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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귀향(歸鄕)
중학교 3학년인 딸아이 로아가 지난 6월 11일에 이 세상을 떠나 본향(本鄕)으로 돌아갔습니다. 우리 나이로 열여섯 살, 흔히 이팔청춘(二八靑春)이라 일컫는, 가장 꽃다운 나이에 이 세상에서의 사명을 마치고 하늘 아버지의 품으로 되돌아간 것입니다.
딸아이가 엄아 아빠 품에 안겨서 세상을 떠난 날은, 진통제가 듣지 않는 두통으로 종합병원에 입원한 지 꼭 두 달이 되던 날이었고, 햇수로는 처음 뇌종양 발병을 확인하였던 때로부터 꼭 7년째 되던 때였습니다.
7년 전인 2002년 6월, 우리는 그저 성장기 아이에게 나타나는 난시(亂視) 증세라 생각하고 종합병원을 찾았고, 소아과 의사께서도 안과 검사를 한 후에 나온 결과를 가지고 난시라면서, 방학 때 난시 교정을 하자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혹시 모르니까 머리 MRI를 한번 찍어보자”고 하셨습니다. 7-80만원이나 되는 거금을 들이는 촬영이어서 주저하였지만, 그래도 순종하는 마음으로 MRI 촬영을 하였고, 촬영 후에 MRI실 선생님으로부터 “왜 이제 왔느냐?”는 말을 듣는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눈치챘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서울 큰 종합병원으로 올라가서 입원하여 6월 29일에 뇌 조직검사를 하였고, 7월 4일에, 뇌종양임이 최종 확인되었습니다. 현재는 양성이지만, 진행형 조직이어서 2-3년 내로 악성으로 변한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답을 들어야 했습니다.
너무 깊은 곳에 복잡하게 위치한 종양이어서 오픈하는 수술은 불가능하고, 차선책으로 감마나이프 수술을 하기로 결정하였고, 7월 11일에 감마나이프 수술을 받고는 퇴원했습니다.
2년에서 3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너무도 참혹한 그 사실에 울며불며 하나님께 도움을 청하였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당신의 딸에게 이 세상에서의 더 많은 날들을 허락해 주옵소서. 건강한 몸으로 우리와 더 많은 날들을 함께 지낼 수 있도록 은혜를 베풀어 주옵소서.” 눈물이 밥이 되도록 간절히 간절히 아뢰었습니다.
6개월마다의 정기검진… 그 때마다 우리 가족의 초조함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애초에 주치의께서 2-3년 안에 악성으로 변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셨기에 말입니다. 악성으로 조직이 바뀌면, 종양의 증식은 순식간에 이루어지고, 그러면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는 결과에 이르고 마는 것입니다.
그렇게 6개월마다 MRI 촬영을 하였는데, 참으로 감사하게도 1차 감마나이프 수술 후에 로아의 머릿속에 얼마 남은 종양은 2년간, 아주 없어지지도 않았지만, 더 이상 자라지도 않은 상태로 계속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해가 더 지나도 여전히…
7년… 2-3년이면 악성으로 변할 거라는 의료진의 예측을 깨고서 하나님께서는 로아와 이 세상에서의 육신의 엄마 아빠에게 7년이라는 세월을 더 허락하셨습니다. 물론 그 7년 동안, 로아는 너무도 건강하게 잘 지냈습니다. 그 어느 누구도 로아가 뇌종양 환자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고, 5년이 넘어가면서부터는 심지어 로아 스스로도, 또 부모 되는 저희들조차도 로아가 뇌종양을 앓고 있는 환자라는 사실을 까마득하게 잊기 일쑤였습니다.
올해 3월 말, 로아는 아빠에게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다녀오자고 조르고 또 졸랐습니다. 어찌나 조르는지, 결국 아빠가 졌고, 그러면 중간고사나 마치고 가자고 타협안을 제시하였는데, 로아는 온갖 애교를 떨며 죽어도 3월 말 당장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가자고 매달렸습니다. 결국, 딸아이의 그 청을 거절할 수가 없어서, 직장 때문에 도저히 시간을 못내는 엄마는 빼고서 로아와 동생 대한이를 데리고 해와달 사무실의 민희 언니와 함께 제주도 여행을 떠났습니다.
우리는 제주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갈 때는 인천에서 배를 타고 제주도로 갔는데, 그 경험 또한 우리에게 매우 특별한 추억이었고, 3일간의 제주도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까지 로아와 대한이는 제주도에서 하루 하루를 무척 행복해했습니다. 로아는 더더욱 말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여행이 될 줄이야… 로아는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고서 일주일을 학교에 잘 다녔으나, 4월 10일부터 두통을 호소하기 시작하였고, 진통제 처방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자 결국 4월 11일에 병원에 입원하였습니다.
세 군데의 큰 종합병원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확인된 로아의 심각한 상황… 이미 로아의 상태는 돌이키기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로아를 마침내 본향으로 불러올리실 시각이 된 것입니다.
딱 두 달… 하나님께서는 로아의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두 달을, 육신의 엄마 아빠를 로아 가장 가까운 바로 옆에 24시간 머물게 하고서,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극진하고 정성스럽고 헌신적인 보살핌을 나누게 하셨습니다. 갓난 아이 때를 제외하고선 가장 많이 딸아이를 안게 하시고, 쓰다듬게 하시고, 가장 많은 사랑의 고백을 나누게 하셨습니다. 서울 병원에 입원하고부터 40일간은 아예 엄마 아빠는 둘 다 병원에서 함께 기숙을 하며 로아 옆을 지키며 아이를 보살펴야 했습니다.
위중해진 로아가 중환자실로 옮겨진 후로 20여일 간은, 하루 두 번씩, 각각 20분간만의 면회밖에 허용이 되지 않아 엄마 아빠의 속을 태웠지만, 엄마 아빠는 여전히 중환자실 바로 옆의 좁은 보호자 대기실에서 24시간 숙식을 하며 딸아이를 위해 눈물로 기도하고, 또 간절히 사모하는 마음으로 다음 면회를 기다렸습니다.
로아의 상황이 알려지면서 홈페이지 가족들을 비롯하여 전국 교회의 수많은 믿음의 식구들이 로아의 회복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 엄마 아빠도, 다시 한번만 더 우리에게 이 세상에서의 시간을 허락해 달라고 금식하며 눈물로 하나님 아버지께 빌고 또 빌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는 우리 모두의 간절한 희망과는 다른 것이었나 봅니다. 로아는 20일 넘게 의식을 잃은 채로 깊은 잠에 빠져 있었습니다. 물론 한 달 넘게 로아를 괴롭히던 그 극심한 두통은 사라졌고, 동화 속의 잠자는 공주처럼 로아는 그저 너무도 평온한 얼굴로 깊은 잠을 자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로아를 기억하는 전국의 수많은 이들의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로아는 하루가 다르게 점점 혈압과 심장 박동 수가 떨어져 갔으며, 의료진들은 엄마 아빠에게 마음의 준비를 요청해 왔습니다.
마침내 5월 11일 오전 11시 40분 경에 중환자실의 의료진으로부터 긴급 연락이 왔습니다. 보호자들은 빨리 중환자실로 들어오라고… 그것은 임종(臨終) 연락이었습니다. 제발 그 연락만은 받지 않기를 그토록 간절히 원하였던…
며칠 전부터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는 있었던 바이지만, 막상 그 연락을 받고서 아이에게로 달려가노라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보통 임종 연락이 와서 가족들이 중환자실에 들어가면, 임종 때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짧으면 5분, 길어도 10-20분… 그것이 중환자실에 사랑하는 이를 넣어둔 가족들이 감수해야 하는 참으로 잔인한 현실입니다. 그저 미친 듯이 달려 들어가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것이 고작인 것입니다.
하지만, 로아는 엄마 아빠를 중환자실로 불러들이고서, 무려 두 시간이 훨씬 넘게 엄마 아빠의 품에 안겨 있었습니다. 도중에 당황한 의료진이 엄마 아빠에게 “일단 밖에 나가 계시면 다시 연락을 드리겠다”고 하였지만, 엄마 아빠는 “소리 내지 않고 아주 조용하게 있을 테니 우리가 아이 곁을 지키게 해 달라”고 하소연하였고, 의료진들은 난감해 하면서도 그것을 허락하였습니다. 그로부터 한 시간 반이나 로아네 가족이 서로 끌어안고 이별을 나눌 줄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채…
처음엔 로아와의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어 거의 실성한 사람처럼 소리죽여 울부짖던 엄마도 20분이 지나자 이제 목전에 임박한 이별의 시간을 깨닫게 되었고, 그 때부터 엄마 아빠는 딸아이를 같이 끌어안고 아이의 귀에 대고 수많은 말을 건넸습니다.
가장 먼저는 로아에게 감사의 말들을 전했습니다. 지난 16년 간, 너로 인해 엄마 아빠가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하나 하나 말해 주었습니다. 고맙고 또 고맙다는 말을 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용서를 비는 말들을 건넸습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딸 로아를 우리에게 맡기셨는데, 좀 더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돌보지 못한 것에 대해, 그리고 때때로 섭섭하게 하고 마음을 아프게 한 일들에 대해 사과를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는, 장차 다시 만날 소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금 잠시 이별을 하지만, 우리는 다시 하나님 나라에서 재회를 할 것에 대해, 주 예수께서 이 땅에 다시 오실 때, 우리가 다시 새로운 몸으로 부활하여 반가운 만남을 가질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돌아가면서 딸에게 송별의 인사를 하였습니다. “로아야, 잘 가! 엄마 아빠도 곧 따라갈게. 가서 기다려. 로아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한다는 말을 수 백 번도 더 딸아이 귀에 들려주었습니다. 그것보다 더 하고 싶은 말도 없었습니다. 아… 엄마 아빠는 너를 진실로 얼마나 사랑하는지…
두 시간 넘게 엄마 아빠 품에 꼭 안겨있던 로아의 심장 박동이 서서히 느려지다가 마침내 멈추는 순간, 로아의 영혼은 그가 16년 전에 떠나왔던 고향, 하늘 아버지의 품에 도로 안겼습니다. 육신의 아빠는 가냘픈 딸아이의 손을 부여잡고는 고요히 “주님여, 이 손을 꼭 잡고 가소서”노래를 부르며, 마치 딸아이 결혼식장에서 딸의 손을 신랑에게 넘겨주듯이, 그 손을 주님께 넘겨드렸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로아를 다시 살려달라는 우리 부모의 눈물의 기도에 대해선 응답지 않으셨지만, 마지막 이별의 시간만큼은 충분히 허락하셨습니다. 아마도 그 병원 역사상 중환자실 안에서 두 시간 넘게 임종을 한 일은 전후후무할 것입니다.
그렇게 로아는, 우리 곁을 훌쩍 떠났습니다. 단 두 달 동안의 병원 생활을 보내고서 말입니다. 두 달 간 엄마 아빠를 그렇게 가까이서 독차지하고서 말입니다.
두 달 전,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갔을 때만 하여도 딸아이가 불과 두 달 후 우리 곁을 그렇게 훌쩍 떠날 줄을 어찌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참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우리 인생인 것을! 아… 이렇게 우리와 이별을 하려고 그렇게 마지막 가족여행을 애타게 원하였던가 봅니다. 그럴 줄 알았으면,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엄마도 같이 가는 건데…
사랑하는 자녀를 자기들에 앞서서 떠나보내는 일만큼 부모에게 비통하고 참혹한 일도 없을 것입니다. 로아의 엄마 아빠에게도 그것은 예외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우리에겐 딸아이와의 이별을 아주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믿음이 선물로 주어진, 그리스도인들이었습니다. 비록 육신의 이별이 가슴을 찢을 만큼 아프고 비참하였지만, 그 아픔보다도 훨씬 더 커다란 소망과 사랑이 우리의 마음과 영혼을 채웠습니다.
먼저, 잠시의 이별 뒤에 우리는 반드시 다시 만나리라는 강력한 희망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로아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고 기쁜 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주 예수님과 함께 그분의 나라에 있을 것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비록 지금 당장은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고 선뜻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현실이지만, 이 상황은 우리 모두에게(로아에게는 물론이고 엄마 아빠를 비롯한 모든 식구들에게도) 반드시 유익(善: Good)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분의 뜻(계획)에 의해 부르심을 입은 사람들에게는 모든 일들이 서로 협력하여 선을 이루게 된다고 너무도 선명하고 확고하게 선언해 주셨기 때문입니다(로마서 8:28).
그러므로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우리가 납득을 하느냐의 여부와 상관없이, 로아가 열여섯의 꽃다운 나이에 이 세상에서의 삶을 마치고 본향으로 올라간 것은, 로아에게 가장 유익한 일입니다. 그 아이에게 가장 최선, 최상의 길인 것입니다.
그러니 자식과의 이별을 당해야 하는 우리 부모 된 입장에서는 서운하고 비통한 일일 수 있으나, 로아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우리는 하나님을 원망하거나 불평할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로아가 뱃속에 잉태되고 이 세상에 태어나던 날부터 우리 엄마 아빠가 줄곧 고백하여 온 바이지만, 로아는 육신의 부모인 이 엄마 아빠의 소유가 아니고, 하나님의 소유요, 하나님의 딸입니다. 그러니, 그분이 그분의 계획과 섭리 가운데, 우리에게 16년 전에 로아를 허락하시기도 하였지만, 이제 데려가시는 것도 전적으로 그분의 권한인 것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만, 하나님께서 지난 16년간의 만남을 축복의 선물로 주신 것에 대한 감사뿐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감사한 일입니다. 뭐라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감사한 일입니다. 그 아이를 통해 우리가 누리고 얻었던 복이 얼마나 크고 놀라운 것이었는지 말입니다.
어찌 때때로 딸아이와의 이별의 슬픔에 대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까? 아이를 입관할 때도 그랬고, 아이의 육신을 화장장으로 들여보낼 때도 그랬고, 아이의 육신의 일부인 유골분을 흙으로 돌려보낼 때도, 우리의 얼굴에는 슬픔의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금방 그 슬픔들을 이겨내고, 로아의 육신을 기꺼운 마음으로 떠나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 육신이 우리 딸아이 로아가 아니라, 로아의 영혼이 잠시 머물렀던 옷이요 집이라는 사실을 깊이 기억하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 집과 옷을 붙들고는 보낼 수 없다고 울며불며 통곡을 하는 것은 하늘 아버지 품에 안겨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로아를 슬프게 만드는 일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로아의 몸(유골분)을 땅에 묻고, 그 위에다 꽃나무 한 그루를 심었습니다. 이제 로아는, 저 천국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엄마 아빠, 할머니, 동생의 가슴 속에 살아 있는 것입니다.
장례식을 마치고 로아네 집에 다 모인 엄마 아빠와 친척들은, 때때로 이별의 슬픔에 목이 매여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지만, 그보다는 훨씬 많은 시간을, 웃으면서 로아와의 즐거웠던 추억들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될 소망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였습니다.
실은, 로아가 세상을 떠나기 전날, 하나님께서는 몇몇 사람들의 꿈을 통해 로아의 귀향을 미리 알려주셨습니다. 제주도에 사시는 한 목사님 사모님은 로아를 위해 기도하던 중에, 하늘 위로 이어진 눈부시게 환히 빛나는 사닥다리를 타고 로아가 올라가는 광경을 보셨다며 전화해오셨습니다.
경기도에 사시는 또 다른 자매님은 로아를 위해 기도하던 중에 너무도 멋지고 대단한 연회가 열린 광경을 환상 중에 보게 되었는데, 그 잔치 상의 주인공 자리에 로아가 앉아 있었노라는 이야기를 전해주셨습니다.
로아의 육신을 떠나보내는 마지막 송별식과 감사예배를 집례하기도 하신 J장로님께선, 새벽에 로아의 회복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던 중에 “이 딸의 영혼은 이미 내가 받았다”는 음성을 듣고는 소스라치게 놀라 더 이상 회복을 위한 기도를 할 수가 없었는데, 그날 오후에 로아 아빠로부터 로아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왔다고 하셨습니다.
그러한 이야기들을 전해 들으며 로아 엄마 아빠와 혈육들은 큰 격려와 위로를 받았습니다. 로아는 틀림없이 하나님의 품에 안긴 것입니다. 로아가 하늘나라로 입성하던 날, 그곳에서는 대단한 환영식 잔치가 열렸을 것을 의심치 않게 되었습니다.
로아가 뱃속에 잉태되었을 때부터 아빠는 이 <해와달> 쪽지에 『로아네 집』글을 연재해 왔습니다. 때문에 로아는, 단지 저희 엄마 아빠만의 딸이 아니라 해와달 가족 모두의 딸이요, 친구요, 동생이었습니다. <해와달>을 읽으시는 모든 가족들로부터 크나큰 사랑을 받으며 지금까지 열여섯 해를 살았습니다. 한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받게 되는 사랑의 분량으로 따지면, 로아만큼 많은 이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아이도 드물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아도, 로아는 참으로 복된 생애를 살다가 갔습니다. 자기도 평소에 그 사실을 항상 인식하며 감사하고 있었습니다.
7년 전에 처음 뇌종양 발병을 알고서 수술을 하였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 당시의 1천 3백만원이 넘는 거금의 치료비는 물론이고, 그 이후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여러 번 병원을 드나들며 온갖 사소한 병치레를 하면서 든 무수한 병원 비용, 그리고 이번에 마지막 세상을 떠나기 전에 병원 세 군데를 거치며 치러야 했던 거액의 병원비조차도, 전액을 우리 해와달 가족들께서 자발적으로 십시일반으로 다 담당해 주셨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로아는 참으로 큰 사랑의 빚을 지고 떠났습니다.
로아를 사랑하고 아껴주셨던 모든 <해와달> 가족들께 로아를 대신하여 육신의 엄마 아빠가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지난 세월, 너무도 고마웠습니다. 어린이날, 아이 생일날을 기억하여 그 때마다 정성스런 선물을 챙겨주셨던, 이 땅의 또 다른 로아 가족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오랜 세월, 하찮은 이야기에 같이 울고 웃으며 <로아네 집> 글을 읽어주신 모든 독자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거듭 적거니와, 우리 모두, 로아로 인해 행복했습니다.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으며, 즐거움을 나누었습니다. 이제 이 세상에서는 다시 만날 수 없지만, 멀지 않은 훗날에 로아를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우리 가슴 속 추억의 앨범에 로아를 간직하고자 합니다.
하나님 아버지, 로아를 저희에게 허락하셨던 것에 대해 감사를 드립니다. 7년 전,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접하였으나, 때에 맞춰 발병 사실을 발견하게 하시고,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시며, 그로부터 무려 7년이라는 세월을 우리에게 덤으로 허락하셔서, 너무도 건강하고 온전하게 이 세상에서의 삶을 누리게 하신 것, 참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기한이 다 차서, 로아를 당신의 곁으로 불러올리신 것, 그것에 대해서도 감사를 드립니다. 하나님의 그 결정이 로아에게 가장 큰 복이 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 모두에게도 유익이 되는 길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여, 우리가 다시 그 나라에서 만나는 날까지, 천국에서의 재회의 소망의 끈을 놓지 아니하고, 낙심하지 아니하며, 주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맡기신 남은 사명을 최선을 다해 잘 감당하다가, 저희도 기쁨으로 주님의 부르심을 받게 하옵소서. 아멘. ♣