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올림픽 앞둔 프랑스 파리… “빈대 출몰하자 집까지 팔아”
[위클리 리포트] 빈대 방역 현장 동행취재
해외에서 벌어지는 ‘빈대와의 전쟁’ 살펴보니
“빈대에 너무 시달리다가 살던 집까지 팔아버린 프랑스인 친구도 있어요.”
프랑스 파리에서 23년째 살면서 여행가이드를 하는 이모 씨(53)는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빈대에 시달리는 현지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이 씨는 “여행객들을 차에 많이 태우고 다니다 보니 혹시나 해서 주기적으로 빈대 퇴치용 약품으로 차량 내부를 소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7월 올림픽 개최를 앞둔 파리에선 올 8월부터 본격화된 ‘빈대와의 전쟁’이 현재진행형이다. 초기엔 파리시와 프랑스 정부가 “신고 사례 중 빈대가 발견된 경우는 없었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지만 실제로 기차나 영화관 등에서 빈대에 물린 사례가 나타나면서 비상이 걸렸다.
영국 런던교통공사는 프랑스발 빈대 유입을 막기 위해 유로스타 등 대중교통 방역 작업을 매일 벌이고 있지만 빈대를 막진 못하고 있다. 영국에서 올 2분기(4∼6월) 빈대 감염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늘어난 것으로 보고됐다. 지속적 피해를 야기하고 박멸이 어려운 빈대가 늘자 아비바, 악사 등 대형 보험사들은 주택 보험 보장 항목에 빈대로 인한 피해 등을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빈대는 사실 유사 이래 인류와 공생해 온 곤충이다. 국내에선 40여 년 전 공중위생이 개선되면서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어졌는데, 최근 프랑스와 영국을 비롯해 유럽과 미국 곳곳에서 빈대의 발견이 늘고 있다. 유럽과 미국 내에선 ‘공중보건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빈대가 증가하는 이유로 살충제에 내성을 갖게 됐다는 점을 꼽았다. 이시혁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는 “그동안 전 세계에서 빈대를 퇴치할 때 포유동물에 대해 독성이 낮은 살충제의 한 종류(피레스로이드계)만 사용해왔다”며 “세대 주기가 짧은 빈대가 진화에 성공해 살충제에 대한 내성을 습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내성을 가진 빈대는 일반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등에서도 광범위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올 6월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국제공항에서 빈대가 발견돼 3주간 게이트 3곳을 폐쇄한 뒤 방역 작업을 이어갔다. 이달 1일 영국 런던의 한 도서관에서 빈대가 발견돼 도서관이 잠정 폐쇄되기도 했다.
주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