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楚汉志 )1-006
秦王室의 유동적인 상태가, 吕不韋에게는 크게 고무적이었다.
활약 여하에 따라서는, 子楚를 王通 계승자로 만들 수 있는 소지가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자초를 그렇게 만드는 데에는, 몇가지 불리한 조건이 있었다. 첫째는, 子楚의 生母는
자초를 낳은 뒤, 太子에게 미움을 사서 궁궐 밖으로 추방을 당했다는 사실이고,
둘째는, 子楚 자신이 趙나라에 볼모로 잡혀 와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런 사실만으로
실망할 吕不韋는 아니었다. 객주 집에서 만났던 70객 老人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열린다"
고 하지 않았던가.노력 하기에 따라 세상에는 不可能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닌가?
吕不韋는 마음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子楚가 자기집에 찾아 주기만을 고대하고 있었다.
子楚가 吕不韋의 집으로 찾아온 것은 그로부터 10여 일 후의 일이었다.
여불위는 술상을 차려 놓고, 마주 앉아 융숭히 대접하며 자초에게 말한다.
"전하는 지금은 비록 이 나라에 볼모로 잡혀 와 계시기는 하오나, 언젠가는 故国에 돌아가셔서
王通을 이어 받으셔야 할 것이 아니옵니까?."자초가 서글픈 웃음을 지으며 대답한다.
"나는 언제 故国에 돌아 갈 수 있게 될지 아득한 일이오. 게다가 나에게는 형제가 23명이나 있어서,
왕위 계승권이 나에게는 좀처럼 돌아 오지 않을 것이요" “전하는 무슨 그런 딱한 말씀을 하시옵니까?
형제가 비록 23명 이라고는 하지만, 태자비인 華阳夫人에게는 친 아들이 한 명도 없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노력여하에 따라서는, 전하께서도 얼마든지 왕위 계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 옵니다.
전하께서 만약 그런 뜻만 계시다면, 제가 사력을 다해 전하를 도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子楚도 평소에 생각해 오던 바가 있는지라, 여불위가 부추기는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王子로 태어난 몸이니, 어찌 왕위에 무관심할 수가 있겠소. 그러나 나는 볼모로 잡혀와 있는 몸,
언제 고국에 돌아가게 될지 그것부터가 문제요. 그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찢어지게 괴롭다오.”
여불위는 子楚가 大望을 품고 있음을 알고, 크게 기뻐하며,
“고국에 돌아가시는 것은, 수단 여하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옵고,
무엇보다도 시급한 일은 전하가 華阳夫人에게 적사자로 인정을 받으시는 일이옵니다.
화양부인에게 당사자의 자리를 인정만 받으시면 왕위 계승권은 자동적으로 올 것이 아니 옵니까?”
"나도 그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오. 그러나 여기에 있어 가지고는, 지금은 불가능한 일이오"
“자고로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이 있사옵니다. 더구나 이런 일에는 깊은 계략과 많은 자금이
들어야 하므로, 전하께서 용납해 주신다면, 제가 모든 지략과 전 재산을 기울여 힘써 보도록 하겠읍니다.”
“그러자면 당신이 秦나라에 직접 갔다 와야 할게 아니오?”
“물론이지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직접 뛰어들어야 합니다.”
자초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는지,"도데체 당신은 무엇 때문에 나를 위해 애를 쓰겠다는 것이오"
하고 묻는다.吕不韋는 크게 웃으며 대답한다."전하께서 잘 되셔야만 저도 잘 될 것이 아니옵니까.
전하를 위하는 것은 곧 저 자신을 위하는 일이 옵니다. 전하께서 왕위에 오르시면,
설마 저의 은공을 모르신다고는 아니하실 것이 아니옵니까?"자초는 그제서야 납득이 가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만약 나를 왕위에 오르게 해 주면, 당신을 宰相에 봉할 뿐만 아니라,
대대손손이 부귀와 영화를 누리도록 해 드리겠소이다."“고맙습니다 그 말씀, 잊지 마시옵기를
바라옵니다.” 그리고 현금 일천 냥을 자초에게 내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저는 일간 秦나라로 가서 꼭 성공하고 돌아 올 터이니 전하께서는 저가 없는 동안에
이 돈을 가지고 이 나라의 귀인들과 친교를 깊이 맺어 두도록 하시옵소서. 앞으로 큰 일을 도모 하려면,
귀인들과 친분을 두텁게 해 둘 필요가 있사옵니다.”"알겠소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이 일이 성공되면
그 은공은 죽도록 잊지 않겠소"굳은 언약이 성립되자 여불위는 秦나라로 떠 나기 위해,
그날부터 많은 보물을 사 모았다. 큰 일을 성공시키려면 많은 뇌물을 써야 하겠기 때문이었다.
1-007편에 계속
초한지(楚汉志) 1-007
*華襄夫人
자초를 화양 부인의 嫡嗣子(적사자)로 만들려는 커다란 꿈을 안고 여불위가 秦나라의 수도인
咸阳으로 달려간 것은 그로부터 달포 후의 일이었다.
그러나 태자비인 화양 부인을 직접 만나 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행히 함양에는 평소부터 상거래를 해오던 정자장이라는 자별한 부자 친구가 있었다. 여불위는
정자장을 찾아가 보석 상자를 내주며 말한다. "나는 조나라에 계신 자초 공자의 밀서를 가지고
태자비를 만나 뵈려 왔는데 어떡하면 화양 부인을 만나 뵐 수가 있겠소?"정자장이 대답한다.
"그건 어렵지 않은 일이오. 화양 부인의 남동생인 阳泉君은 나와 막역한 친구니까,
그 친구에게 부탁하면 화양 부인을 어렵지않게 만날 수 있을거요.
자네가 꼭 필요하다면 양천군을 내일이라도 소개해 주리다".이러하여 양천군을 쉽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여불위는 양천군에게 자기 소개를 자세히 하고, 곤륜산에서 나온 白玉 한 쌍을 주면서
"저는 자초 공자의 밀명을 받고, 태자비를 만나 뵈러 왔습니다"
“자초 공자가 무슨 용무로 태자비를 만나 뵈라고 하더란 말인가?”
“밀서를 써주면서, 그 밀서를 아무도 모르게 태자비에게 직접 전하고 오라는 분부이셨습니다."
“태자비에게 밀서를 전해 달라구?.....”양천군은 고개를 기울여 보이며,
“당신은 자초 공자와 그렇게도 친하게 지내는 사이요?”하고 묻는다.
"자초 공자는 불우한 처지에 계신 관계로, 틈만 있으면 저의 집에 놀러 오셔서 저를 형제처럼 믿고
항상 자기 신세를 개탄하시옵는데, 공자께서 자모이신 華阳夫人을 사모하시는 효성은 그야말로
눈물겹도록 간절하시옵니다.
모르면 모르되, 밀서의 내용도 아마 그런 실정을 토로하신 글월이 아닌가 싶사옵니다".
“음..... 그래요? 그런 편지를 가져 왔다면 내일쯤 태자비를 만나게 해 드리기로 하지요.”
여불위는 기회를 이용해 이렇게 물어 보았다."화양 부인에게는 아들이 몇 분이나 계시옵니까?"
"왕자가 많기는 하지만, 자기 자신이 낳은 아들은 한 명도 없다오".
그 말에 여불위는 짐짓 놀라 보이며,"친아들이 없으시다면, 노후를 누구에게 의탁하실 것이옵니까.
지금이라도 현명한 왕자 한 분을 嫡嗣子로 선정하시어, 노후에 대비하셔야 하실 것이옵니다".
양천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그렇잖아도 나 역시 그 문제 때문에 속으로 걱정을 하고 있다오".
하고 말한다.여불위는 내친 김에, 양천군에게 이런 말도 하였다.
"자초 공자는 화양 부인에 대한 효성이 하도 극진하셔서,<화양 부인은 나의 생모는 아니오.
그러나 어려서부터 생모를 모르고 화양 부인의 품속에서 자라 왔기 때문에, 네게는
화양 부인이야말로 생모 이상으로 고마운 어머님이라오.>하고 말씀하시면서 노상 눈물을
흘리신답니다.자초 공자의 효성은 그토록 극진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제 만약 그분을 제쳐 놓고
다른 아드님을 적사자로 선정하신다면, 먼 훗날 화양 부인은 太后의 지위도 다른 분에게
빼앗길 염려가 있을 것이 아니옵니까?"양천군은 한숨을 쉬며,
"경우에 따라서는 그렇게 될 수도 없지 않겠지요. 어쨌든 내일 태자비를 만나게 해 드릴 테니
편지와 아울러 자세한 사정을 직접 말씀 드리도록 하오."
다음날 여불위는 양천군과 함께 대궐로 들어가, 태자비인 화양 부인을 직접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여불위는 화양부인에게 큰절을 올리고 夜明珠, 照颜珠,温凉盞 등의 진귀한 선물과 함께
자초의 편지를 내놓으면 품한다. "이 편지와 선물은 모두 자초 공자께서 보내시는 것이옵니다."
화양 부인은 양천군을 통해 대강 말을 들었는지라, 편지와 선물을 받으며 눈물부터 흘린다.
"남의 나라에 볼모로 잡혀 가 있는 철없는 자초가, 이 에미를 그토록 그리워하고 있는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이즈음 자초의 건강은 어떠하오?""마음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오나, 그보다도
어머님을 그리워하는 심정으로 하루도 눈물 마를 날이 없으시옵니다."
"그 고생 중에도 나를 잊지 않고 이런 편지와 선물까지 보내 주어,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모르겠구료."
화양 부인은 너무나 감격스러워, 남편인 安国君을 그 자리에 모셔다가 여불위를 소개하며 말한다.
"자초가 조나라에 볼모로 잡혀 가 있으면서, 편지와 이런 선물까지 보내 주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이요."太子 安国君도 아내의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무슨 사연인지, 편지를 어서 뜯어 보오."
말할 것도 없이,그 편지의 사연은 여불위가 꾸며 쓴 내용이었다.
1-008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