 나무꾼들이 뛰어 들어와 그 자리에서 늑대를 죽였다’고 척혀 있다.
같은 시기에 프랑스 아이들은 다른 결말을 가진 이야기를 들었다. 늑대가 빨간 모자를 막 덮치려고 할 때 말벌이 유리창 틈으로 들어와서 그의 코에 침을 쏘았다. 늑대가 아파서 소리치자 지나가던 사냥꾼이 순간적으로 화살을 날렸고,
이 화살은 늑대의 귓구멍을 관통해서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다는 것이다. 이 동화의 여러 가지 판 중에 가장 소름 끼치는 이야기는 19세기 말 영국에서 나온 것이다. 이 판에 따르면 늑대는 할머니의 피를 병에다 모으고 아무 것도 모르는 빨간 모자에게 이것을 마시게 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모든 판본이 빨간 모자를 구하려고 애를 쓰지만, 할머니를 살리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페로보다 120년 후 그림 형제는 또 다른 이야기를 내놓고 있는데, 이것은 할머니를 살려주는 유일한 판본이다. 할머니와 빨간 모자를 먹은 늑대는 식곤증을 느껴 그 자리에서 바로 잠이 든다. 늑대의 큰 코골이를 들은 지나가던 사냥꾼은 집으로 들어가 벌어진 일을 추측하고 늑대의 배를 가위로 짼다. 빨간 모자는 ‘늑대 속은 너무 어두워!’라고 외치며 튀어나온다. 그다음에 지치고 헝클어진 모습의 할머니가 말없이 나온다. 그리고 늑대를 쫓아낸다.
민속학자들은 페로가 빨간 모자 이야기를 신문에 연재함으로써 영원히 사랑받게 하기 전에는, 이 이야기가 중세 초기부터 구전으로 존재해왔을 것으로 추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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