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값 뛰자 ‘1000원 잔술’ 몰리는 MZ
음식점서 1병 6000원… 또 들썩
잔술 파는 곳 젊은 손님 많아져
‘1병 2000원’ 고깃집 등 싼집 공유
“1인가구 늘며 MZ 술문화 확산”
3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노포 식당에서 막걸리 한 잔과 소주 한 컵(잔)을 각각 ‘1000원’에 잔술로 판매하고 있다는 안내 문구. 이채완 기자
“요즘 술값이 비싸서 그런지 소주 한 잔씩 사 먹는 젊은 사람들이 부쩍 늘었어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역 인근 식당.
소주 한 잔을 1000원씩에 판매하는 이 식당 직원 문모 씨(69)는 “최근 들어 소주를 한두 잔씩 먹고 가는 젊은 손님이 많아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일대는 어르신들이 주로 모이는 지역이지만 술과 음식 가격이 저렴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고물가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자주 찾는다고 했다.
요즘 주류 가격이 오르면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은 잔술을 팔거나, 일정 시간 주류 무제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당 등 저렴하게 술을 마실 수 있는 방법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공유하는 모습이다.
● ‘술값 싼 곳’ 몰리는 MZ세대
지난해부터 꾸준히 물가가 오른 탓에 이제 시내 음식점에선 소주 한 병에 5000∼6000원, 맥주 한 병에 6000∼7000원을 받는 곳이 많다. 그런데 최근 주류 업계가 다시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식당 판매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맥주 시장 1위인 오비맥주는 지난달 11일부터 카스와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6.9% 올렸다. 또 소주 업계 1위 하이트진로는 이달 9일부터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 출고가를 6.95%(80원) 올리기로 했다.
출고가는 제조사가 도매업자에게 넘기는 가격이다. 오른 출고가가 반영되면 식당에서 소주는 병당 6000∼7000원, 맥주는 병당 7000∼8000원으로 파는 곳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MZ세대 사이에선 유튜브와 SNS 등으로 술값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하우가 전수되고 있다. 잔술을 파는 종로3가 식당 사장 이모 씨(57)는 “수십 년 전부터 잔술을 팔았는데 몇 년 전까지 젊은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며 “최근엔 ‘유튜브에서 보고 왔다’는 청년들이 전체 손님 중 절반 이상”이라고 했다.
● 콜키지 프리 식당도 인기
술을 싸게 파는 식당도 인기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직장인 최모 씨(29)는 소주와 맥주를 각각 2000원에 판매하는 고깃집을 매달 한 번 이상 찾는다. 최 씨는 “다른 곳에서 소주와 맥주 한 병씩만 시켜도 최소 1만 원이 넘는데 여기선 4000원이면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인터넷에는 고기를 시킬 경우 소주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식당, 일정액을 내면 2시간 동안 무제한 술을 마실 수 있는 식당 명단 등이 돌고 있다. 직접 술을 사서 가져가 추가 비용 없이 마실 수 있는 ‘콜키지 프리’ 식당 리스트를 공유하기도 한다. 대학생 한모 씨(23)는 “요즘 식당 술값이 너무 비싸다 보니 콜키지 프리 식당 리스트를 보면서 외식할 장소를 찾는 것이 보통”이라고 했다.
외식을 하거나 술집을 찾는 횟수를 줄이기도 한다. 대학생 오경원 씨(23)는 “술값이 너무 비싸다 보니 9월 개강 후 한 번도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신 적이 없다”며 “동기들과는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서 공원에서 얘기하며 한 캔 마시는 정도”라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각자 술을 즐기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고물가 시대가 이어질수록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저렴하게 술을 즐기는 문화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채완 기자, 정서영 기자, 임재혁 인턴기자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