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楚汉志)1-004
모든 일이 척척 들어 맞는 것 같아서, 吕不韋의 꿈은 자꾸만 부풀어 올랐다.
"좋은 일은 빠를수록 좋다고 했으니, 내일은 공손건(公孙乾) 댁을 찾아가, 子楚라는 청년을
직접 만나 보도록 해야지. 姜太公이 西伯과 친해진 덕택에 제왕이 되었듯이, 나도 子楚를 잘만 이용하면,
王이 못 되리라는 법이 없지 않은가?"吕不韋는 가슴에 넘치는 꿈을 품고 아버지 앞을 물러 나왔다.
여불위에게는 본디 마누라가 세 명이 있었다. 남달리 精力이 절륜한 그는 세명의 마누라로도
오히려 부족할 지경이었다.그리하여 몇 달 전에는 장사차 楚나라에 갔다가, 일금 2백냥을 주고 ,
朱姫라고 부르는 열 여덟 살짜리 계집아이를 네번째의 爱妻으로 맞이해 왔다.
吕不韋는 그 아이가 얼마나 마음에 들었던지, 朱姫가 오고 나서부터는 다른 마누라 곁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따라서 며칠 동안 집을 비웠던 그의 발길은, 자기도 모르게 朱姫의 방으로 향하였다.
여불위가 애첩 주희에게 홀딱 반하게 된 데는 그 나름대로 남모르는 이유가 뚜렷하였다.
주희는 얼굴부터가 절세의 美人이었다.본디 옛날부터 남쪽 나라인 楚나라는 色郷이라고 일러 오지만,
주희는 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미인이었다.그 옛날 夏나라에는 妹喜라는 절세 가인이 있었고,
殷나라에는 달기(姐己) 라는 절세 미인이 있었고, 周나라에는 褒姒라는 경국지색이 있었다고
일러 오기는 하지만, 주희의 미모는 결코 그들에게 뒤질 것 같지 않았다.
겉으로 보는 미모도 미모지만, 朱姫는 살을 섞어 본 여불위가 아니고서는 아무도 모르는 뛰어난
신체적인 장점을 너무나 많이 갖추고 있었다.가령 그 중에 몇 가지를 예로 들어 본다면,
朱姫는 음모가 수풀처럼 무성하여, 남성으로 하여금 탐험욕을 왕성하게 하여 주었고,
수원이 얼마나 풍부한지 홍수가 날 지경이었으며, 음부가 유난스럽게 발달된 탓인지,
한번 빠지 버리면 정글처럼 자꾸만 빨려 들어 가기만 할 뿐이었다.
게다가 비록 나이는 어려도 음욕이 어떻게나 강렬한지, 하룻 밤을 꼬박 새우고 나도 오히려
불만스러워 할 정도였다.여불위는 지금까지 수다한 여성들과 정을 통해 왔지만, 朱姫와 같은 名器를
가진 여자는 한 번도 만나 본 일이 없었다.
그렇기에 吕不韋는 이날 밤도 마치 굶주린 매가 꿩을 덮쳐 안듯 주희를 마음껏 즐기면서,
문득 <사람 장사>라는 말이 머리에 떠 올랐다."네 물건이야 말로 天下에 일품이로다, 본전은
2백냥 밖에 안 들었지만, 값으로 치면 얼마나 호가해야 될지 모르겠구나" 하고 무심코 중얼거렸다.
그것은 물론 흥에 겨워 무심중에 중얼거린 농담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러나 다음순간 여불위는 자기가 지껄인 말에서, 기발한 착상이 번개같이 머리에 떠 올랐다.
"장사로는 사람 장사가 최고라고 했으니, 이 계집을 팔아서 子楚라는 청년을 사버리면 어떨까?"
여불위는 秦나라의 왕손인 자초라는 청년이 어떤 인물인지를 모른다.
그러나 자초가 어떤 인물이던 간에, 사내 자식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요, 사내 자식 치고
계집을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 아니던가?그가 누구든 간에, 朱姫를 한번 가까이 해본 남자라면
주희에게 빠져버리고 말게 될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吕不韋는 기나긴 밤을 마음껏 즐기고 나서, 다음날 아침 주희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이애야! 우리 두 사람이 짜고, 흐벅진 장사를 한번 해 보면 어떻겠느냐?" “장사라뇨 여자의 몸으로
무슨 장사를 하옵니까?" “네가 모르거든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알겠느냐? 하하하"
여불위는 주희가 알아 듣지도 못하는 말을 혼자 지껄이고 나서 통쾌하게 웃었다.
1-005편에계속
초한지( 楚汉志)1-005
*秦王孙 子楚
그로부터 2.3일 후 吕不韋는 太山名玉 한 쌍을 선물로 들고 大将军 公孙乾 집을 찾아갔다.
秦나라 王孙인 子楚를 만나 보기 위한 방편이었음은 말 할 것도 없었다.公孙乾은 吕不韋를 반갑게
맞아주며,"그동안 어디를 갔었기에 그렇게 얼굴 보기가 어려운가"
"장사차 이 나라 저 나라를 돌아 다니느라 문안을 자주 못 드려 죄송합니다."
그리고 太山明玉을 두 손으로 받들어 올리며, "이것은 楚나라에서 구해온 구슬이온데 물건이
제법 쓸 만 하기에 장군전에 선물로 가져왔사옵니다."공손건은 물건을 감상해 보고 아주 만족해 하며,
"이 사람아! 자네와 나 사이에 이런 것은 왜 가지고 다니는가?"
그리고 이내 하인에게 술상을 차려오라고 한다.
吕不韋는 술이 몇 순배 돌아가자, 公孙乾에게 다음과 같은 거짓말을 꾸며 대어 물어 보았다.
"조금 전에 장군 댁으로 들어오다가, 중간에서 낯선 청년 하나를 만났사온데,
그 청년이 누구이옵니까?"公孙乾은 한동안 어리둥절해 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아 子楚를 만났던 모양이구먼"“子楚요? 子楚가 누구입니까? "
“그 청년은 秦나라의 王孙인데 우리나라에 볼모로 잡혀와서 지금은 내 집에 유숙하고 있는 중이네"
“秦나라의 王孙이라면 저도 한번 만날 수 없겠습니까?" “그건 어렵지 않은 일일세.
지금 곧 이리로 불러 올테니, 맘대로 만나 보게"잠시 후 子楚라는 청년이 방안으로 들어오는데
나이는 갓 20세를 넘었을까? 체격은 왜소해도 제법 똑똑하게 생긴 청년이었다.
볼모로 잡혀 와서 안색이 몹시 초췌해졌으리라 싶었는데 그런 기색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 청년을 가지고 장사를 잘하면 한 평생 영화를 누릴 수 있을 터인데. 吕不韋는 속으로
그런 계산을 하면서 子楚에게 술잔을 공손히 내 밀었다.“전하에게 술을 한 잔 올리겠습니다.”
"고맙소!"子楚는 스스럼 없이 술을 받아 마신다.공손건은 그 광경을 보고,
"이 사람아! 천하의 巨商인 자네가, 볼모로 잡혀 와 있는 청년에게 그토록 머리를 숙일 건 없지 않는가?"
“아니옵니다. 아무리 연배가 어려서도, 大国 王孙에게 대한 예의만은 분명하게 지켜야 할 것이옵니다.”
불우한 처지에 있는 사람일수록 공대를 고맙게 여기는 법이기에, 여불위는 자초를 어디까지나
깍듯이 받들어 모셨다.얼마 후 공손건이 잠시 자리를 뜨자, 吕不韋는 얼른 子楚에게 자기집 주소를
적어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전하에게 긴히 여쭙고 싶은 말씀이 있사오니, 근일 중에 저의 집으로
한번 놀러 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자초는 고개만 기울일 뿐, 아무 대답이 없었다.
여불위의 집은 趙나라의 서울인 한단에서도 번화가에 있는 호화 주택이었다.
여불위는 집에 돌아온 그날로, 秦나라의 왕실의 내막을 소상하게 알아 보았다.
秦나라의 现王인 昭襄王은 병중에 있어서, 머지않아 죽게 될 형편이었다.
그가 죽으면 太子인 安國君이 王位를 계승하게 되는데, 太子에게는 여러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아들이
스물 세명이나 있었다.자초는 그 중의 한 명이었다. 그러나 정작 太子妃인 華阳夫人의 몸에서 태어난
아들은 한 명도 없으므로, 스물 세 명의 庶子 중에서 누가 왕통을 계승하게 될지는 미정이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子楚를 손아귀에 넣어 가지고, 그를 嫡嗣子로 册封하게 되면, 나는 대번에 秦 나라의
중신이 될 수 있을게 아닌가?
1-006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