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facebook.com/share/1Cb31rh2Zw/
--희한한 경찰. 웃기는 판사. 이상한 보호자 --
"의료 사고" 라는 걸,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범죄로 생각하는 현재의 '상식'은 잘못된 것이다. 의료에선 항상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길 수 있는 게 사실인 것이다. 특히 필수 의료, 또 응급/중증 의료에서 더더욱 그렇다. 의료를 시민들이 무슨 버튼 누르고 동전 넣으면 나오는 커피 자판기처럼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너무 말이 길어질 수 있으므로, 지난번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실 사고로 한정해서 얘기해 보련다.
현대 의학의 발달로 전근대 사회와 결정적으로 달라진 것은 뭔가? 영아 사망률, 출산 사망률이다. 옛날에는 낳은 아기의 30%가 한 살이 되기 전에 죽었다. 5세가 되기 전에 죽는 아이는 50%에 달했다. 괜히 백일잔치 돐잔치를 연 게 아니다. 출산 중 사산도 흔했고 뇌성마비나 기타 장애 등도 엄청나게 많았다.
지금은 그런 일을 사람들이 용납을 못한다. 신생아나 영아가 죽는 걸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미국도 1000명당 영아 사망률이 5~6명이다. 전근대 사회와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을 이룬 것이지만, 그래도 신생아, 영아들은 원래가 면역적으로 취약하고 예측하지 못할 만큼 빠르게 악화되곤 한다.
지난 7월 15일 아주대 소아 응급센터. 4개월 영아 사망 사건을 떠올려 보자. 심정지 상태의 4개월짜리 영아가 응급실에 들어왔고 60분간 심폐소생술을 했는데도 영아가 사망했다.
보호자가 (외국인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그게 이 사건의 핵심은 아니다) 112에 곧바로 의료진을 신고했다고 한다. 곧 형사 2명이 응급실에 들어오고 10분이 채 안 돼서 과수대 경찰관 3명이 추가로 진입했다.
형사들이 의료진을 면담했고, 과수대 경찰관은 소생실에 들어가 현장을 촬영했다.
센터장 왈, 형사들이 간호사/의사들 등 의료진을 범죄자 취급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조사 덕분에 약 40분간, 대기중인 응급환자들 진료에 차질이 생겼다고 했다.
거기까진 그렇다 치자. 중요한 건 약 2주 후인 7월 30일에 응급센터에 압수수색이 들어왔던 데 있다. 당시에도 (아주대 응급센터는 원래도 난리 난릿속인데) 거길 경찰이 들어와 1시간 30분간 컴퓨터를 확인하고 간호파트장도 별도 공간으로 불러내서 1시간동안 자료 등 요청에 대응해야 했다고 한다.
경찰측 설명으로는 압수수색이 17분만에 종료됐다고 했는데, 응급센터쪽 얘기와는 많이 다른 것이다. 경찰은 증거 위/변조 우려가 있어서 강제 수사가 불가피했다고 했다.
센터장이 울화통을 터뜨리면서 한 얘기는, 수사를 한다면서 응급실 진료를 방해하거나 치료를 중단시키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의료 전문 변호사들은 이렇게 말한다. "응급실 현장 특수성을 반영한 수사 준칙을 마련해야 한다." 즉 응급실을 압수수색을 한다는 건 다른 데와는 좀 다르게 해야 맞지 않냐는 것이었다.
이 황당무게한 사건을 접한 나의 생각은 아래와 같다.
1) '영장'이라는 건 자발적인 조사 요청에 협조 않는, 범죄 의혹이 높은 자들에게 강제적으로 수사하는 방식이다. 근데 아주대를 수사 나온 경찰은 이상하다. 왜 자료의 임의 제출 요청도 않고 영장부터 쳤을까? 형법의 기본 원칙은 "피의자의 유죄가 입증될 때까지는 무죄추정"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안 그래도 지옥도나 마찬가지로 복잡한 소아 응급센터에 "유죄를 추정"하고 압수수색 영장부터 때린다는 건 무슨 짓일까?
2) 아무도 얘기 안하고 있는, 더 이상한 부분은 이런 영장을 승인해 준 판사가 있다는 점이다. 내가 보기에 이 사건에서 제일 이상한 사람은 이 판사 양반이다. 소아 응급실이라는 데가 어떤 덴지 아예 관심도 없는가본데 그건 그렇다 치고, 의료기록이 요즘은 전부 전자 챠트로 돼 있어서 사실상 위 변조가 불가능하다. 영화에서 나오는 무슨 해킹을 해서 막 그걸 조작할 지 모르니까 압수수색하겠다 쳐도 이미 14일이 지난 다음이다. 그때 들어가서 무슨 압수수색이란 말인가? 황당한 경찰에 황당한 판사였다.
3) [아이가 죽으면 의사의 과실이다. 따라서 의사는 형사 처벌받아야 한다]??? 이 명제를 증명하려면 수많은 것들이 명확해야만 한다. 의사는 신이 아니고, 아이들은 빠르게 악화될 수 있고 굉장히 예민하다. 불쌍하게 먼저 간 아이가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라 해도, 그걸 법으로 형사적으로 누군가를 잡아서 쳐넣는다고 애가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의사를 자꾸 잡아 쳐넣으면 한국의 영아 사망률은 더 낮아지고 개선되는가? 응급실을 압수수색하고 체포영장 치고 이렇게 박살을 내놓으면 한국의 응급의료 체계는 업그레이드되고 더 좋아지는가?
법이 있는 이유는 결국 시민들을 더 잘 살게 만들려는 것 아닌가? 아주대 병원 사건은 상식도 없었고 법의 공정성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