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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첨가물 MSG의 유해성 주장은 근거없다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합법적으로 사용을 허가한 식품첨가제 MSG(L-글루탐산소듐)에 대한 엉터리 정보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MSG는 우리 식약처를 포함해서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서 안전성을 분명하게 인정하고 있는 합법적인 식품첨가물이다. 상식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전문성을 앞세워 엉터리 정보를 확산시키는 자격 미달의 전문가, 노이즈·공포 마케팅으로 부당한 이익을 챙기려는 부도덕한 식품 기업, 선정적인 보도를 일삼는 무책임한 언론을 경계하기 위한 소비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식약처의 확실한 법적 조처와 부당하게 비난을 받고 있는 식품기업의 적극적인 대응도 있어야 한다. 언론도 사회적 책임을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
▲ 식약처가 식품위생법에 따라 고시한 식품첨가물공전.법률에 따라 지정된 식품첨가물
‘식품첨가물’은 단순히 공장에서 식품을 가공하는 과정에 첨가하는 물질이 아니다. 식품첨가물은 식품위생법 제7조 1항에 따라 식약처가 국민의 보건을 위해 제조·가공·사용·조리·보존 방법에 관한 기준과 성분에 관한 규격을 구체적으로 밝혀 고시한 경우를 말한다. 식약처가 고시하지 않은 식품이나 식품첨가물은 제조·수입·가공·사용·조리·저장·소분·운반·보존·진열이 금지되어 있다.
우리만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식약청(FDA), 일본의 식약청, 유럽연합 식품안전국(EFSA) 등이 모두 식품첨가물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고,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식량기구(FAO)도 전문가위원회를 통해서 식품첨가물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기준(CODEX)을 제시하고 있다. 모두가 소비자의 보건·위생을 지켜주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다. 식품첨가물의 관리에 대한 국제 협력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허가하지 않은 물질을 우리만 식품첨가물로 인정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모든 식품첨가물이 위험하다는 인터넷과 일부 언론의 일방적인 주장은 국회가 정한 법률에 따라 가공식품의 생산과 유통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 우리의 제도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황당한 것이다. 법치 사회를 표방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그런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무책임한 인터넷과 언론의 정보 때문에 식약처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욱이 식품첨가물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미 합법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식품첨가물이라고 하더라도 국민 보건에 문제가 되는 새로운 과학적 근거가 밝혀지거나,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이유로 거부감을 갖게 된 경우에는 식품첨가물의 고시를 수정하기도 한다. 1962년 이후 지금까지 우리 식약처가 식품첨가물로 지정했던 440여 품목 중 지정이 취소한 품목이 30여 개에 이른다.
▲ 조선일보 DB.식품첨가물 MSG의 유해성에 대한 오해
1908년에 일본 동경대학교 화학과의 교수였던 이케다 기쿠나에에 의해 처음 개발된 MSG는 전 세계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식품첨가물이다. 우리가 MSG를 좋아하는 것은 공연한 일이 아니다. 글루탐산은 우리 몸에 들어있는 20종의 아미노산 중에서 14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성분이다. 글루탐산은 신경전달물질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DNA에 들어있는 유전 정보에 따라 합성되어 우리 몸의 생리작용을 정교하게 통제하는 호르몬이나 효소로 활용되는 단백질의 구성 성분으로도 활용된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우리의 혀와 장(腸)에는 글루탐산의 존재를 확인하는 G-단백질 결합수용체(GPRC)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단맛의 포도당이나 짠맛의 소금과 마찬가지로 우마미(旨味)의 MSG도 우리의 건강에 꼭 필요한 물질이라는 진화적 증거인 셈이다.
그런 MSG가 우리 사회에서는 공장에서 인공적으로 합성된 ‘화학’ 조미료 또는 ‘인공’ 조미료로 잘못 알려졌다. 1993년에 같은 우마미 맛을 내는 핵산계 조미료를 내놓았던 기업이 광고에서 사용했던 표현 때문에 굳어진 인식이었다. 실제로 1994년 1월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그런 표현이 잘못된 것이라고 분명하게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조차 잘못된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에 MSG를 ‘발효’ 공정으로 생산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표현에 신중하지 못한 일부 전문가·기업·언론에 의해 굳어진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으려는 것이다. 발효와 식품의 안전성은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다. 식품의 광고에 ‘자연’이나 ‘천연’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보건사회부의 1983년 시정권고도 잊지 말아야 한다.
▲ 조선일보 DB.식품 전문가의 사회적 책임
소비자들이 식품의 안전성과 기능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식품 전문가들이 소비자의 그런 관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에게는 무거운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과학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필요 이상으로 강조하거나, 자신의 주장에 맞는 결과만을 선택적으로 강조하는 일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 수많은 화학 성분이 포함된 식품에서 특정 성분만을 선택해서 기능성이나 유해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그렇다. 두부에는 레시틴이라는 단백질만 들어있는 것도 아니고, 레시틴이 어린이의 두뇌 발육에 좋다는 과학적 근거가 확실한 것도 아니다.
MSG의 유해성에 대한 과학적 주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양을 투여한 것으로 확인된 실험의 결과를 인용하면서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된다’는 식의 황당한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동물 실험의 의미를 지나치게 과장하는 것도 금물이다. 유해성에 대한 논문만 선택적으로 강조하는 것도 잘못이다. MSG의 유해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결론을 밝힌 논문이 2천여 편에 이른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혀주어야 한다. 우리 식약처를 비롯한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식품안전관리기관이 유해성을 주장하는 논문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식의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른 어처구니없는 것이다. 특정 기업의 광고를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과도하게 비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소비자들이 MSG에 대한 공연한 불안을 떨쳐버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우마미(감칠맛)를 즐기도록 해주는 것이 식품 전문가의 역할이다. 물론 경제적·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경우에는 멸치와 다시마를 이용한 천연 육수의 맛을 즐겨도 좋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대량으로 생산된 MSG를 먹을 수밖에 없는 어려운 이웃이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값싸게 만든 음식을 나쁜 것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MSG를 마구 먹어도 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과식과 편식은 절대 좋지 않다는 것이 동서고금의 명백한 진리라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한다.
필자 약력 - 이덕환
서강대 교수 E-mail : duckhwan@sogang.ac.kr 서울대학교 화학과(1977)와 서울대학교 대학원(1979)을 거쳐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이학박사(1983)를 받았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연구원(1983-1985)을 거쳐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1985-현재)로 재직하고 있다. (사)대한화학회 회장(2012)을 거쳐 현재 (사)대한화학회 탄소문화원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론화학 및 과학커뮤니케이션이 전공이다. 대한민국과학문화상(2006)과 과학기술훈장 웅비장(2008)을 받았다.
저서 및 역서에는 이덕환의 과학세상,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등이 있다.
출처 : 조선일보 2014.11.12 (교육 & 과학 > 과학ㆍ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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