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대게를 팔았던 곳은 강릉시 금진리 금진항에서 였다.
금진리는 할머니 고향이다. 옥계면 금진리에서 옥계면 낙풍리로 시집을 오신 것이다.
어촌에서 농촌으로 오신 셈이다.
어릴 적, 내가 기억하는 금진항은 이렇다.
이면수가 엄청나게 잡혀서 금진항 어민들이 낙풍리에 팔려고 와서, 이면수 한 다라이를 쌀 반말 정도와 바꿔 간 기억이 있다.
이면수 값이 쌀값에 비해서 말도 안되게 쌋다.
낙풍리의 부농이었던 큰댁은 항상 금진항의 어물로 풍성했다.
금진항에는 진외가 고모가 산다. 그녀는 횟집을 했는데 놀러 갔더니 대게를 산더미처럼 쟁반에 담아와서 주는 거였다.
그때까지 대게가 영덕이나 울진에서만 나는 줄 알았다. 금진항에서도 난다는 소리를 듣고 그 때부터 대게를 팔았다.
엄청나게 싸게 사서 돈을 많이 벌었다.
더구나 5 월부터 11월 까지가 대게 금어기인데, 그때 잡어 그물에 대게가 걸리면 처치 곤란이었는데, 그것을 거의 꽁짜로 받아서 몰래 팔기도 했다.
그러다가 금진항 대게로는 내 판매량을 당할 수 없어 묵호항으로 옮긴 것이다.
고모는 금진항의 해녀다. 해마다 금진항 어촌계와 계약을 해서 바다 전체를 산다.
날씨만 좋으면, 2 월부터 바다에 들어가서 해초를 따 온다.
2월 한달 동안은 자연산 돌김이고, 3월부터 6 월 까지는 자연산 미역이다.
그리고 함께 따오는 것이 지누아리와 보리나물과 고리메다.
지누아리는 남해의 꼬시래기와 비슷한데, 더 단단하다. 대부분의 해초는 여름이면 다 녹는데, 지누아리는 딱딱해서 녹지 않고 일년 내내 버틴다.
말려서 고추장에 박아놓고 장아찌처럼 먹는다.
보리나물은 전형적인 봄의 바다 나물이다. 데처서 나물로 먹으면 산 나물 보다 훨씬 맛있다.
고리메는 돌김과 비슷한데 더 푸른 빛이 난다. 김과 같은 방법으로 말려서 먹는다.
그 중 최고는 아무래도 자연산 미역이다. 양식 미역과 자연산 미역은 완전히 다른 맛이다. 자연산 미역이 꿀이라면 양식 미역은 싸구려 설탕이다.
자연산 미역을 입안에 집어 넣으면, 그 부드러운 식감은 키스할 때 여자 입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침과 같다.
금진항에 있을 때, 그런 것들도 같이 팔았다. 돌김, 고리매김, 자연산 미역, 지누아리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